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의 42.1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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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의 42.195
  • 남해타임즈
  • 승인 2021.05.28 14:25
  • 호수 7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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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고향, 나의 삶 90│ 碧松 감충효
碧松 감 충 효시인 / 칼럼니스트
碧松 감 충 효
시인 / 칼럼니스트

고향의 강진 해변 풀코스 뛰던 날에
힘 조절 끝내 못해 막바지에 헤맸지만   
내 생애 이정표 하나 고향땅에 꽂았다

2007년 5월 20일 보물섬 마늘 축제 마라톤 대회. 전국에서 내로라하는 마니아들을 포함한 많은 동호인들이 참가했다.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황영조 선수의 지휘에 따라 스트레칭을 마치고 풀코스 출발선 맨 앞에 섰다. 어느새 집사람이 잔디구장 안쪽 내 옆에 서 있었다. 걱정스런 눈빛이다. 이 나이에 무슨 마라톤이냐고 극구 말렸지만 결심을 굳힌 나의 의지에 걱정하며 어쩔 수 없이 따라 나선 것이다.
출발을 알리는 팡파르와 함께 풀코스가 맨 먼저 출발이다. 공설 운동장을 한 바퀴 돌고 읍내거리를 지나 유림동을 끝으로 차산 선소 길로 접어든다.
선소와 토촌 중간쯤을 정신없이 달리고 있는데 마라톤 마니아이며 미조 답하에서 해사랑 전복집을 운영하시는 남해마라톤클럽 회원 장용희 님께서 가까이 다가와서  해주시는 말씀…
"벽송님, 지금 이 속도는 3시간 30분에 들어 올 수 있는 굉장한 속도입니다."
12㎞ 지점에서는 한영찬 감독님이 너무 빠르다고 또 지적해주신다.
오버페이스 하고 있다는 것을 그때야 알았다. 장용희 님이나. 한영찬 감독님은 풀코스를 엄청나게 여러 번 달려온 마니아들인데 이분들보다 앞서서 뛰고 있다는 것은 분명 뭐가 잘못된 것이라는 걸 그때야 알아차린 것이다. 오버페이스의 결과가 어떤지는 그 쓴맛을 본 사람만 아는 일이다. 완주에 대한 불안감, 30~40km에서 받을 고통의 검은 그림자가 어른거리지만 일단은 뇌리 속에서 빨리 지워버린다.
초음들판, 석평리, 이동면의 중심지 무림, 난음, 그 다음 영지를 지나 지족해협으로 들어선다. 저 멀리 창선교가 남해 본섬과 창선도를 이어 해협에 반공을 그리며 그림처럼 떠 있다. 창선교를 지난다. 죽방렴이 지족 손도의 소용돌이치는 물살을 가르고 있었다. 바다 위에 걸린 창선교를 지나 왼쪽 광천리로 가는 오르막 길에  풀코스의 반환점이 기다리고 있었다.
30㎞ 지점에서는 부부 주자를 비롯해 고작 일곱사람 정도가 필자 뒤를 이어 멀찍이 뛰어오고 있었다. 결승선을 5㎞ 앞둔 표지판, 보통 때의 이 거리는 미미한 거리지만 온몸이 말을 듣지 않는 상황에서 체력의 고갈에 따른 부담과 고통은 말로 다 할 수 없다. 토촌과 선소의 중간 지점이다. 나의 잔뼈가 굵은 이 강진바다 해변 길은 나의 꿈과 희망을 키워준 보금자리와 같은 곳이건만 오늘은 엄청난 고난의 길이 되어 나를 괴롭히고 있었다.
마지막 주자 그룹을 응원이나 하듯 거의 경보 수준으로 뛰어오는 나를 카메라맨이 사진을 찍는다. 공설운동장 입구에 오니 한영찬 감독님과 심창호 후배가 나를 부축하다시피 해서 결승선으로 인도한다. 풀코스 완주 결승라인을 통과한 것이다.
다시 풀코스에 도전하기가 겁이 나고 피로해진 근육이 제자리로 원상복귀 되려면 얼마를 지나야 될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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