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 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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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되기
  • 남해타임즈
  • 승인 2020.12.07 15:04
  • 호수 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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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광장 │ 서관호 본지 칼럼니스트
서  관  호수필가본지 칼럼니스트
서 관 호
수필가
본지 칼럼니스트

세상의 이기심은 날로 높아가고 개성은 분화되어 둘 이상의 사람이 뭔가를 모은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럴수록 뭔가를 모아서 만들어내는 성취나 변화는 참가자뿐만 아니라 듣고 보는 사람들에게까지 감동을 준다.

엊그제는 13년 전에 등단작을 읽은 적이 있는 한 작가가 보내온 수필집을 완독하고 `이 책은 한 가족의 역사를 기록한 역사책이구나! 한 인간이 가족을 사랑한 러브스토리구나!` 하고 생각했다. 예부터 `부부는 일심동체`라든지, `한곳을 바라보는 사람`이라든지 하는 말들은 많이 들었지만, 50년 가까이 함께 부부로 살면서도 합방을 제외하고는 그리 많은 일심동체를 이루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그런 나에게 이 수필집 속에 쓰인 사랑 보고서는 잔잔한 감동과 반성의 눈물을 보여주었다. 행복은 내 안에 있다는 것, 행복은 내 가정에 있다는 것, 나는 해보지 못했기에 더더욱 뼈저린 가르침이 되어주었다.
요즈음 나는 8년째 고향에 살면서 가끔 읍내에 들르는 때가 있다. 복지관 근처에 차를 세워두고 내려올 때는 남해초등학교를 들여다보게 된다. 내가 두 달간 기간제 교사로 근무할 적에 아이들과 뛰놀았던 그 파란 잔디 운동장이 나를 잡아당겼기 때문이다. 널리 알려진 대로 남해는 스포츠파크가 있어서 해마다 유소년 축구대회를 개최하는데 주최 측에서 축구팀을 육성하지 않을 수가 없는 것이다. 따라서 남해초등학교에는 축구부가 있고, 이웃 학교와 연습경기를 하는데 응원을 갔었다. 젊은 후배 선생님이 6학년 100여 명 아이들을 작은 손짓만으로 하나 되게 응원하는 모습은 나에게 적잖이 감동이었다. 그래서 나는 교단을 떠난 지 23년 만에 교직으로 복귀하게 되었다. 나도 어쩌면 아이들에게 뭔가를 줄 수 있을 것이라는 강한 끌림을 받았기 때문이다.

박항서는 2017년 9월부터 베트남 국가대표 축구 감독이다. 감성 리더십으로 20여 명 선수단을 하나로 만들어서 동남아지역에서 우승을 일궈낸 데 이어 연전연승으로 온 국민을 하나로 만들면서 국민영웅이 되었다. 그리하여 조국인 대한민국을 베트남과 더욱 가까운 나라로 만들기도 했다. 지금 베트남에서는 축구로 해서 국민총화를 이루고, 우리도 할 수 있다는 국민적 자부심이 하늘을 찌른다. 박항서가 코치였을 때 한국이 2002 월드컵에서 이룩한 4강신화로 붉은 악마로 물들었던 환희와 열광이 베트남에서도 재현되고 있는 것이다. 경기가 있는 날 운동장은 응원열기가 용광로보다 뜨겁고, 거리마다 응원인파가 파도처럼 밀린다. 박항서를 헹가래치고 오픈카에 태우고 카퍼레이드를 벌이는 모습은 이제 대한민국의 자부심이 되었다.

해마다 연말에는 거리에 자선냄비가 설치된다. 지난 연말에는 사랑의 온도 100도를 올리지 못한 냄비가 많았다고 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부와 선행은 이어져서 세상을 데우는 난방온수가 되어 서민들의 냉골을 데우고 있다. 자신들도 부자가 아닌, 부자는커녕 미화원 일을 하는 분들이 봉사에 동참하는가 하면 산동네에 연탄을 나르는 자원봉사자들까지 따뜻한 마음들이 모여서 일궈내는 감동의 드라마는 오늘도 계속되고 있다. 이런 봉사자들의 기사를 읽으면서 우리는 `내가 어디 나눌 만한 여유가 있어야지` 하던 자신이 부끄럽다는 생각, 한 번쯤은 해봤을 것이다. 집에 있으면서도 전화 한 통화로 1천 원을 기부할 수도 있고, 전혀 관계없는 남에게 하기보다는 내 가까운 사람에게 전화 한 통화로 축하나 위로, 격려나 응원의 말 한 마디를 전하는 것도 그들과 하나 되는 진정한 사람됨인 것이다.

