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명은 나의 뿌리(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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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명은 나의 뿌리(2)
  • 남해타임즈
  • 승인 2020.08.14 10:44
  • 호수 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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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광장 │ 서관호 (본지 칼럼니스트)
서 관 호본지 칼럼니스트
서 관 호
본지 칼럼니스트

 지난 2019년 2월 28일자 칼럼에 군내 몇 개 지명을 거론하면서 지명은 인간지배성이 높은 우리의 뿌리인데 발음변이에 따라 왜곡되기도 하고, 왜정(倭政)에 의해서 고의로 바꿔치기 당했다는 사실을 언급한 바 있다.  

 오늘은 삼동면 고암리와 이동면 원산에 관한 지명 이야기를 두 분 인물들의 증언을 통해서 살펴보고자 한다. 먼저, 고암리 출신 김상곤 작가의 증언부터 보자.
 
 "삼동면 고암리(鼓岩里), 이곳에 사람이 정착하게 된 것은 남해의 공도정책(왜구의 노략질이 극심하여 섬을 비웠던 일)이 풀리자 김해김씨 삼현파(판도판서 공후집의공파) 9세손(김수로왕의 57세손) 호(鎬) 할아버지가 남원에서 건너와 처음 정착하여 그 후손들이 마을을 형성하여 김해 김씨 집성촌이 되었다.(김해김씨 판도판서 공후집의공파 파세보)

 김우영 씨의 룗동명유래집룘(2007년 남해문화원)에 의하면 마을 북쪽 바다에 떠 있는 섬 모양이 북(鼓)과 같다고 하여 북섬(고암)이라 불렀다고 한다. 그러나 1954년 행정구역상으로 `영지4리`로 바뀌었다가 1979년 다시 `고암`으로 되돌렸다고 한다.

 그런데 이 고암이라는 이름을 언제부터 부르게 되었는지 모르지만 1996년 남해 문화원에서 발행한 남해문화유적지 691쪽 제27항 김해김씨 삼현파 입남기에 보면 1650년경에 입남한 명남(命南) 할아버지의 묘소가 구암촌(龜岩村) 수곡에 있다고 되어있다. 이 구암촌 수곡마을은 지금 고암과 수장포를 말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고암은 원래 구암이었는데 언제부턴가 고암이라고 음이 변해서 불리게 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할 수도 있고, 고암 북쪽에 있는 섬이 북같이 생겼다 하여 섬북섬이라고 부르는데 여기서 따 왔을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고암마을을 윗마을에서 자세히 살펴보면 그 지형이 거북이가 바다로 들어가는 형상을 하고 있다. 이를 보면 우리나라 여러 지명들이 대개 그 생김새에 따라 지어진 것을 많이 볼 수 있는데 이 고암도 옛날에는 그 생김새에 따라 구암이라는 이름으로 불렸을 것이라고 유추해 볼 수 있지 않겠는가. 그러므로 이제 고암마을을 구암(龜岩)마을로 고쳐 불러야 맞지 않을까."

 일견컨대 고암리 역시 일제의 소행이 아닌가 생각된다. 거북은 `천년을 산다`고 할 만큼 상서로운 동물이니까 이런 좋은 이름을 쓰면 귀한 인물이 태어날 수 있고, 일본의 지배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판단으로 자행한 우매화정책의 일환이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것은 대방산에 박아놓은 쇠말뚝이 발굴된 것 외에도 전국에서 거의 지역마다 주산에 쇠말뚝을 박았고, 상서로운 이름은 죄 바꿔버린 사례들이 이를 입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음은 원산에 관한 이동면 초음리 출신 박윤덕 작가의 증언을 들어보기로 하자.

 "다초 지역뿐 아니라 이동면과 전 군민들이 1980년대까지 납산 혹은 원산으로 불렀으며 현재도 부르는 지명인데, 호구산이라고 부르는 것은 용문사 입구에 `호구산 용문사`라고 써놓은 영향인 것 같다. 1970년대에 제작된 군사지도에도 원산이라고 표시된 걸로 알고 있다." 

 필자가 국립지리원에서 발행한 지도를 확인해보니 원산으로 되어 있고, 김동수 남해군산악회장에게 산이 두 개냐고 물어봤더니 하나뿐이라고 했다. 그런데도 왜 남해군에서는 `호구산군립공원`이라는 명칭을 사용하였을까? 그 무엇 하나라도 꼼꼼히 살피고 혼선을 빚지 않는 행정이 요청된다 하겠다. 

 이상 두 번에 걸쳐 살펴본 몇 곳뿐만 아니라 바로잡아야 할 지명은 더욱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공무원이든 주민이든 잘못된 지명의 사용을 되풀이하는 등의 오류를 계속 쌓지 말고, 기회 있을 때마다 고쳐가려는 자세를 견지하고 개선에 노력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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