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고향바다는 내 창작의 원천이자 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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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 고향바다는 내 창작의 원천이자 희망"
  • 김수연 기자
  • 승인 2021.03.11 10:53
  • 호수 7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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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상화가 이인우 작가의 `바다-빛과 색`
`뮤지엄 남해` 개관전시회, 이달 말까지
고향 남해를 찾아 전시회를 연 이인우 작가.
고향 남해를 찾아 전시회를 연 이인우 작가.

 고현 이어마을 출신 이인우 작가가 고향 남해에서 작품 전시회를 열겠다는 오랜 꿈을 드디어 이뤘다. 남해의 새로운 핫 플레이스로 지난달 문을 연 `뮤지엄 남해`(관장 유은리)는 개관전시회로 추상화가 이인우의 `바다-빛과 색` 전(展)을 지난 5일 시작했다. 

 이인우 작가는 이번 전시회에서 바다를 테마로 추상작업을 한 30여 점의 아크릴화를 선보인다. 빛과 어우러져 추상화된 바닷가 풍경이 다채로운 색과 함께 점, 선, 면으로 구현된 작품들이 사뭇 흥미롭다. 전시 첫날 `뮤지엄 남해`에서 만난 이인우 작가는 "나에게 바다는 낭만의 바다가 아니라 생존의 바다였다"고 운을 뗐다. 

 소년시절 작가의 뇌리에 각인된 바다는 자신을 키워준 할머니가 맨손으로 굴과 바지락을 캐서 읍 새벽시장에 팔러 다니던 모습이다. 당시 많은 할머니와 어머니와 누이가 그랬던 것처럼 그의 할머니도 `바래질`로 자식들과 손자손녀의 학비를 댔고 작가는 그걸 보며 자랐다. "비오는 날 학교 다녀와서 할머니가 안 계시면 바다로 나가봐요. 그러면 저 멀리 바닷가에서 할머니가 움직이는 모습이 보여요. 그때는 할머니가 장갑이 없어 피투성이 손으로 바지락을 캐서 팔러 나갔지요. 덜컹거리는 비포장도로를 지나 시장에서 할머니가 돌아오기를 하염없이 기다리곤 했지요." 

 그에게 각인된 바다는 파랗게 아름다운 풍경이 아니라 바닷물이 빠진 뻘밭 바위에 소라가 기어간 흔적, 파도가 몰아친 절벽의 흔적들이다. 감수성 예민한 청소년기까지도 바다는 그렇게 생존과 기다림의 공간이었다. 이 기억들이 너무나 각인돼 있어 사회에 나가서도 늘 뇌리에 남아 있었다고. "파도와 바람에 쓸려나간 자유로운 선들의 흔적, 바닷가 절벽에 부딪히던 그 햇살은 잊을 수가 없어요. 그 색감은 어떤 물감으로도 만들어낼 수 없지요." 

 그래도 바다가 좋아 국립제주대학교에 진학해 미술을 전공하고 어른들을 모셔야 해서 미술교사가 됐다. 창원여고, 마산고 등에서 20여 년간 교단에 서면서도 항상 바다의 꿈을 꾸며 붓을 놓지 않았고 국내외를 통틀어 300회 이상 전시회에 출품했다. 창원미술협회장, 경상남도미술협회 부회장을 지낸 이인우 작가는 현재 창원에 거주하며 전업작가로 작품활동에 몰두하고 있다. 오래전부터 고향에서 한번은 전시회를 해야겠다고 마음먹은 그는 이번 전시를 위해 이런 아픔을 간직한 고향바다를 추상을 통해 어떻게 접근할까 고민했다고 한다.

 생존의 바다, 아픈 기억의 바다였을 텐데 색감이 다채롭고 풍부하고 아름답다. 이인우 작가는 "아픈 기억이지만 돌이켜보면 그 아픔이 승화돼 창작의 원동력이 됐어요. 지금은 그리움과 희망으로 다가오는 고향바다입니다. `바위·이끼·햇살`이란 작품에는 황갈색 우둘투둘한 바위와 그 틈의 해조류, 이끼 들이 망라돼 있고 거기에 한 줄기 햇살이 부딪혀요. 그 노란 햇살 안에도 수많은 빛이 들어 있지요." 

 줄거리(내용)를 없애고 색채만으로 작품성을 드러내는 것이 요즘 현대미술의 세계적 경향이라고 한다. 고향바다를 추상화로 새롭게 재해석한 이인우 작가의 작품들을 감상하다 보면 바다의 빛과 색이 시적으로, 은유적으로 변주되는 것에 공감과 감탄을 하게 된다. 

 이인우 작가의 `바다-빛과 색` 전은 3월 한 달 동안 `뮤지엄 남해`에서 진행된다.
 

바다-빛과 색, 90.9×72.7㎝, Mixed media, 2021.
바다-빛과 색, 90.9×72.7㎝, Mixed media, 2021.
바위·이끼·햇살, 182.0×116.8㎝, Mixed media, 2020.
바위·이끼·햇살, 182.0×116.8㎝, Mixed media,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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