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시대의 대한민국 50대 남성 자화상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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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시대의 대한민국 50대 남성 자화상 담았다"
  • 김수연 기자
  • 승인 2021.02.26 10:47
  • 호수 7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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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뮤지엄남해 개관기념전 여는 박범주 작가

`나 그기 있다` 전(展), 이달 27일까지
전시기획자이자 뮤지엄남해 책임PD
뮤지엄남해 개관기념전의 주인공인 설천 비란 출신의 박범주 작가.
뮤지엄남해 개관기념전의 주인공인 설천 비란 출신의 박범주 작가.

지난 5일 창선면 연곡마을에 뮤지엄남해&동창선아트스테이가 개관했다. 개관을 기념해 설천 비란마을 출신 박범주 작가의 `나 그기 있다` 전이 시작됐다. `나 그기 있다` 전은 회화, 영상, 사운드, 설치작품을 통해 일상의 것들을 시공간으로 확장하거나 부분으로 고정하는 시지각에 대한 전시이다. `있는 그대로의 바다`, `늘 한결같은 나무` 등을 매개로 한 박범주 작가의 작품 30여 점을 선보인다. 박 작가는 건축학을 전공한 건설회사의 대표이사이자 사천 사회적기업 `예술상점`의 대표를 맡고 있다. 또한 극단 `현장`의 부대표, 무대미술가, 전시·문화기획자 등으로 일을 해온 다채로운 이력의 소유자이며 뮤지엄남해에서 책임PD로 활동할 예정이다. 전시회가 한창 인 뮤지엄남해에서 그를 만나 작품 이야기를 들어봤다.<편집자 주>


`나 그기 있다` 제목부터 인상적이다 = 사람들이 제목부터 이야기하더라. 원래는 `50이 된 내가 아파트 거실에 눌러 앉아 있다`를 주제로 시작했다가 이것을 함축하고 함축해서 `나 그곳에 있다`로 했다. 이것을 다시 내가 좋아하는 고향 말로 `나 그기 있다`로 썼다.  

이 전시는 어떻게 준비하게 됐나 = 이 전시회는 지난해 코로나 사태가 터질 즈음 기획했다. 코로나 때문에 가장 많이 바뀐 것이 집에 일찍 들어가는 것이었다. 친구를 만나거나 사업한다고 늦게 들어와 저녁이 없는 삶을 살았다. 저녁을 먹으러 집에 가니 아들 3형제와 아내가 있다. 그런데 이 4명의 삶에는 가정이라는 질서와 각자의 역할들이 있었다. 나는 어디에도 못 끼고 그저 소파에 앉아 리모컨으로 TV만 돌리고 있었다. 어떻게 보면 그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는 질서판을 내가 차지하고 끼어든 셈이었다. 그런 나의 마음을 작품으로 만들어야겠구나 하고 결정했다. 50세인 내가 바라본 세상을 우주적이고 거창한 것이 아니라 가장 일상적인 것을 다루려고 했다. 

전시회에 대해 소개해 달라 = 총 세 개의 챕터로 구성된다. 첫 번째는 집에 있는 소파를 남해 두모마을 바닷가로 갑자기 위치이동을 시켜서 거기서 자연을 느끼게 하면 어떨까 생각했다. 화면에 보이는 노도는 서포 김만중이 룗구운몽룘을 썼던 곳이다. 노도에 유배돼 있는 마음과 아파트 거실에 유배돼 있는 나의 마음을 접목시켜봤다. 고향에 오면 늘 바다에 갔다. 사람들에게 내 감정의 바다를 파도소리, 바람소리로 들려줘야겠구나 싶었다. 휴식을 주려고 설치미술을 했다. 

 두 번째는 설치작가 제프 쿤스의 `꽃 강아지`를 빗대어 만든 안개꽃 강아지다. 구겐하임 미술관 앞에 있는 건물 4층 높이의 강아지를 보면서 나는 어떻게 재해석할까 생각했다. 오십 나이에 대한민국 남성들은 도대체 어떤 존재일까. 전쟁이 잦았던 과거에는 남성에게 공격성이 필요했는데 이제는 그냥 사랑받고 식물 같은 남성이 지금 21세기의 남성이지 않을까. 공격성이 배제된 식물 같은 강아지가 이 시대에 의미를 준다. 

 세 번째 챕터의 작품은 `나무 보다!`다. 아침에 산책을 하다보니 거대한 나무가 눈에 들어왔다. 그 나무를 가까이 가서 보니 너무 아름다웠다. 우리는 100년도 못 사는데 이 나무는 400~500년은 살았을 것이다. 그러면서도 아주 젊었다. 찰나의 순간 나무가 변화하는 모습을 시간대로 잘라서 한 장면 한 장면 내가 구현할 수 있는 방식으로 꾸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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