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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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가스
  • 남해타임즈
  • 승인 2020.08.20 11:22
  • 호수 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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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충국의 시대공감

 요즘 젊은이들에게 돈가스나 치킨을 언제 처음 먹어 보았나. 묻는다면 아마 쉽게 대답하지 못할 것이다. 

 기억하지 못할 만큼 어린 시절부터 먹었거나 귀하게 느껴본 적 없기에 그럴 것이다. 지금은 언제나 즐길 수 있는 손쉬운 먹거리이지만 우리 세대만 해도 처음 자장면과 돈가스를 먹어 본 날이 몇 살 때인지 기억하는 이가 많다. 그 시절에는 귀한 음식이었고 우리 삶이 대부분 여유롭지 못했기 때문이다. 

 부산 보수동 책방골목 부근에 살던 초등학교 시절 국제시장에서 처음 먹어 본 200원 하던 자장면과 중학교 시절 먹어 본 물냉면은 지금도 또렷하게 기억할 만큼 새로운 맛과 비주얼에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생생하다. 

 어린 시절의 우리는 친구보다 먼저 자장면과 돈가스를 먹어 본 것에 우쭐해 자랑하기 일쑤였고 아직 못 먹어 보았을 땐 서러움마저 들어 못 먹어 보았어도 먹어봤다며 억지를 부리기도 했다. 대부분 음식은 먹어봤다 하면 그만인데 그 중 돈가스만큼은 어느 손에 포크를 쥐며 어느 손에 칼을 쥐는지 물어보고 대답이 시원찮으면 `안 먹어봤는데 거짓말한다`며 궁지에 몰리곤 했다. 

 집안의 가난이 부끄러웠던 초등학교 시절 아파트에 살던 친구가 어제 돈가스를 먹었다며 "너도 먹어 봤어?" 물어오는데 자존심에 "먹어 봤다" 대답하니 포크를 어느 손에 쥐는지 되물어오기에 당황했지만 "나이프는 오른손 포크는 왼손"이라고 당당한 척 말한 적이 있었다. 

 지금도 사실 어느 손이 맞는지 모르지만, 그날의 친구는 너도 먹어 본 게 확실하다며 주변 친구에게 말하면서 거짓말은 진실이 됐고, 거짓말이 탄로 날 위기를 넘긴 기억이 아직도 마음 한쪽에 뚜렷하게 남아있다. 

 어린 시절 헛된 자존심을 지키려 했던 많은 거짓말들이 되돌아보면 헛웃음이 나지만, 성년이 된 지금도 일상생활하며 중요하지 않은 일마저 주변 이들에게 헛된 자존심을 지키려 하는 거짓말들은 없는지 생각해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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