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를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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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를 꿈꾼다
  • 남해타임즈
  • 승인 2021.03.11 11:25
  • 호수 7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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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충국의 시대공감

 그는 어촌에서 태어났지만, 산을 벌목해 숯을 굽는 일을 했다. 아버지를 도와 나무를 벨 때도 바다에서 조개를 잡거나 고기를 잡는 이들이 부러웠기에 빨리 성공해 배를 사서 바다 사업을 하리라 다짐했다. 하지만 그의 아버지는 일정량 이상의 벌목은 하지 않았고 적정선 이상 성장하지 않은 나무는 미래를 위해 남겨두었기에 그는 답답하게 생각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가업을 물려받은 그는 아버지의 방침과는 다르게 모든 나무를 벌목했고 운반이 쉽도록 산을 헐어 길을 만들기 시작했다. 수익이 늘자 벌목과 이동에 편한 장비를 구입해 예전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작업량을 늘렸고 산은 황폐해져 갔다. 

 어느 정도 돈을 벌자 그는 바다 사업권을 조금 사서 조개를 키우는 사업을 시작했는데 확실히 벌목사업보다는 일이 편했고 소득도 높았다. 좀 더 많은 바다 사업권을 사고 싶은 그는 주변 모든 산을 벌목했고 많은 바다 사업권을 살 수 있었지만, 주변의 모든 산은 벌거숭이가 되고 말았다. 더 벌목할 산이 없어지자 그는 전 재산을 바다에 투자했고 많은 종패를 뿌리고는 소득을 올릴 날만 손꼽아 기다렸다. 큰돈을 벌 것이란 희망에 부풀어 하루하루를 보내던 어느 날 장마가 시작됐고 그의 벌목으로 황폐해진 산들은 산사태와 함께 많은 황토물을 바다로 흘려보내고 말았다. 결국 양식하던 조개는 바다로 쏟아진 황토물에 모두 폐사했고 그는 망하고 말았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이 산과 바다처럼 하나로 연결되어 있음을 깨달은 그는 다시 본업으로 돌아가 벌목한 자리에 다시 식목하는 지혜를 가질 수 있었고 돌아가신 아버지의 벌목방침을 지킬 수 있었다. 권력이나 돈을 많이 가지려 부리는 과한 욕심이 주변을 필요 이상 황폐하게 만드는 일은 없는지 생각해보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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