"남해의 길 곳곳이 진주, 바래길로 이어 멋진 진주목걸이 만들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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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의 길 곳곳이 진주, 바래길로 이어 멋진 진주목걸이 만들 겁니다"
  • 김수연 기자
  • 승인 2020.04.20 17:47
  • 호수 69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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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윤문기 문화관광과 바래길팀장

걷기여행 열풍이 한창이던 2010년, 남해바래길이 문체부의 `이야기가 있는 문화생태탐방로`에 지정되며 일반에 공개됐다. 발길 닿는 곳마다 아름다운 바다와 푸른 산과 들이 펼쳐지고 남해 사람들의 이야기가 어우러진 바래길은 전국의 걷기 여행객들에게 큰 인기를 누렸다. 하지만 전국 지자체마다 걷는 길 조성에 나서면서 바래길을 찾는 탐방객의 발길도 뜸해지고 길은 사람들의 뇌리에서 조금씩 잊혀져갔다.
길이 조성되고 10년이 넘은 지금, 남해바래길이 침체기를 딛고 명품 여행길로의 재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고 했던가. 뚝뚝 끊어진 보물섬 남해의 진주들을 꿰어 명품 목걸이로 선보이려는 움직임이 본격적인 궤도에 올랐다. 그 일선에 있는 윤문기 남해군 문화관광과 바래길팀장을 만났다. <편집자 주> 

 

걷기여행작가, (사)한국의 길과문화 사무처장, 해파랑길 노선개발 총괄 책임자 등 이력만 봐도 대단하다. 어떻게 남해로 오게 됐나 = 2015년부터 문체부에 한반도둘레길이라는 이름으로 동·서·남해안을 잇는 걷는 길을 해보자 제안했고 2016년에 코리아둘레길(4500㎞)로 사업화됐다. 2019년까지 남해안 남파랑길(1500㎞), 서해랑길(1800㎞), DMG평화의길(350㎞)을 진행했다. 그리고 현존하는 가장 긴 길인 동해안 해파랑길(770㎞)을 2년 동안 걸어다니면서 일했다. 그 길을 많은 사람들이 걷고 있어 성공적이고 대박조짐도 있다.
 올 2월까지 노선개발 책임자로 일을 하고 마무리하던 차에 남해군 공고를 보게 됐다. 사업이 많아지고 총괄책임을 지다 보니 현장에 못 가게 되는 상황이 되더라. 그동안 사무실에 앉아 지도만 보고 있으려니 답답했다. 다시 현장에 뛰어들고 싶어 지원했고 연이 닿아 바래길팀장으로 일하게 됐다.
 
바래길 사업을 어떻게 전망하는가 = 우리나라 관광동향은 전체적으로 체험형, 액티비티 위주로 넘어가고 있다. 그것도 지역문화 체험 등 가벼운 액티비티가 대세다.
 걷기여행 자체만 보면 트렌드가 변하고 있다. 단순히 걷는 것도 많지만 장거리 걷기여행 증가세가 뚜렷하다. 제주 올레길이나 지리산 둘레길은 이용자 수가 소폭 감소하고 있다. 그런데 재미있는 건 완보 인증자는 대폭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걷는 사람이 줄어든 게 아니라 분산된 거다. 예전에 제주 올레길, 지리산 둘레길밖에 없었는데 지금은 걷는 길이 바래길을 비롯해 많이 생겼다. 우리나라 걷기 여행길이 길 이름만 700개다. 코스가 2천개가 넘고 2만㎞가 넘는다. 700개 길 중에서도 바래길은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
 
