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 음악소녀들, 예술의 전당에서 협연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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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 음악소녀들, 예술의 전당에서 협연을 꿈꾼다
  • 전병권 기자
  • 승인 2021.01.14 16:38
  • 호수 7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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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 음악소녀 조시은·하서은의 우정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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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으로 우정 쌓으며 명문대 입학
하서은, 남해군 최초 한예종 호른 전공 입학
조시은, 대구 명문 계명대 피아노 전공 입학
2002년생 동갑내기 음악소녀들. 하서은(왼쪽)·조시은(오른쪽) 학생이다.
2002년생 동갑내기 음악소녀들. 하서은(왼쪽)·조시은(오른쪽) 학생이다.

남해군에서 음악을 전공하는 학생은 많지 않다. 그 중에서도 실용음악을 제외하고 클래식 음악을 하는 학생은 더더욱 찾아보기 힘들다. 이런 와중에 조시은 남해제일고등학교 3학년 학생은 피아노를 전공하고 하서은 선화예술고등학교 3학년 학생은 호른을 전공해 남해 출신 음악인의 명맥을 잇고 있다. 남해초등학교, 남해여자중학교까지 함께 음악을 하며 자랐지만 지금은 대학교를 가는 문턱인 음악이라는 틀 안에서 서로 다른 길을 가며 새로운 도약을 앞두고 있다. 지난달 28일 심포니음악학원(읍 소재)에서 음악인생 2막을 펼칠 조시은·하서은 학생을 만나 음악과 우정 이야기를 들어봤다. 〈편집자 주〉

남해초 윈드오케스트라에서 첫 만남
 2002년, 남해에서 `조시은·하서은(남해읍)`이라는 두 음악 꿈나무가 태어났다. 두 소녀는 남해초등학교 윈드오케스트라에서 처음 만났다.
 그 가운데 유치원 때부터 피아노를 배웠던 시은 학생은 피아노가 아닌 드럼과 같은 타악기를, 서은 학생은 현재 불고 있는 호른 대신 플루트를 처음 접했다.
 시은·서은 학생은 서로 첫인상에 대해 "평범했다"고 말했다. 정확히 말하자면 많은 오케스트라 학생들 가운데 한 사람으로 기억할 뿐 크게 관심이 없었다고 한다. 그렇게 초등학교 시절 같은 오케스트라에서 호흡을 맞췄고, 남해여자중학교에 입학하던 해 심포니음악학원(남해읍 소재)에서 만나며 급속도로 친해진다. 두 친구의 우정이 본격화된 시절이다.
 특히 남해군에서는 악기를 전공하는 학생이 많지 않기 때문에 두 소녀의 우정은 깊어갔다. 그도 그럴 것이, 혹독한 훈련과 반복된 연습은 10대 소녀가 감당하기는 어려웠던 것.
 시은 학생은 "연습이 힘들고 지치다보면 서은이랑 놀았다"며 "놀았다는 것은 대중가요나 다른 장르의 음악을 연주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제가 반주하고 서은이가 멜로디로 연주하는 합주도 선생님 몰래몰래 했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어린 나이였고 학교와 학원 다니는 것 말고는 딱히 일탈할 수 있는 생각도, 방법도 몰랐던 탓이 아닐까"라고 말하며 둘은 마주보고 웃었다.
 서은 학생은 "겨울에는 난로에 머리카락을 태우기도 하며 답답했던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며 "특히 5~6년 전쯤 밤에 연습하고 있는데 지진이 크게 발생했다. 그때 시은이랑 저는  곧바로 뛰쳐나왔다"며 "나와서 보니까 호른을 두고 나와서 어쩔 줄 몰라 했다. 그런데 피아노는 들고 올 수 없으니까 난감했다"며 일화를 들려주기도 했다.
 
대학 입시 노력과 결과에 박수를
 그렇게 중학교 3년을 보내고 고등학교 입시 과정에서 서은 학생이 명문 예술고등학교인 선화예술고등학교에 수석 입학하게 됐다. 〈본지 580호 참조〉 시은 학생은 "호른 수석 합격이라니 친구지만 존경하게 됐다"며 "서은이가 얼마나 노력했는지 누구보다 잘 알기에 저 또한 감동했다"고 말했다. 서은 학생은 "선화예고에서 3년을 지내며 호른뿐만 아니라 피아노 전공 학생들을 많이 접했는데, 시은이가 입시에 도전했어도 충분히 입학할 수 있을 정도의 실력을 갖고 있다"며 "고등학교도 함께하지 못해 빈자리가 느껴졌었다"고 말했다.
 이후 2021학년도 대학 입시를 마친 지금, 서은 학생은 승승장구하며 호른 전공 1등 자리를 유지하며 한국 최고의 예술학교인 한국예술종합학교에 합격했다.
 시은 학생은 남해제일고등학교에재학하며 남해군에서는 최초로 고등학생 독주회를 개최했고, 남해청소년문화페스티벌 독주, 각종 경연과 무대에서 실력을 쌓아갔다. 그렇게 시은 학생은 대구 음악대학 명문 계명대학교 음악학과에 입학하며 음악인생 2막을 올렸다.
 서은 학생은 "대학에서도 열심히 해야겠지만 훗날 독일로 유학을 다녀와서 서울시립교향악단에 들어가고 싶다"며 "제2의 누구가 아닌 제1의 호르니스트 하서은으로 성장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시은 학생은 "저도 유학을 다녀오고 싶다. 유학 뒤에는 연주자로서 아니면 음악교사로서 길을 선택할 것 같다"며 "우선, 대학생활에 적응해보고 결정해도 늦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연습실이 아닌
예술에 전당에 서는그날까지

 고등학교 시절 몸은 떨어져 지냈지만, 남해에서는 종종 만남을 가져왔다. 올해부터는 대학생이 되고, 만날 기회가 적어질 텐데 두 소녀는 서로 무슨 말을 하고 싶을까?
 서은 학생은 시은 학생에 "예술의 전당에서 드레스를 입고 독주회를 하면 꼭 찾아가서 박수를 치고 꽃을 전하겠다"고 말하자, 시은 학생은 "둘이 같이 예술의 전당 무대에 서서 연주를 하는 것이 좋겠다"고 재치있게 받아쳤다.
 두 학생이 중학생 시절 협연하던 작은 연습실이 아닌 예술의 전당에서 교복이 아닌 드레스를 입고 협연하는 그날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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