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스트균은 결코 죽거나 소멸하지 않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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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스트균은 결코 죽거나 소멸하지 않으며…
  • 남해타임즈
  • 승인 2020.05.12 09:43
  • 호수 6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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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발견하는 시간
페스트 알베르 카뮈민음사
페스트
알베르 카뮈
민음사

 1947년에 출간돼 70년 넘은 소설 룗페스트룘는 현재 새로운 전염병 코로나19의 확산으로 베스트셀러가 됐다. 소설은 프랑스 도시 오랑에 사는 의사인 리유가 쥐가 떼거지로 죽고 사람들이 페스트와 비슷한 증상으로 죽게 되자, 당국에 즉각적인 조치를 요구하면서 시작된다. 정부 당국이 도시를 봉쇄하자 도시는 대혼란에 빠진다. 가족과 이웃의 죽음을 본 시민들은 페스트를 태워 죽이고자 방화를 하고, 시를 탈출하기 위해 장벽을 공격하기도 한다. 장례식은 폐지되고 시체는 신속하게 불태워졌다. 

 소설 속 주요 인물들은 페스트에 다양하게 대응한다. 파늘루 신부는 페스트는 하느님이 내린 징벌이라며 재앙이 오히려 인간의 길을 제시한다고 설교한다. 오히려 페스트 안에 사는 것이 더 편하다며 연대도 거부하고 밀매를 통해 탐욕을 채우는 코타르라는 인물도 있다. 사회운동가 출신인 타루는 자원봉사자로 구성된 보건대를 만들어 주변 사람들에게 페스트를 함께 이겨나가자고 설득한다. 리유는 끝이 보이지 않는 공포와 수많은 죽음을 직면하면서도 의사로서 사명을 다하려 노력한다. 파리 출신 신문기자 랑베르는 도시가 폐쇄되자 자신과는 상관없는 일이라고 온갖 방법으로 탈출을 시도하다가 의사 리유와 타루의 모습을 보고 보건대에 들어가 페스트가 물러갈 때까지 일한다.

박 보 혜화전도서관 사서
박 보 혜
화전도서관 사서

 "적어도 이제는 사태가 명백해졌고, 재앙은 모든 사람에게 다 관계가 있는 것이 되었다"(242쪽)는 이 소설의 주제를 드러내는 문장이다. 페스트는 자신도 알지 못하는 사람으로부터 감염돼 다른 사람에게 퍼뜨릴 수 있는 전염병이다. 카뮈는 페스트가 인간 개인의 문제가 아니고 사회 전체가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말한다. 공동체의 협력과 연대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코로나19 상황과 유사하다. 쉴 틈도 없이 애쓰는 의료진, 방역관계자들, 공무원들과 공동체 모두를 위해 불편함을 감수하는 국민들을 보면 소설 속 상황과 비슷하다. 

 무거운 주제이고 다소 비현실적이라 읽지 못했다면 지금이 읽기에 적절한 듯하다. 다행인 것은 이제 코로나가 주춤해져서 책을 읽을 때 약간은 객관적인 자세를 취할 수 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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