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란한 청춘의 빛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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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란한 청춘의 빛이여
  • 남해타임즈
  • 승인 2021.02.26 11:57
  • 호수 7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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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광장 │ 이현숙 본지 칼럼니스트
이 현 숙본지 칼럼니스트
이 현 숙
본지 칼럼니스트

 봄의 시작점, 입춘이 낀 2월은 졸업 시기이다. 졸업은 끝이자 새로운 시작을 의미하기에 아쉬움 한편에는 늘 봄의 새싹 같은 설렘이 포개진다. 학교를 나와 삶의 전장에 출사표를 던진 사회 초년병의 당찬 모습에 만인의 축복이 쏟아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생기발랄해야 할 청년들이 우울증을 호소하고 있다. 우선 취업 스트레스가 원인이다. 학자금 대출을 갚기 위해서라도 일자리가 시급한데 취업문을 뚫기가 만만치 않다. 더군다나 다락같이 오른 아파트 몸값을 생각하면 정신이 아뜩할 것이다. 몇 년 새 평범한 직장인이 서울에서 아파트를 소유할 가능성은 로또 당첨 확률만큼이나 희박해졌다. 이들이 `영끌` 열풍을 주도하고 폭락장 위험을 감수하고라도 주식 시장에 뛰어드는 것은 왠지 홀로 도태될 것만 같은 위기감 때문이다.

 이들은 합리적·수평적 사고에 익숙한 신세대답게 불공정·불합리·부조리한 사회 현상과의 간극에서 오는 내적 갈등으로 괴로워한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이들을 좌절과 실의에 빠뜨리는 일등공신은 사회 지도층 인사들이다. 틈만 나면 공정과 정의에 대해 토설하지만 실상은 언행 불일치의 표본일 뿐이고 청년들의 정신건강만 해치고 있다. 

 기성세대가 즐겨 하는 충고 또한 안 하느니만 못할 때가 있다. 인생 선배로서 새내기들에게 건네는 위로와 격려인 줄은 안다. 시대적 악조건 속에서 경제 부흥의 기틀을 닦은 주역으로서의 자부심도 이해한다. 하지만 "우리 때는 말이야", "니들이 배고픈 설움을 알아?", "니들은 좋은 세상 만난 걸 그저 고마워해야 돼."로 시작되는 장광설은 자칫 `실력과 배경과 성공`의 삼각관계를 일찌감치 체득한 청년들의 반감을 살 수도 있다. 상처 입은 청춘들에게는 훈계나 훈화보다 경청과 공감이 더 필요할지도 모른다.

 신세대는 `쉰세대`와 성공 기준이 다르다. 고수입·고위직보다 자기 개발과 성장 그리고 `워라벨`과 `소확행`을 추구한다. 입학·입사 선발제도에 대한 신뢰성이 깨진 영향도 없지 않다. 물론 과거에도 `치맛바람`이나 `불공정 사다리`는 존재했다. 그래도 누구든 몇 년간 죽자고 고생하면 작은 집 한 채 장만할 정도는 얼추 되니까 상대적 빈곤감으로 위축될 일은 많지 않았다. 오히려 자력으로 승천하는 개천 출신 용들을 응원하며 주변인들도 희망을 꿈꿨다. 그런데 오늘, 용의 신분은 반전 드라마 없이 거의 `용용용` 대물림되고 있다. 

 대다수 청년들의 바람은 소박하다. 내 집을 마련하고 단란한 가정을 꾸리고 가족끼리 이따금 외식도 하고 여행도 다니면서 알콩달콩 사는 것이다. 그런데 이 평범한 꿈이 조각나지나 않을까 우려된다. 소신껏 선택한 비혼이야 도리가 없지만 집값 폭등에 따른 혼인과 출산의 감소 현상은 다함께 고민해 봐야 한다. 정부는 실효성 없는 저출산 정책에 예산을 낭비할 때가 아니다. 청년들이 혼인과 출산을 포기할 수밖에 없는 원인을 심층적으로 분석하여 청년 정책의 원점부터 촘촘히 재설계할 필요가 있다.

 개인 의견으로, 과거 서민들을 위한 최고의 재테크 금융상품인 `재형저축`의 부활을 제안한다. 다달이 푼돈을 불입하고 만기 때 고금리를 적용한 상당한 액수의 목돈을 돌려받는다면, 내 집 마련의 마중물이 됨은 물론 청년들의 구직활동에도 동기 부여가 될 듯하다. 단, 가입 자격과 가입 조건 등 엄격한 제한을 두어 제도의 악용을 막아야 한다. 국가가 청년을 미래의 성장 동력으로 활용하려면 먼저 이들을 신명나게 만드는 게 중요하다.

 이만큼 청춘들을 두둔해 주었으니 당부의 한 마디 할 자격은 있다고 생각한다. 청춘의 특권이자 무기는 패기·진취성·도전 정신이다. 실패 없는 인생도 아름답지만 몇 번을 넘어지고도 오뚝이처럼 다시 일어선 인생은 더욱 아름답고 감동적이다. 그러니 도전을 두려워 말라. 청춘의 빛은 찬란하나 이내 사그라진다. 그 빛이 머물러 있는 동안 각자 행한 노력 여하에 따라 삶의 가치가 달라진다. 안 그래도 짧은 인생이거늘 청춘의 시간을 낭비하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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