바래길 예상 수요는 = 성인인구 4200만명 중에 최소 한 달에 한번 걷는 인구는 1300만명이 넘고 등산인구는 1248만명이다. 2500만명이 넘는 거다. 관광 키워드를 봐도 전체적으로 걷기여행이 아웃도어의 대세다. 남해는 접근성이 좋지 않지만 오히려 그게 장점이다. 한번 오면 머물 수 있다. 다만 큰 비용 안 들이고 머물 수 있도록 인프라를 만들어야 한다.
 재미있는 건 여성인구의 걷기 비율이 높고 60대 이상 걷기비율도 높다는 점이다. 이 얘기는 걷기가 복지 인프라로서도 기능을 한다는 거다. 고령화시대에 걷기는 관광적인 면에서도 중요하지만 주민들의 복지 인프라, 삶의 질과도 관계가 있다고 생각한다. 주민복지라는 말을 쓰는 이유는 해외논문에 탐방로를 만들 때 1달러를 쓰면 주민 직접의료비 2.99달러가 준다는 내용에 근거한 것이다. 걸으면 건강해진다는 얘기다. 탐방로가 생기면 그 주변 직장들의 병가가 줄어든다고 한다. 그래서 걷기는 고령화사회에서 더더욱 필요하다.
 
바래길팀장이 된 지 한 달 정도 지났다. 바래길 사업화는 어떻게 진행하나 = 바래길은 본선이 16개, 지선이 3개, 스탬프 지선이 8개 코스로 정비된다. 현재 바래길은 뚝뚝 끊어져 있지만 이제 만들어질 바래길은 본선, 지선, 스탬프 지선까지 최소 10일정도 체류하면서 걸어야 하는 환원형 코스다. 올 가을에 론칭한다.
 노선은 지금 남파랑길로 다 개발이 되어 있다. 남파랑길 코스가 바래길과 같이 갈 거다. 그래야 하나의 노선을 관리하면서 두 개 길을 같이 관리할 수 있게 된다. 그래서 4개 노선만 새로 개발하면 된다. 읍내 터미널에서 시작해서 원점회귀하고 창선은 도는 길이 안 나와서 편도 바래길을 하고, 읍내 바래길부터 지선 3개와 스탬프 지선들을 만든다. 조도 바래길은 S라인바래길이라고 해서 다이어트 보물섬에 들어가는데 요가를 접목시킬 방법을 찾아보고 싶다. 노도 문학바래길도 있다. 노도는 지금도 걸을 수 있다고 하는데 오솔길로만 되어 있어 정비해서 내년쯤 길이 정식 개설될 것 같다. 이는 기존의 길들을 잇는다는 개념이지 토목공사를 해서 새로 길을 내는 게 아니다.

"아름다운 경관 가진 남해 바래길
걷기여행자들에게 충분히 매력적
장기체류 인프라·안전성 확보 필요
요가·문학 가미한 걷기문화 만들 것 "            
  
 
스탬프 지선은 어떤 것인가 = 스탬프 지선이란 주요 관광지들을 연결하는 것이다. 가면 좋을 만한 곳들이 300미터 지근거리에 있는데도 한 달씩 걸으러 온 사람들이 거길 안 가려고 한다. 동기부여를 하기 위해 스탬프를 두는 거다. 용문사, 이락사 등에 스탬프를 놓을 거다. 레인보우 전망대에 올라가면 노량대교, 남해대교가 보인다. 충렬사, 대국산성이 스탬프 지선에 들어가고 지선 중 2~3코스는 내년에 개통될 거다. 들러서 스탬프를 찍어 와야 완보인증을 해주는 거다. 완보인증도 3단계로 본선 완보, 지선 완보, 스탬프 지선 완보 3단계로 나눈다. 본선 완보면 금배지, 지선 완보까지 하면 플래티넘 배지, 3단계 모두 완보하면 다이아몬드 배지를 준다. 이런 미션 같은 걸 부여해서 성취감을 얻게 하는 거다. 이런 걸 즐기는 문화가 대세다. 올해는 앱으로만 완보인증하고, 내년에 예산이 세워지면 스탬프를 설치해서 운영하려고 한다. 길을 운영하다보면 스탬프 민원이 제일 많다. 그만큼 관심이 크다. 배낭에 완보 배지나 훈장을 죽 달고 다닌다. 걷기애호가들에게는 큰 자부심이다. 그래서 아주 예쁘게 배지를 디자인할 생각이다.
 
