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멍 난 양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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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멍 난 양말
  • 남해타임즈
  • 승인 2021.01.07 11:48
  • 호수 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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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충국의 시대공감

 코로나19로 인해 모임이 부쩍 줄어든 요즘 오랜만에 친구들과 운동하고 저녁식사를 했다. 

 다들 사업을 하고 나름의 여유를 가진 친구들이 자식 얘기를 나누다 본인보다는 자식들이 부자라며 이유를 나열하는데 왠지 웃음이 나왔다. 

 그중 한 친구가 "얼마나 벌면 스스로 부자라 생각하겠는가?"하고 물으니 "나는 떠먹는 요구르트 먹을 때 뚜껑을 핥아먹지 않을 때까지"라고 답하는 친구 때문에 모두 크게 웃었다. 

 그 친구는 "나는 아직 가난해 떠먹는 요구르트 뚜껑을 핥는데 아직 취업 못한 아들은 여태 한 번도 핥는 걸 못 봤으니 아들이 자신보다 부자"라며 너스레를 떠는데 집에 있는 두 딸의 생활 습관이 머리를 스쳐 지나갔다. 

 집은 없어도 누구나 차는 가지고 있는 요즘 티브이 속 주인공처럼 화려함이 없어 부족하다 느끼는 젊은이들에겐 부모세대의 배고픔과 두려움이 전달될 리 만무하다. 또한 자식에게만큼은 본인의 삶의 애환을 전하지 않으려고 한 노력이 오히려 사회를 바로 보는 시각을 막았다고 느껴진다. 

 어린 시절을 돌아보면 부족한 속옷을 며칠 입기 일쑤였고, 양말은 구멍이 나도 버리지 못하고 기워 신었다. 다른 사람에게 속옷과 양말 보일 일은 자주 없었지만 놀러 간 친구 집에서 구멍 난 양말이 부끄러워 발가락으로 구겨 잡고는 구멍을 보이지 않으려 했던 일들도 이젠 추억에서만 찾아볼 수 있게 됐다. 

 그 시절 누런 속옷과 구멍 난 양말은 단순히 가난 때문이지만 지금의 우리는 가진 것의 소중함이 남보다 나은 것인가 비교하고 낫다고 판단될 때 비로소 행복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모든 것이 풍요로운 지금 후손에게 세계 최고의 경제 대국을 물려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떠먹는 요구르트의 뚜껑에 묻은 내용물마저 귀하게 여기는 절약 정신도 같이 물려줄 때가 아닌가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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