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벼슬인가
상태바
나이가 벼슬인가
  • 남해타임즈
  • 승인 2020.05.08 10:05
  • 호수 69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충국의 시대공감

 그는 젊은 시절부터 동네 이장을 하며 많은 동네일을 처리했다. 열심히 노력했기에 동민들의 신임으로 오랜 기간 이장직을 연임했다. 세월이 흐르고 나이가 많아지자 그는 이장직을 내려놓았고 이른바 지역유지가 되었다. 

 그러던 중 한해 여름 지역을 강타한 태풍으로 많은 농작물 피해도 보았다. 그보다 큰 문제는 하천물이 불어나 제방이 무너져 논의 일부가 유실된 것이었다. 개인적으로 하천을 복구하자니 공사금액이 걱정이던 그는 신임 이장과 군청을 방문해 수해복구를 해 달라고 요구했다. 

 현장을 방문한 담당 공무원이 그의 논이 지적도와 다르게 하천부지를 물고 들어와 물길이 크게 휘어져 있어 지적도처럼 시공하지 않으면 항시 유실될 우려가 있고 다른 곳은 큰 위험이 없어 재해 지역으로 지정하기 어려워 사비로 보수할 것을 권했으나 그는 평소 친분 있는 과장의 힘을 빌려 재해지역 지정을 받아내었고 하천 개량공사가 시작됐다. 시공 전 지적도상의 하천 측량을 하고 말목을 박자 많은 논밭이 무단으로 하천을 점유하고 있는 사실이 밝혀졌고 전주들은 지적도가 잘못됐으니 본래 논 모양대로 시공해달라며 억지를 부렸고 그도 주민들과 같이 주장했다. 

 젊은 현장소장은 동네 주민을 모아두고 지적도와 같이 시공하지 않으면 다시 재해를 입을 것이며 지금 무단으로 하천부지를 점유한 것이지 땅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라며 설득했다. 많은 주민이 그 말이 옳다며 물러남에도 그는 젊은 사람이 나이 많은 사람 말을 듣지 않는다며 큰소리로 훈계하며 본래대로 복구하라 으름장을 놓았다. 

 잠자코 있든 소장이 "어르신 조금만 기다리시면 저희 할아버지를 모시고 와서 어른과 대화하겠다. 어른께서는 나이가 큰 벼슬이라 무조건 옳다 하니 저도 집에 나이 많은 어른을 모시고 와서 설득하겠다"고 말했다. 그제서야 그는 조용히 물러났다. 누구나 먹는 나이는 좀 더 현명해져 후손들의 모범이 되기 위함이지 결코 벼슬이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