앉은뱅이
상태바
앉은뱅이
  • 남해타임즈
  • 승인 2020.07.06 12:11
  • 호수 70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충국의 시대공감

30년 전만 해도 육교나 지하도에서 심심찮게 걸인을 볼 수 있었다. 그들은 같은 자리에 통을 두고 검은 안경을 쓰거나 바닥에 엎드려 있었다. 팔을 잃었거나 다른 신체적 장애가 확인되는 이들도 있지만 그 중 시각 장애인이 유독 많았다.
부산 서면 지하도에 늘 같은 자리에 앉아 구걸하는 분이 계셨는데 지나다 보면 늘 구걸 통에는 동전과 천 원짜리 지폐 두어 장이 있었고 언제나 일정했다.
하루는 친구들과 차를 마시다 그분이 이야기 소재로 등장했는데 서면에 사는 친구가 그분은 시각 장애인이 아니라고 했다. 만약 100원을 적선하는척하며 천원을 주워들면 그분이 "거지 돈을 훔친다"며 화를 낸다는 것이다. 친구가 말하길 정상인 그분이 시각 장애인 흉내를 내며 구걸하는 것은 그의 직업이며 수입이 꽤 짭짤하다는 것이었다. 간혹 구걸하는 이들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던 나에게는 상당히 충격적인 이야기였기에 그 뒤부터 진짜 장애인이 맞는지 의심의 눈길을 보내게 되었다.
요즘은 눈을 씻고 걸인을 찾아보려 해도 볼 수 없을 만큼 우리의 삶은 나아졌고 사회보장 또한 발달했다. 빈부격차의 차이는 확연할지언정 대부분 국민의 소득은 안정이 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코로나19 사태로 우리의 방역과 의료, 복지시스템이 전 세계를 놀라게 할 만큼 잘 다듬어져 있음이 확인되었다. 아직도 채워야 할 시스템이 분명 많이 있겠지만 급하게 만들어져 세고 있거나 악용되는 시스템 점검도 꾸준하게 개선해야 할 것이다.
우리의 제도가 일어서 걷고자 하는 이들에게 손을 내밀어 보조하고, 뛰고자 하는 이들에게 신발을 제공할 때 올바른 개인과 국가의 발전을 도모할 수 있을 것이다. 우선 보기에 앉아 있다고 획일적 복지를 제공해 결국 정상인마저도 앉은뱅이로 만드는 것은 아닌지 우려되는 요즘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