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 5명이 시작한 아이스팩 재사용, 부산 전역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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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부 5명이 시작한 아이스팩 재사용, 부산 전역 확산
  • 김수연 기자
  • 승인 2020.07.23 09:59
  • 호수 7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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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취재 | 지속가능한 청정남해를 위하여 ③
부산 장전1동 어울림마을공동체 방문기
어울림마을공동체 회원들이 김추종 부산자원순환시민센터 대표에게 자원순환교육을 받고 있다.
어울림마을공동체 회원들이 김추종 부산자원순환시민센터 대표에게 자원순환교육을 받고 있다.

쓰레기 문제가 갈수록 심각하다. 청정남해, 천혜의 자연경관을 자랑하는 남해군도 예외는 아니다. 1차산업인 농어업과 함께 관광산업을 활성화하는 데 주력하고 있지만 관광객이 밀려들수록 그 이면의 환경문제는 점점 심각해질 수밖에 없다. 농수축산업과 굴뚝 없는 산업, 관광업이 중심인 남해군이 청정지역을 유지하려면 쓰레기 문제를 외면하고는 불가능하다. 이와 관련해 남해시대는 4회에 걸쳐 `지속가능한 청정남해를 위하여`라는 주제로 기획기사를 연재한다. 1~2회 부산자원순환협력센터와 가치예술협동조합을 방문해 그 역할과 두 기관의 협력 활동을 소개한 데 이어 이번에는 부산 금정구 장전1동 `어울림마을공동체`를 방문, 자원의 재사용을 통해 지속가능한 자원순환도시를 가꾸고 생태적 소비문화와 환경교육 강사 등 일자리창출로까지 확산시켜 나가는 현장을 소개한다. <편집자 주>


 김추종 부산자원순환시민센터 대표의 소개로 기자는 6월 5일 부산 금정구 장전1동의 한 카페에서 김유현 어울림마을공동체 대표를 만났다. 어울림마을공동체는 장전초등학교 학부모 5명이 모여 시작됐다고 한다. 

 김유현 대표는 어울림마을공동체를 "아이스팩을 수거·세척해서 인근 전통시장이나 업체에서 재사용할 수 있도록 보내주는 선순환과정을 만들어가는 비영리단체"라고 소개했다. 아이스팩은 고흡수성 합성수지로 돼 있어 썩지도 타지도 녹지도 않으며 토양·수질·대기오염을 일으키므로 환경오염을 줄이기 위해 최대한 재사용해야 한다. 김 대표는 "아이스팩은 종량제 봉투에 버려야 한다. 버리는 대신 모아서 깨끗하게 세척한 후 재사용하면 전통시장 상인들과 지역업체도 비용을 아껴 이득이고 미세플라스틱을 줄여 환경을 살리니 1석4조의 효과가 있다"고 강조한다. 

장전1동 행정복지센터에 모인 자원봉사자들이 수거한 아이스팩을 세척해 트레이에 담고 있다.
장전1동 행정복지센터에 모인 자원봉사자들이 수거한 아이스팩을 세척해 트레이에 담고 있다.

현재는 부산 도처의 자원봉사자들이 주1회 모여 약 1천여 개의 아이스팩을 직접 세척·소독하는 작업을 한다. 월 2500여개의 아이스팩을 처리하다 보니 1365자원봉사센터와 연계해 봉사자들을 모은다. 올 2월에 비영리단체로 등록해서 학생들에게는 자원봉사점수를 줄 수도 있다.

 아이스팩 수거 운동은 이제 금정구 전체로 확산 중이다. 올 상반기에는 금정구 마을역량강화 공모전에 선정돼 지원금으로 회원들이 환경교육도 받고 있다.

 사실 이 운동을 처음 시작하게 된 계기는 평범한 주부들의 일상적 고민에서 비롯됐다. 평소 냉동식품 등 택배를 많이 이용하는데 아이스팩이 쌓이니 어떻게 처리할까 고민했다고. "마침 모 홈쇼핑에서 `북극곰은 아이스팩을 좋아해`라는 지구 살리기 캠페인을 벌인 적이 있다. 너무 좋은 아이디어였다. 이걸 보고 차라리 우리가 이 운동을 지역에서 직접 해보자고 나섰다." 처음에는 5명의 학부모가 아이스팩을 모으고 수요처를 직접 발굴해서 배달까지 했다. 시작하고 보니 호응이 좋았고 장전1동 주민행정복지센터에서 먼저 동 차원에서 캠페인을 벌여보자고 제안했다. 수요처도 여러 군데 발굴했다. 철마라는 축산업체와는 MOU도 맺었다. 자원봉사자들이 세척소독을 해놓으면 철마에서 가져간다.

 지난해 말부터는 한국환경공단에서 고흡수성 합성수지 아이스팩 사용업체에 환경부담금을 징수하기 시작했다. "이 비용은 업체가 부담해도 소비자에게 전가될 수밖에 없다. 악순환이 된다. 어울림마을공동체가 나서서 한국환경공단과 장전1동, 부산상인연합회까지 확장해서 사업을 진행하게 됐다." 

자원순환교육 강사양성과정 계획
 지금도 자원봉사 문의전화가 많이 오고, 코로나 확산으로 잠시 주춤했지만 6월부터는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코로나 상황에서 택배를 더 많이 이용하니 아이스팩도 더 많이 나온다. 장전1동 행정복지센터에 수거함을 만들어서 주민들만 하다가 활동이 조금씩 외부에 알려지다 보니 양산, 울산 등에서도 택배로 보내준다고 한다. 

 또 어울림마을공동체는 회원들에게 체계적이고 심화된 환경교육을 제공한다. 다음세대가 깨끗한 환경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엄마들이 터전을 만들어주자는 취지의 공동체이니만큼 환경교육에도 적극적이다. 김 대표는 "편리해서 막 쓰면 그 피해가 고스란히 아이들에게 간다. 아이들이 깨끗한 환경에서 살아가도록 작은 실천부터 시작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아이스팩으로 출발했으나 자원순환교육을 받다보니 일상생활에서 재사용할 수 있는 물품이 많았다. 그래서 다른 아이템으로도 재사용 운동을 할 계획이다. 또 지금은 교육을 받고 있지만 앞으로 심화교육과 강사양성과정을 이수해서 회원들이 직접 자원순환교육을 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 경력단절여성의 일자리 창출 효과가 기대되면서 기업화까지도 생각하고 있다. 그래서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는 환경교육을 할 수 있도록 회원들을 모집하고 자원봉사와 더불어 강사를 배출하는 구조로 가려고 한다. 어울림마을공동체는 시작은 미미했으나 앞으로의 전망은 창대하다. 

※ 이 기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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