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럴 대가리 저럴 대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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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럴 대가리 저럴 대가리
  • 남해타임즈
  • 승인 2020.04.23 16:59
  • 호수 69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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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충국의 시대공감

 조선시대 만석꾼 집안에서 부유하게 성장한 한 양반은 끼니마다 생선과 해물을 상에 올리지 않으면 주방에 불호령을 내리곤 했다. 그는 부모가 귀하게 얻은 늦둥이라 산해진미를 구해 먹이며 애지중지 키워 입맛이 매우 까탈스러웠다. 공부를 멀리한 탓에 입신하지 못한 콤플렉스를 가진 그는 식도락을 즐기는 것으로 삶을 살아갔다.

 그의 집에 있는 많은 하인 중 어린 시절부터 수발을 들어온 돌쇠는 총명하고 재치까지 있어 총애를 받았는데, 양반은 식사 후 물린 밥상은 항상 돌쇠에게 내렸고 그 덕에 돌쇠도 미식의 세계에 입문했다.

 돌쇠는 철마다 무엇이 맛난지 달달 욀 수준이 되는 가운데 주인이 내린 찬 대부분은 넉넉하게 남겨주건만 생선만은 항상 대가리만 남겨주는지라 "대가리도 이리 맛난데 본 통은 얼마나 맛날까?" 하며 아쉬워했다.

 생선 대가리만 남은 어느 날 돌쇠는 "나리 어찌 생선은 항상 대가리만 주십니까?"하고 물었다. 그러자 양반은 "무식한 놈, 생선은 대가리가 가장 맛난 부분이느니라"하고 호통을 쳤다.

 이후 주꾸미 철에 주인이 밥상을 받았는데 머리는 없고 다리만 있는지라 돌쇠를 불러 호통쳤다. "어찌 주꾸미가 대가리는 없고 다리만 있느냐?" 하니 돌쇠는 "대가리는 쇤네 몫으로 돌아올 거로 생각돼 데치며 따뜻할 때 먹었습니다" 하고 답했다. 주인은 "네 이놈, 이럴 대가리가 있고 저럴 대가리가 있거늘" 하며 돌쇠 이마를 곰방대로 내리쳤지만, 평소 자신이 한 말이 있어 이내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이렇듯, 우리 삶에 당연한 듯 각인돼 사무적으로 처리하는 문제도 상황에 따라서는 정반대의 결과를 만들 수 있기에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도 말과 행동을 돌이켜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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