노선 외에 더 필요한 게 있다면 = 1차 목표는 열흘 정도 머물면서 걸을 수 있는 기본 인프라를 만드는 것이다. 2차 목표는 거기에 문화를 입히는 것이다. 중장기 계획으로 루트 고도화, 스탬프 완보인증 프로그램, 장거리 체류형 인프라(숙박, 교통, 먹거리 등)를 구축할 예정이다. 버스시간 앱은 구축중이고 버스 콜비 계산을 해야 한다. 제일 중요한 건 숙박과 픽업서비스다. 픽업할 수 있는 숙박업소를 조사해 홍보할 예정이다. 가령 이 업소는 어디서 어디까지 픽업할 수 있고 가격은 얼마, 전화번호, 조식제공 여부 등의 정보를 주는 것이다. 가능하다면 그 업체들에게 전문 컨설팅도 해주고 싶다.
 또 문화적으로 많은 것을 접목할 수 있다. 요가 걷기나 명상 걷기, 문화체험 등을 접목한 걷기가 유행이다. 바래길을 다녀보면 비치요가를 할 장소가 많다. 바래길 걷고 요가나 명상을 하고 커피 강좌, 브런치 강좌 등까지 엮어서 할 수 있다. 당장은 걷는 길을 기본으로 삼아 많이 걷게 하는 게 중요하다. 거기에 요가든 독서든 문학이든 얹어볼 생각이다. 이런 프로그램 만드는 건 중장기 계획이고 내년에나 추진할 수 있다. 바래길을 이미지화, 브랜드화할 것이다.
 
전문가로서 보기에 남해바래길의 강점은 = 일단 바래길이란 말 자체를 주민들이 다 알고 있다. 이건 굉장히 큰 강점이다. 전국 어디를 다녀봐도 제주 올레길을 빼놓고 지역의 길 이름에 대한 인지도가 있는 곳이 거의 없다. 지역 주민들이 안 걷는 길이면 외지 사람들은 더 안 걷는다. 지역민들이 관심을 가져야 성공할 수 있다. 그런 면에서 남해 `바래길사람들`의 역할이 굉장히 컸다. `바래길사람들`이 갖고 있는 애향심과 지역에 대한 디테일하고 다양한 아이디어와 정보, 그리고 내가 갖고 있는 전문성이 융합되면 굉장히 좋을 것 같다.
 
걷는 길로서 바래길이 성공하려면 = 제일 중요한 건 길에서 보는 경관이다. 거기에 보행안전성과 안내표시체계, 숙박·교통·먹거리 등 여행 편의성을 덧붙여야 한다. 경관은 이미 확보가 됐고 보행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조사를 해왔다. 상당 부분 개선되었음에도 위험한 지역이 아직 꽤 많다. 국립공원 지역이어서 그렇다. 원천~벽련 구간이 대표적이다. 문체부의 `이야기가 있는 문화생태탐방로` 지정을 받았는데 허가가 안 나서인지 10년째 안 되고 있더라. 현재는 군에서 국립공원 관리공단에 형상변경을 신청해놨고 입지적정성 평가를 하는 중이다.
 
바래길에서 부족하고 아쉬운 점은 = 보행 안전성이다. 대부분 안전하지만 극히 일부 구간이 안전하지 않다는 건 아킬레스건이 될 수도 있다. `바래길사람들` 대표나 다양한 분들과 이야기를 나눠봤는데 예를 들어 비룡계곡은 아름답지만 노선을 포기하기로 했다. 데크 등 시설을 많이 해서 할 수는 있지만 그러느니 차라리 보전하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 크게 보면 아름다운 곳이 매우 많으므로 굳이 환경훼손을 해가면서 넣을 필요는 없다. 이런 곳은 나중에 10년 뒤쯤 사람들에게 맡겨도 된다. 단계별로 가면 된다.
 
끝으로 하실 말씀은 = 걷는 길은 원래 흩어져 있는 진주를 꿰어서 목걸이를 만드는 작업이라고 말한다. 곳곳이 보석인데 툭툭 끊어져 있었다. 하나로 죽 이어서 정말 아름다운 진주목걸이를 만들고 싶다. 진주가 많다. 그 진주는 경관이기도 하고 마을 주민들이기도 하고 맛있는 식당들이기도 하다. 굉장히 많고 다양하다. 앞서서 해놓은 분들이 잘해놓으셨다. 이게 잘된다면 그분들 역할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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