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운영(紫雲英) 꽃물에 젖어
상태바
자운영(紫雲英) 꽃물에 젖어
  • 남해타임즈
  • 승인 2020.05.12 10:05
  • 호수 69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나의 고향, 나의 삶 38 │ 碧松 감충효
碧松 감 충 효 시인 / 칼럼니스트
碧松 감 충 효
시인 / 칼럼니스트

자운영 붉게 물든 들판 길을 걸어보라. 
눈부신 오월의 빛 퉁기며 빗질하며 
모조리 휘저어 뿌린 빨주노초 파남보. 
 
자유다 거리낌 아예 없이 빗나간 들판 
술렁이는 보리 물결 뒤집어져 바람난 꽃
두견새 핏빛 울음도 낭자하게 쏟은 오월. 
 
이렇게 붉은 오월 반항의 들판에는 
자운영 붉게 타는 오월의 환쟁이가
내 고향 머슴아들을 꽃물 속에 담급니다.
 
 -  시작(詩作)노트

 
 필자는 어릴 적 오월의 푸른 들판에서 푸른 물 뚝뚝 돋는 시각적인 느낌보다 향긋하고 상큼한 후각에 더 민감했던 것 같다. 녹색의 들판에 자운영 붉게 피는 그 속을 자세히 들여야 보면 온갖 색깔이 존재함을 보았다. 하나하나 쪼개보면 그게 바로 무지개 색깔과 닮아 있어 오월은 푸름만 있는 것이 아니구나! 이렇게 오월 들판에서 다채롭게 반항의 깃발을 올리는 꽃도 있구나! 하는 생각을 가져봤다. 지금은 그 자운영 물결이 꿈결같이 흘러간 세월이지만 그래도 그때의 자운영 오월 들판을 잊지 못한다. 

 요새는 화학비료가 마구 뿌려지고 발암물질의 일종인 제초제가 남용되면서 땅을 기름지게 하기 위해 가꾸었던 그 자운영을 보기가 정말 힘이 든다. 추위에 약해 따뜻한 남부지방에서만 볼 수 있었던 이 자운영은 춘궁기에 풀죽을 쑤어 먹던 나물이기도 했다. 최근에는 우수한 생약 성분이 발견되어 6개월만 달여 먹으면 안경을 벗게 된다거나 각종 미네랄이 풍부하며 대상포진 치료, 몸에 쌓인 독성 해소, 치질 등에 약효가 뛰어나다고 각광을 받고 있는 풀이기도 하다. 우리는 60년대 초까지만 해도 보릿고개라 해서 식량난에 허덕였다. 지금 생각하면 그 어려움 속에서도 살아남아 건강을 지킬 수 있었던 것도 불쌍한 중생들을 위하여 하늘이 내려준 이러한 풀들을 많이 섭취한 덕분이 아닌가 하는 마음도 든다. 

 몸에 좋다고, 약이 된다고 건강식품이라고 고가로 사먹는 소위 웰빙식품들을 밥 먹듯 한 우리 조상들과 우리들이었다.     

 오늘 날 너무 잘 먹어 비만에서 오는 고혈압, 당뇨병 등도 없었고 요즘처럼 무절제한 농약 살포로 발암물질이 가득 찬 음식을 먹지 않았기에 암 발병률도 그리 높지 않았다. 자녀들 쑥쑥 많이 낳아도 골다공증이라는 증상을 앓는 우리네 어머님들은 별로 안 계셨다.

 요새 아이도 낳지 않은 처녀들 중에 골다공증이 많이 생겨나는 걸 보면 세상이 거꾸로 흐르고 있다는 생각도 하게 된다. 자기 몸 들어 올리는 턱걸이 20개 정도는 거뜬히 하던 국민 체력 수준이 형편없이 저하되어 한 개도 못하는 사람들이 수두룩하다고 한다. 몸은 커졌으되 힘은 줄어든 약골들이 된 것이다. 고향의 자운영 꽃물에 젖다가 건강문제까지로 길어졌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