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장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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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해타임즈
  • 승인 2021.04.08 11:42
  • 호수 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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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충국의 시대공감

 어린 시절 시골 마을은 두어 평 남짓한 공간에 술과 담배와 더불어 간단한 생활용품을 판매하는 구판장이 있었다. 그 시절은 가정마다 현금이 넉넉지 않았기에 공책에 외상을 달아두고 수입이 생길 때마다 결제하곤 했다.


 당시는 교통이 불편하고 수입이 없어 대부분 농사를 짓고 고기를 잡으며 자급자족하며 살았지만 빠른 경제개발에 힘입어 소득이 높아지자 생필품의 구매가 늘어가고 유통의 구조도 급변했다. 슈퍼마켓에서 대형할인점으로 구매패턴이 변하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인터넷으로 주문하고 집에서 배송을 받는 시대가 됐다. 공장에서 대리점을 거쳐 매장에 납품하고 소비자에게 전달되던 유통구조가 공장에서 소비자로 바로 직배송되며 두 단계의 중간 상인이 없어져 일자리가 줄어드는 현상이 생기긴 했지만, 직배송에 필요한 수많은 택배회사가 생겨났고 날로 수요는 늘어만 가고 있다. 


 변화하는 소비형태는 어쩔 수 없는 일이겠지만 대부분 일회용 용기에 담긴 상품에 택배물의 포장까지 더해지자 환경문제 또한 더욱 심각해지는 실정이다.  때로는 구매 상품보다 겹겹이 싸여 배송되는 포장지를 보고 있노라면 상품을 구매한 것인지 포장지를 구매한 것인지 혼란스럽기까지 하다.


 돌아보면 우리의 모습도 이와 비슷해 보인다. 아무리 화려한 포장 속 물건도 사용을 위해서는 개봉해야 하듯 우리의 삶 또한 외모만을 화려한 포장으로 잘 가꾸고 꾸민다 한들 결국 인품과 능력만이 사회생활에 사용될 뿐이라 생각한다.


 외관을 잘 가꾸는 것이 상대에게 호감을 살 수 있는 요건이라면 내면을 잘 다듬는 것은 세상에 대한 기본 예의라 생각되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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