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연극 거장 방각(方覺) 김흥우(1940.10.15.~2018.4.1.) 남해국제탈공연예술촌(이하 탈촌) 초대 촌장에게 탈촌은 그야말로 인생의 마지막 안식처와 같았다. 그의 손때 묻은 작품과 발자국, 숨결, 흔적까지도 아직 탈촌에 남아있는 듯하다. 매년 4월 1일은 김흥우 촌장의 기일이다.
지난 1일 탈촌 실험극장에는 김흥우 촌장의 3주기 추모식이 열렸다. 남해문화원(원장 하미자)에서 손수 준비한 이날 추모식은 코로나19 탓에 5인 이하로 조촐하면서도 정숙한 가운데 진행됐다. 평소 담배를 좋아했던 김흥우 촌장의 기호를 고려해 향 대신 담배를 태울 수 있게 마련됐고 국화와 저마다의 방법으로 인사를 올릴 수 있게 제단이 준비됐다.
이날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실험극장은 온전히 추모식을 위한 장소로 마련됐지만, 코로나19 영향과 홍보가 제대로 되지 않아 방문하는 이는 안타깝게도 많지 않았다. 3주기 밖에 되지 않았는데, 남해문화예술을 위해 헌신한 김흥우 촌장에 대한 예우가 뒤안길로 사라지는 것 같아 씁쓸한 날이기도 했다.
평소 김흥우 촌장에게 문화와 예술을 배우고 따랐던 김미숙 남해문화원 사무국장은 "촌장님이 세상과 작별하시고 난 뒤 탈촌에 발을 들이기가 어렵다"며 "탈촌에만 오면 촌장님 생각에 저절로 눈물이 난다. 입구에서부터 보이는 꽃과 나무를 가꾸셨던 모습, 친절히 탈촌에 대해 설명하며 남해에 대한 애정을 보였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다"고 말했다.
하미자 원장은 "2주기 추모식도 공식행사로 열리지 못했는데, 올해마저도 생략해버리면 촌장님의 명맥이 점점 희미해지는 것 같아 방역수칙을 지켜가며 진행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날 따뜻한 햇살이 내렸지만 바람이 꽤 불었던 탓일까? 사진 속 김흥우 촌장의 미소가 아련한 느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