부끄럽지만 나에게도 하나 되는 경험 몇 가지가 있다. 1979년 12월, 나는 LH공사 부산 해운대 AID아파트 관리소장으로 부임하였다. 5층 아파트 2,100호의 대단지인데, 처음 지은 아파트라 창틀에 물새는 집이 셀 수 없이 많고, 해풍이 심해서 불과 5년 만에 울타리와 놀이터 철제시설이 삭아서 부서지고, 벽면이 흘러내리고 옹벽이 넘어지는 등 실로 아수라장이었다. 50여 명 직원들을 총동원하여 각자 연장 하나씩을 들고 단지 한쪽에서부터 눈에 띄는 일거리들을 하나하나 헤쳐 나갔다. 도랑치고 언덕 쌓고 풀 베고 나무 자르고 쓰레기 줍고 ……. 지나온 하루를 돌아보면서 한결 산뜻해진 뒷모습에 모두들 보람을 느꼈고, 지켜보던 주민들도 변화를 실감하고 막걸리나 과일을 내놓는 데 인색하지 않았다. 이것을 나는 이름 하여 `휘몰이식 단지관리`라 명명하고, 관리부장 시절 다른 단지에서도 널리 적용하여 많은 성과를 거두었다.

90년대 초 나는 부산 모라동 영구임대 2,500호 단지 관리소장이었다. 어버이날 아침 조회시간에 50여 명 직원에게 1인당 돈 1만원씩을 지급하였다. 오늘은 시설관리업무는 하지 않고, 독거노인이나 소년소녀가장 한 사람과 파트너가 되어 하루 종일 함께하라는 지시를 하였다. 목욕, 이발, 게임, 식사, 영화관람 등 무엇이든지 상대방이 원하는 것을 하면서 하루를 보내라는 것이었다. 자식이 없는 어른과 효의 상호관계를 체험하고, 사랑이 결핍되어 비행을 저지르는 아이에게 말로는 교화가 될 수 없으므로 인정을 베풀어서 마음을 치유하는 시간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이 일이 성과가 나기도 전에 11시쯤 벌써 KBS에서 취재를 나왔다, 이런 어버이날 행사는 처음 보는 거라면서. 

그 후 나는 본직은 관리부장인데 금곡 4단지 잉구임대 아파트 관리소장을 겸임하였다. 그 후 가을에 공사가 주최하여 입주민 운동회를 개최하였다. 주민들은 학교에 다닌 적이 없거나, 있다고 하더라도 수십 년 묵힌 추억의 행사였기에 날짜를 기다리는 일부터 설레었고, 당일은 운동회를 다 마쳤는데도 흥분이 가라앉지 않아서 저녁까지도 집으로 돌아가지 않았다. 주과(酒果)를 더 마련하고 밤늦도록 놀았던 그때가 그립다. 2인3각은 두 사람이 하나 될 때 빠를 수 있고, 단체 줄넘기는 뛰는 사람이나 줄을 돌리는 사람 모두가 하나 되어야 가능한 게임이다. 게임이나 응원이나 모두가 규칙을 지키고 마음을 모아야만 겨루는 힘이 생기고 하나의 질서 속에서 하나의 행사가 완성될 수 있는 것이다.

요즈음 정치를 보면 `저렇게 무식한 이들이 정치를 하나?` 이런 생각이 든다. 정치는 국민을 통합해야 하는데 분열만 외쳐대니 어느 국민이 그들을 좋아하겠느냔 말이지. 코로나19가 창궐하여 민심이 피폐하고 경제가 곤두박질을 치는데도 좋은 정책이나 대안을 내놓기는커녕 질책과 비난과 공격만을 일삼으니 오히려 공격하는 정당의 지지율이 더 떨어지고 있다. 그런데도 뭘 믿고 그런 행동이 나오는지, 기본이 안 돼 있다는 말밖에 할 말이 없다. 세간에 이런 속담이 있다. "가만히 있으면 중간이나 하지." 쌓았다가 허물고, 또 쌓았다가 허무는 역사를 거듭거듭 되풀이하는 가정이나 나라는 미래가 없다. 지금은 온 국민이 앞으로 나아가는 일보다도 물질이든 제도든 정신이든 모두 다 깎고 다듬어서 허물어지지 않게 하는 일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을 할 때라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다.

여럿을 하나로 만드는 원동력은 인간존중사상이다. 사회는 많든 적든 무리가 공존하는 곳이다. 현대사회는 사람과 사람, 사상(事象)과 사상이 복잡하게 헝클어진 실타래처럼 얽혀 있어서 그것을 풀어낼 수 있는 열쇠는 오직 인간존중뿐이다. 자신을 낮추고 남을 배려하는 공존의 사회윤리만이 그 사회를 유지시키고 성장시킬 수 있다.
여럿이 하나 되는 것, 쉬운 것 같으면서도 어렵고, 어려운 것 같으면서도 마음만 내면 못할 일도 없다. 다만 내가 그곳에 동참하지 않는 것이 문제일 뿐이다. 3·1운동으로 빼앗긴 나라도 되찾았던 우리 민족이다. 새마을운동으로 오늘날 세계 10위권 경제대국으로 성장시킨 우리 국민이다. 대동단결하면 못할 일이 어디 있겠는가? 우리 부부, 우리 가족, 우리 이웃부터 뜻을 모아 나아가면 아무리 무서운 전염병도 물리칠 수 있고, 어떠한 난관이라도 쉬이 극복하리라 믿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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