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와 합가하니 귀촌인 혜택 없어… 결혼·출산·육아 장려정책 마련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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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와 합가하니 귀촌인 혜택 없어… 결혼·출산·육아 장려정책 마련해야"
  • 김수연 기자
  • 승인 2020.07.24 11:28
  • 호수 7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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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상주 금양마을 청년회 총무 김진수 씨

 2017년 5월에 귀촌한 김진수(37·사진) 씨는 상주면 금양마을이 고향이다. 24세 때 남해를 나가 마산, 부산, 서울에 살면서 형님 사업을 돕기도 하고 과일장사도 해보고 국립발레단 재활트레이너로도 활동했다. 

 대학에서 사회복지를 전공했지만 지금은 어릴 적 꿈이던 농사를 제대로 짓고 싶어 돌고돌아 고향마을로 귀농했다. 

 김진수 씨는 현재 금양마을 청년회 총무이자 4H 남해지역연합회 회장 겸 사무국장으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무슨 농사를 짓는지 묻자 그는 "마늘, 단호박, 옥수수 농사를 짓고 소도 몇 마리 키운다. 올해 초당옥수수를 노지에 심었는데 생각보다 기온이 낮아 발아가 안 돼 실패했다. 그래도 마늘, 단호박 농사가 잘되고 작년에 기계화를 해서 생산비를 낮추는 방식으로 괜찮은 수익을 얻었다"며 웃는다. 

 3년 전 부모님 농사를 이어받을 때만 해도 도시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생산과 판매를 함께하면 괜찮은 수익을 올릴 수 있을 거라 자신했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막상 농사를 시작하니 생산과 판매를 동시에 하기가 너무 힘들었다. 왜 농민들이 판로까지 생각해야 하는지 고민이 생기더라"고 토로한다. 

 올 10월에 결혼을 앞둔 그는 남해에서도 가장 끄트머리에 있는 상주에 자리잡는 바람에 방사선 안전관리자로 사천이나 여수에서 일해야 하는 예비신부에게 미안한 마음이 크다. 
 교통, 의료, 교육, 문화 등 청년이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정착하는 데 필요한 기본적인 것들이 부족한 남해의 환경이 아쉽다. 

 귀촌인·원주민, 교류 통한 신뢰 쌓아야
 남해에서 농부로 끝까지 살아가겠다고 결심하고 나니 눈에 보이는 아쉬움이 많다. 부모님이 이뤄놓은 만 평 정도의 기반이 있어 그나마 자신은 낫다고 위로하지만 다른 지역 친구들과 교류하다 보면 그 규모는 `새발의 피`로 느껴진다. "그네들은 몇만평씩 농사지으니 상대적으로 우리는 일단 가격경쟁력이 떨어진다. 또 화전한우, 마늘, 단호박, 시금치 등 남해는 특산물을 명품 브랜드화하는 데 늦어 품질은 좋아도 다른 지역에 밀려났다"고 말한다. 농사에서 수익을 창출할 수 없으니 청년들이 떠나고 지역이 고령화될 수밖에 없다고 진단한다. 성주만 해도 참외농사 지으러 청년들이 몰려든다는 것이다.       

 "마늘도 창녕은 20kg 기준으로 9만원대를 받았다. 남해는 3만원을 넘지 못했다. 맛으로는 경쟁력이 있는데 6쪽마늘이 가공성이 떨어져 경쟁력이 없다. 싸고 쪽수가 많은 스페인종인 대서마늘을 찾는다. 소비자도 깐마늘, 간마늘만 찾으니 그 소비패턴을 못 따라간다." 

 그는 몇 년 전부터 상주에 귀촌인도 많이 들어오고 여러 사업이 벌어지면서 주목받고 있음을 알고 있다. 상주 동고동락협동조합에 대해서도 들었다. 하지만 상주의 귀촌인(동고동락)과 원주민 사이에 아직은 신뢰관계가 형성되지 않은 것 같다고 생각한다. 

 김진수 씨는 "동고동락에는 인적자원이 많으니 지역 주민들이 하기 어려운 판매와 마케팅을 해줬으면 했지만 소통이 잘 안 되는 것 같다. 그런데 다른 일(민관협치 우수사례)로 상을 받더라. 그들만의 리그 같았다"고 아쉬움을 전했다. 그는 더 늦기 전에 동고동락이 주민들과 교류하고 협력하는 노력을 좀더 기울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진수 씨는 농사로 바쁜 중에도 청년네트워크에도 참여하고 청년 리빙랩 사업에도 선정됐다. 그런데 청년네트워크 활동은 요즘 별로 내키지 않는다. 소통이 중요하지만 행정의 성과 위주로 짠 틀대로 진행되는 느낌을 받아서란다. 그는 "청년들끼리 주민들끼리 소통하면 좋겠다. 욕만 하는 데 그치지 말고 책임지고 살아야 할 사람들이 살아갈 방안, 대안도 마련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한다.
 
 나비의 꿈, "상주 친환경단지 만들고 싶다"
 요즘 그는 남해의 청년정책과 인구증대 정책을 보면서 이미 정착한 청장년층은 상대적 박탈감과 소외감을 느낀다. "대부분은 기득권층이 다 차지하고 새로 들어온 사람들이 새로운 사업을 받는다. 원래 있던 청년들은 받을 게 없다. 그래서 포기하고 사는 거다. 끼어버렸다. 나도 합가를 하니 귀촌인 혜택을 하나도 못 받다가 분가해서야 받았다. 농업 관련 지원은 다 대출, 융자다. 실제 혜택을 받아야 하는 이들은 우리 같은 청년들이다. 저온창고 하나도 지원받기가 쉽지 않다. 사각지대다. 의외로 나 같은 청년들이 많다. 그래도 고향에 대한 애정으로 살아간다." 

 그는 "인구증대를 위한 새로운 정책이나 사업을 하더라도 현재 주민에게도 어느 정도 혜택이 가야 한다. 들어오면서 받는 혜택보다도 살면서 받는 혜택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차라리 주민들이 살기 편해지면 삶에 여유가 생기지 않을까. 의료, 복지 등이 기본이 돼야 한다"고 말한다. 또 "한두 다리만 건너면 다 아는 지역사회에서 정서상 나서지 못하는 남해 청년들을 찾아내야 한다. 이장단에 물어보면 각 마을의 청년들을 1주일 내에 조사할 수 있다"며 "나서지는 않지만 끝까지 남해에서 살아갈 청년들의 목소리를 듣고 그들을 위한 정책과 결혼축하금, 출산축하금 같은 보편적인 혜택도 마련해주면 좋겠다"고 덧붙인다.  

 끝으로 그는 "나비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답은 아니겠지만 내 날갯짓으로 일으킨 바람으로 변화를 일으키고 싶다. 나는 농사를 계속할 거다. 상주 전체를 친환경단지로 만들고 싶다. 그걸로 관광상품도 만들고. 작은 그림을 그리다 보면 어느새 그림이 커질 것이다. 처음부터 크게 그린 그림은 이루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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