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연필로 쓰세요
상태바
사랑은 연필로 쓰세요
  • 남해타임즈
  • 승인 2020.07.23 10:31
  • 호수 70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충국의 시대공감

 올림픽을 앞둔 1980년대에는 급격한 경제성장에 힘입어 컬러TV가 대중화됐고, 쇼 프로와 드라마가 대중들로부터 사랑을 받았다. 채널이 KBS와 MBC 두 방송사에 국한됐기에 콘텐츠가 많지 않았고 대중가요 또한 해마다 굵직한 신인 한두 명에 의해 유행이 선도되곤 했다. 

 지금은 몇백 개가 넘는 방송 채널을 갖추고 프로그램을 수출하는 세계최강의 문화강국이 됐고 K팝으로 위상을 드높이지만, 그 시절 우리는 거리마다 흐르는 그 해의 유행가에 애정을 쏟았다.

 작은 키에 귀여운 외모로 영화와 무대를 오가며 소녀들의 사랑을 독차지한 전영록이란 가수는 <사랑은 연필로 쓰세요>란 곡을 크게 유행시켜 오랜 기간 대중의 사랑을 받았다. 사랑을 연필로 쓰다 실패하면 지우개로 지워 다시 써가란 내용의 가사인데 살다 보면 사랑뿐 아니라 많은 실수와 실패들을 다시 지우고 새로이 해보고픈 욕구는 사람이면 누구나 느껴본 감정이며 상상일 것이다.

 한국인이면 누구나 첫 필기구를 연필로 택하며 초등학교 6년 동안 사용한다. 처음 해보는 필기라 서툴기에 지우개로 지우고 다시 쓰기를 반복하며 연습 기간을 가지는 것인데, 이 시기에는 맞춤법이 틀리거나 띄어쓰기가 올바르지 않아도 수정의 기회를 얻는다. 하지만 중학교 입학과 더불어 볼펜과 사인펜의 사용이 늘어가고 수정이 힘들어지며 혹여 수정하면 남는 흔적을 각오해야 한다. 

 돌아보면 우리의 삶이 꼭 필기구처럼 느껴진다. 부모의 보호를 받는 유년기 생활은 연필로 필기하는 듯하다. 종이를 찢어버릴 만큼의 큰 실수만 아니라면 분명 지우개 사용기회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청소년기를 지나며 우리의 인생은 볼펜처럼 쉽게 지우거나 수정할 수 없어진다.

 그러기에 삶의 필기에 한층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딸이 화이트 펜으로 볼펜도 지울 수 있는 세상이라 웃으며 얘기하지만, 삶의 맞춤법과 띄어쓰기에 더욱 심혈을 기울이자 다짐해보는 요즘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