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역력을 키우는 봄 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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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역력을 키우는 봄 밥상
  • 남해타임즈
  • 승인 2021.03.18 11:11
  • 호수 7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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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경의 남해일기

"청정한 남해군에 코로나 확진자 소식으로 떠들썩했다. 개인방역을 철저히 하고, 사회적 거리두기도 잘 지키고, 무엇보다 제철음식으로 면역력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

 오늘도 엄마는 산책을 핑계로 오동배이 길섶으로 다녀온 모양이다. 저녁밥상이 온통 봄이다. 쑥부쟁이 나물 무침과 우럭조개를 넣은 쑥국, 어간장을 넣은 달래장이 입맛을 돋운다. 

 "할머니, 이거 무슨 국이에요?"
 "쑥국."
 "쑤~욱국. 저는 안 먹을거예요"
 "할매가 깨끗한 데로만 댕김시로 캤다. 정월달에 쑥을 세번 묵으모 정짓간 문턱을 못 넘는다는 소리가 있는 좋은 기라. 묵어봐."
 "정짓간이 뭐예요?"
 "부엌"
 "근데, 할머니. 쑥을 먹으면 왜 부엌을 못 넘어요?"
 "지금 쑥이 올매나 좋아나서 살 찐다는 말이제."
 "아~~ 할머니, 나 돼지될까봐 안 먹을래요."

 새봄에 난 쑥을 약이라고 생각해서 끓인 쑥국을 손주들에게서는 퇴짜맞았지만, 나는 엄마가 한 땀 한 땀 깬 육지의 명품 쑥과 바다의 우럭조개의 조합을 감탄하며 먹었다. 봄을 온몸으로 안고 있는 기분이다. 나도 어릴 땐 국간장이나 액젓은 냄새가 나서, 머위나 쑥은 써서 싫어했다. 세월따라 입맛이 바뀌는 건 정말 새롭다. 요즘은 누가 가르쳐주지 않아도 액젓을 기본양념으로 하고, 겨울을 이겨내고 땅에서 올라오는 것들을 귀하게 여기게 되었다. 목련이나 개나리, 진달래가 알리는 봄소식보다 쑥이 얼마나 자랐는지, 초벌부추가 나오는지에 관심이 간다. 촌사람의 탈을 쓴 미식가로 애써 위안 삼는다. 어릴 적 새봄이 되면 엄마는 늘 들로 나물 찾으러 나가셨다. 머위, 달래, 쑥, 돌나물, 쑥부쟁이, 두릅.

 쌉싸레해서 입맛을 돌게 하고 약간의 독성이, 건강하게 해준다는 엄마만의 믿음으로 늘 건강한 밥상이었다. 내 몸만 꼼잭이면 무언가를 얻을 수 있는 들판은 우리 모두의 것이기도 했다.

 겨울을 지나 봄이 되면 시장은 여느 때보다 많이 북적인다. 언 땅이 녹으면 심으라고 나무시장이 열리고, 밭에서 올라오는 냉이와 목글래, 부추, 논 언덕에서 쑥이나 머위를 캐서 시장에 선보인다. 사시사철 먹고 싶은 나물도 클릭 몇 번으로 집 앞으로 배송되는 시대지만, 땅에서 갓 캔 봄나물을 먹어야 비로소 제대로 된 봄을 맞이 하는 것 같다. 

 청정한 남해군에 코로나 확진자 소식으로 떠들썩했다. 개인방역을 철저히 하고, 사회적 거리두기도 잘 지키고, 무엇보다 제철음식으로 면역력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 코로나19는 사람을 피해 다니도록 하고 있지만, 곧 사람 곁에는 사람이 함께 하는 시간이 될 것이다. 한겨울의 세찬 폭풍우 같던 코로나19를 잘 극복하고 고운 햇살 담뿍 받는 계절을 기다린다.
 
 힘내세요, 남해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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