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부의 밥상에는 게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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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부의 밥상에는 게미가 있다"
  • 김수연 기자
  • 승인 2021.02.26 10:51
  • 호수 7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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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 집밥에 관한 인터뷰집
다채로운 남해의 `맛` 담아

 문어호박국, 고구마순 멸치 쌈, 굴김치, 털게미역채, 물메기찜, 참돔 미역국, 고구마빼떼기죽, 갈치호박국과 조림, 장어탕, 청각 바지락 볶음, 청각채국, 우럭조개전골, 쏙 볶음, 보리새우전, 전복과 뿔소라꼬치구이, 해삼물회, 성게미역국, 마늘쫑 멸치조림, 거지탕, 멍게조림, 문어숙회, 톳 무침…. 어부들의 손에서 살아나는 음식들의 향연이 놀랍도록 다채롭다.

 남해의 `맛`을 기록한 흥미로운 책이 지난해 12월 말 출간됐다. 남해 어부들의 음식 이야기 룗어부의 밥상에는 게미가 있다-어부들이 들려주는 남해 집밥 이야기룘(3people)다. 

 어부들은 직접 어획한 수산물을 집으로 가져가 어떤 음식을 해먹을까? 그 재료를 받아든 어부의 아내들은 어떤 음식을 해서 밥상에 올릴까? 이 책은 남해 어부들의 집밥, 향토음식에 관한 인터뷰집이다. 

 책의 저자인 최승용·한다정 씨는 "남해는 재료는 싱싱하고 좋은데 음식은 단순하고 맛이 없어"라는 여행객들의 평가에 "남해 가정집에서 해먹는 음식은 다양하고 맛이 있다"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남해 어부들과 아내들을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원시어업방식인 죽방렴부터 설천면 갯벌어업, 미조면 가두리양식, 어선어부들, 해녀들의 물질까지 남해에는 어업방식별로 건져올리는 어종도 다양하다. 그래서 해녀, 죽방렴어부, 양식어부, 어선어부, 갯벌어부 등을 만나 계절별로 어획하는 해산물의 종류, 그것을 재료로 집에서 해먹는 음식, 지금은 잊혀가지만 과거에는 있었던 음식에 대해 묻고 기록했다.

 "남해 어부의 언어를 최대한 가공하지 않고 그대로 실었다"라는 저자들의 말처럼 이 책에는 남해섬 방언들이 펄떡펄떡 살아 숨 쉰다. "간이 맞아야 돼. 간 안 맞으면은 지 아무리 맛있는 걸 해와도 맛이 없어. 간이 맞아야 게미가 있지. "(박윤자, p.19) 

 책 제목에 등장하는 `게미`라는 말은 원래 `음식 속에 녹아 있는 독특한 맛, 씹을수록 고소한 맛`이란 의미를 가진 전라도 방언으로, 남해 사람들이 음식이 특별히 맛있을 때 즐겨 쓰는 표현이다.

 저자 최승용은 ㈜헤테로토피아 대표로 문화공간 돌창고프로젝트를 운영하며 남해소리, 보호수 등 남해에서 보존해야 할 것들을 찾아 기록하는 일을 해오고 있다. 한다정은 남해에서 태어나 초·중·고·대학까지 다녔다. 호텔조리학을 전공했으며 헤테로토피아에 입사하여 지역 식재료를 활용한 먹거리를 개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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