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에선 뭍을 보고, 뭍에선 섬을 본다
상태바
섬에선 뭍을 보고, 뭍에선 섬을 본다
  • 남해타임즈
  • 승인 2020.09.10 13:23
  • 호수 71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연경의 남해일기

 아이를 재울 때 가슴을 토닥이거나, 머리카락을 쓸어 올려주며, 엄마가 섬 그늘에 굴 따러 가면~~으로 시작하는 `섬집아기`를 자장가로 많이 불렀더랬다. 옆에 끼고 키울 땐 몰랐는데, 아이를 두고 일하러 가려니 눈물이 앞을 가려 한 곡을 채 부르지 못하고 베갯잇이 다 젖도록 울었던 시절은 아주 오래된 추억이 되었다.

 폭염경보를 뒤로 하고, 한시 반에 출발하는 조도호를 타고 섬으로 나갔다. 한낮의 해는 무더웠지만, 겨우 얼굴을 가려주는 밀짚모자 그늘이 시원함을 주었다. 조도 큰 섬에 내리면 섬마을 입구에 이젠 아무도 들르지 않는 칠이 바래진 대합실이 있다. 대합실 안에서 창문으로 보는 바다가 곧 사진이다.

 섬에선 뭍을 보고, 뭍에선 섬을 본다. 섬사람과 뭍사람들이 서로에게 동경의 대상이 되었을 장면이다. `내가 이 섬을 떠나고 만다` 라든가, `나 이제 섬에 들어가 살란다`는 서로에게 하는 똑같은 언어가 아닌가 싶다.

 조도호가 순서대로 들르는 호도마을. 호도마을로 올라가는 길은 아주 가파르지만, 오백년을 지켜온 동백나무와 앞으로 오백년을 더 지켜야 할 천년의 동백나무 숲이 있고, 폐교와 낮고 작은 섬집의 뒤뜰마다 보관된 바지게, 똥장군, 그물, 부표들은 마을박물관을 연상케 한다.

 조도·호도 섬마을 주민들이 `주민의 일상이 섬의 역사가 되는 살고 싶은 새섬과 범섬`이라는 슬로건으로 살고싶은 섬 가꾸기 공모사업에 도전장을 내밀어 공모에 최종선정되었다.

 물때에 맞춰 배타고 나가 고기를 잡고, 해초를 뜯고, 민박을 찾는 손님 받고, 손님이 나가면 청소하고, 섬에서 해야 하는 일은 끝이 없다. 생업을 마치면 저녁에는 공모계획서 작성을 위해 주민들이 함께 머리를 맞댔다. 뱃일로 마디가 굵어져 곱은 손, 돋보기를 코 끝에 얹고 겨우 적어 낸 회의록과 공모계획서를 생각하면 짠한 마음부터 생긴다.

 조도와 호도, 섬사람들의 땀과 눈물, 불편, 결핍, 부족,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모든 어려움을 견디고 섬을 지켜온 섬주민들의 자부심과 자긍심을 되찾아 갈 것이다.

 주민들에겐 살고 싶은 섬, 관광객들에겐 가고 싶은 섬. 조도와 호도가 찐찐찐찐 찐이야~

 <살고 싶은 섬가꾸기 선정된 조도, 호도 섬마을 주민여러분, 축하드립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