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이 살 길은 질 좋은 농산물 생산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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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이 살 길은 질 좋은 농산물 생산뿐"
  • 전병권 기자
  • 승인 2020.05.28 15:29
  • 호수 69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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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 이 사람 | 친환경당근 키우는 고규진 농부

"농업도 융합해야 경쟁력 있어" 주장
남면 상가마을에서 당근·감자·단호박 등 키워
고규진 농부가 지난 24일 남면 상가마을의 당근 밭에서 아직은 덜 자란 봄당근(6월말부터 수확)을 꺼내 소개하고 있다.
고규진 농부가 지난 24일 남면 상가마을의 당근 밭에서 아직은 덜 자란 봄당근(6월말부터 수확)을 꺼내 소개하고 있다.

남해군 친환경농업시범마을 중 하나인 남면 상가마을을 지나다 보면 유달리 바빠 보이는 사람이 있다. 그 사람을 좀 더 지켜보면 남해의 밭에서 보기 힘든 당근을 손에 쥐고 있기도 한다. 남해군에서 현재 유일하게 당근을 키우는 고규진(57) 씨가 그 주인공이다. 친환경농산물에 대한 자부심과 당근이라는 이색작물을 농사짓는 고규진(상덕초·해성중·제일고 졸업)의 이야기가 궁금해 들어봤다. <편집자 주>

 2013년부터 당근을 재배하기 시작한 고규진 농부는 당근농사를 시작한 이유에 대해 "2011년 3월, 고향으로 돌아와 보니 우리 마을이 친환경농산물을 생산하는 마을로 선정돼 있었다. 그래서 희소성 있는 새로운 작물에 도전해보고 싶었다"고 말하고  "그런 고민을 갖고 나누던 당시, 김환균 경남도친환경농업인 생산자협의회장이 당근을 추천했고, 흔히 볼 수 있는 작물이지만 남해표 당근이라 하면 충분히 경쟁력이 있을 것이라 확신했다"고 밝혔다. "제가 시도하던 당시에는 여러 당근농가가 있었던 것으로 아는데, 지금은 저만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현재 고규진 농부는 1400평의 밭에 봄과 가을 당근을 재배·수확하고 있다.

 특히 그는 "농업이 위기인 지금, 농민이 살아남는 방법은 질 좋은 농산물을 생산하는 것"이라며 "정말 아쉽지만 때로는 자신이 키운 농산물을 폐기처분할 수 있는 용기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가 이렇게 친환경농산물, 친환경먹거리에 대한 자부심을 갖고 강조하는 이유는 유년시절과 청년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고규진 농부는 "먹을 것이 귀했던 어린 시절, 친구들과 나누는 먹는 것이 좋았다"면서 "또, 청년시절에는 부산에서 갈비식당을 운영했는데 남해마늘을 비롯한 친환경, 한방 식재료들을 사용하니 그 효과를 톡톡히 봤다. 먹거리는 내가 먹는 다는 것이 제 철칙"이라고 설명했다.
 
당근농사 적극 추천
 고규진 농부는 "남해에서 당근은 봄과 가을 두 번에 걸쳐 농사를 지을 수 있다"며 "봄당근은 3월초에 심고 6월말부터 7월초까지 수확한다. 가을당근은 8월말부터 9월초까지 심고 11월말에 수확한다"고 설명했다.

 고규진 농부는 "당근 말고도 마늘, 감자, 단호박, 시금치 등 여러 작물을 키우고 있지만 남해에서 당근에 가장 많은 애착이 간다"고 말했다. 

 또, 그는 자신의 경험을 빗대어 "논밭을 분할해 여러 작물을 심어봤는데 당근은 남해에서도 충분히 자랄 수 있는 환경이 된다"며 "또, 수입이 좋은 편이다. 도시에서 대기업이나 고소득의 직장이 아닌 이상, 남해에서 살고 싶고 농사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도전해볼 만하다"며 적극 추천했다. 

 특히 친환경 남해당근은 모양은 둘째치더라도 당도가 높고 영양가가 높다는 점이 고규진 농부의 자부심을 세워주는 근거다. 

 반대로, 당근농사의 어려운 점은 무엇일까? 이에 대해 고규진 농부는 "인력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답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당근을 키우는 과정 중 재배할 때 기계로 당근이 심어진 흙을 들어 올려놓은 상태에서 당근을 뽑는다. 그래야 당근이 상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후 당근풀을 잘라야 하고, 당근을 상태별로 선별을 해야 한다. 특히 봄 당근의 경우 캐면 바로 담아야 하는 시의성도 잘 지켜야 한다.

 고규진 농부는 "농촌의 인력문제는 어떤 작물을 재배하든 해결해야 할 문제"라며 "비단 당근만의 문제는 아니다"고 덧붙였다.
 
농업도 융합해야 성공한다
 친환경농산물을 자부하는 그는 "농산물을 그냥 팔고 보자는 생각은 낡은 사고"라고 주장했다. 이어 "농업도 융합해야 한다. 단순히 작물을 키우고 수확하는 것에서 끝나면 안 된다. 예를 들어, 작물을 엑기스로 음료화할 수도 있어야 하고, 화장품이나 다른 제품과도 연계해야 한다. 매년 농작물이 남아서 논밭을 갈아엎는 사태를 보면 안타깝다"며 "친환경농산물로 고품질의 작물들을 생산하면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라고 자신 있게 말했다.

 고규진 농부의 도전은 멈추지 않을 모양이다. 그는 "당장은 아니지만 하우스농사를 자동화해 다른 작물을 길러보고 싶다. 우리 마을에는 지하수도 충분하니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고 자신했다. 

 자유롭게 한마디를 부탁하자, 고규진 농부는 "친환경농산물은 생산자의 이름이 코드화된다. 그만큼 자신의 이름을 걸고 생산하는 것인데, 내 가족이 먹는다는 생각으로 모든 농민들이 농산물의 고품질화에 동참해 남해농산물이 전국에서 으뜸가는 걸로 유명해지길 바란다"며 여러 농민들에게 당부의 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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