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지원 시스템 만드는 스포츠행정가 소임 다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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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지원 시스템 만드는 스포츠행정가 소임 다할 것"
  • 하혜경 서울주재기자 기자
  • 승인 2021.02.26 11:54
  • 호수 7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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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를 빛낸 스포츠 스타 | 윤 현 용인대 교수(전 유도 국가대표)

서울올림픽 출전 양보
안타까웠지만 후회는 없어
윤 현 용인대 교수.
윤 현 용인대 교수.

 바르셀로나 올림픽 유도 은메달리스트 윤 현 선수. 많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 88올림픽 출전을 양보한 선수로 기억되는 전 유도 국가대표 윤 현 선수를 지난 4일 용인대 무도대학에서 만났다. 남해인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그의 선친(윤수동)은 삼동면 대지포가 고향인 남해인이다.

 윤 현 선수는 삼천포에서 유도선수로 성장 국가대표가 되고 지금은 용인대학 유도학과 교수로 활동 중이다. 올림픽 출전 양보, 바르셀로나 올림픽 은메달 획득 등 파란만장했던 젊은 시절을 지나 지금은 후진을 양성하고 미래체육을 설계하는 스포츠행정가로 변신 중이다.
 
초등은사의 가르침 평생 운동 밑거름
 외양선 선주였던 선친(윤수동)은 그가 4살 무렵 바다에서 돌아가셨다. 

 "아버지 돌아가시고 서른명 남짓이었던 선원들 보상까지 해 주고나니 가세가 기울었죠. 4남 중 셋째였는데 어머니가 저희 기르시느라 고생을 많이 하셨습니다. 초등학생 때 씨름선수로 도 대회 1등을 차지할 정도로 운동에는 소질이 있었는데 당시 은사님이셨던 조갑규 선생님이 씨름보다는 유도가 전망이 있다며 유도를 권했습니다."

 그렇게 삼천포 제일중학교 유도부로 입학하며 유도선수로 첫발을 내디뎠다. 선생님의 조언이 그의 인생을 바꿔놓은 셈이다.

 제일중학교에서 유도를 익힌 윤 현 선수는 삼천포공업고등학교 유도부 창단멤버로 실력을 쌓아 1985년 용인대학으로 진학, 국가대표 선수로 발탁됐다.
 

92년 바로셀로나 올림픽 은메달 수상 후 받은 맹호훈장.
92년 바로셀로나 올림픽 은메달 수상 후 받은 맹호훈장.

올림픽 출전 양보 후 방황
 뛰어난 실력에도 불구하고 행운은 그를 따라주지 않았다. 가장 아쉬운 일은 88올림픽 출전권 양보였다.

 "1987년 국가대표 1차 선발전에서 우승하면서 출전권을 얻었어요. 당연히 88올림픽에 출전하는 줄 알았는데 당시 김재엽 선수가 나보다 국제대회 우승경력이 많다는 이유로 출전권을 양보하라는 결정이 내려졌지요. 지금 생각해 보면 있을 수 없는 일이지만 당시에는 그랬어요. 삼천포에서 항의하기 위해 버스를 타고 시위하러 상경했지만 결국 어머니가 받아들이자 하시고 상경하신 분들을 설득해서 내려가셨습니다."

 받아들일 수 없는 결정은 한동안 그를 힘들게 했다. "한 3개월 방황했던 거 같아요. 김재엽 선수가 금메달을 땄지만 난 그 선수를 이겼던 사람이었으니까 더 아쉬웠지요. 방황 끝에 그래도 내가 할 수 있는 건 유도밖에 없다는 생각에 결국 다시 돌아왔습니다."

 하지만 그는 그 사건이 자신의 인생에 전화위복이 됐다고 생각한다. 졸업 후 쌍용 유도팀에 입단해 선수생활을 하며 기량을 갈고 닦았다. 덕분에 1992년 출전한 바로셀로나 올림픽에서는 은메달을 목에 걸 수 있었다.
 
공부와 운동 병행 … 새로운 길 개척
 선수생활 후 그가 선택한 길은 교육자의 길이었다. "조갑규 은사님은 운동을 할 때도 공부를 놓치 말아야 한다고 가르치셨습니다. 선생님의 가르침 덕분에 용인대에서 석사학위를 받고 제주체육고등학교에서 투기종목 감독으로 지도자의 길을 걸을 수 있었습니다."고 말한다.

 제주체육고등학교 감독으로 부임한지 3년째 제주도가 전국체전에서 종합우승을 차지하는 이변을 연출했다. 그의 제자들이 당시 체전에서 메달을 9개나 획득한 것이었다.
 "제주도에선 큰 이변이었죠. 3년 만에 이룬 성과라 뿌듯하고 보람있었다"고 말하는 윤 현 교수. 하지만 그의 노력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박사과정을 거쳐 모교인 용인대 유도학과 교수로 부임한 것이다.
 
체계적인 체육시스템 만드는 스포츠 행정가
 그가 공부를 계속한 이유는 스포츠 행정가라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다. 현대 스포츠는 현장에서 후배를 키우는 지도자의 역할을 넘어서 체계적인 지원 시스템을 만드는 스포츠 행정가의 역할이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지도자는 선수의 체력과 기술 정신력을 최고의 상태로 끌어올리는 역할이라면 행정가는 이 선수를 체계적으로 지원하는 시스템을 만들어 최고의 기량을 펼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입니다. 선수의 경기분석부터 시작해서 심판별 성향분석, 영양, 컨디션 관리까지 제공해야하지요. 특히 현대 스포츠 분야에서는 지도력보다 행정력이 승부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를 위해 대학내 활동 뿐만 아니라 유도회 전무이사, 한국대학유도연맹 상임부회장, 용무도회 전무이사, 국제용무도연맹 사무총장 등 활발한 대회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운동선수로 출발해 3개의 체육훈장(맹호장, 백마장, 기린장)을 받은 윤 교수는 "국가에서 받은 영광을 체육행정가의 역할로 보답할 것"이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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