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0리 남해바래길에 부는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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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0리 남해바래길에 부는 바람
  • 남해타임즈
  • 승인 2021.06.04 10:33
  • 호수 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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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부경의 남해바래길이야기①

 요즘 사람들은 먹고 살기 위한 초근목피 시절을 지나 삶의 질을 생각하며 인생을 생각하며 건강을 생각하며 여가를 활용해 정신과 육체를 단련하는 가장 기본인 걷기운동에 빠져 있다. 즉 100세까지 얼마나 건강하게 살 것인가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이다.


 이 시대에 적응하기 위해 밥을 적게 먹고 살찌는 것을 두려워하고 동물성 고기를 멀리하는 채소위주 식단으로 바뀐 지 오래되었고, 주위를 살펴보면 시간이 나는 대로 아침 저녁으로 운동한다고 운동장, 헬스장, 마을길, 바래길, 등산길이 비좁다. 만약 코로나가 없었더라면 남해는 밀려드는 등산객으로 몸살을 앓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지런한 전국 걷기 마니아들은 2~3명씩 코로나의 방역수칙을 준수해 가면서 동해안 750㎞ 해파랑길, 남해안의 1,470㎞ 남파랑길, 서해안의 1,800㎞ 서해랑길, 남해군의 231㎞ 남해바래길을 1개월에서 ~5개월 이상 정신없이 누비고 다닌다. 저 사람들은 외계인인가? 정신이 있는 사람들인가? 그 힘든 고행길을 뭐 한다고 하루도 아니고 열흘도 아니고 두 달 석 달을 집에도 가지 않고 걷는 것일까?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은 들어봤어도 남해바래길은 들어 본 적이 많지 않다. 무릎이 좋지 않아 걷기가 어려워 나지막한 읍내 남산공원에만 올라가려 해도 숨이 가뿐 내가 남해바래길 완주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 것은 지난 3월 어느 날의 일 때문이었다. 지난 3월 중순 남해바래길 탐방센터에 근무한 적이 있었는데 60대 중반으로 보이는 여성분이 촉촉이 젖은 등산모자를 눌러쓰고 상기된 얼굴로 스마트폰에 장착된 바래길 앱을 보여주는데 동해안 해랑길을 다 돌고 남파랑길 부산에서 시작해 남해까지 걸어왔고 남해의 바래길 19개 코스를 다 돌고 왔다는 것이다. 거리를 치면 남해바래길을 포함해서 1,600㎞가 넘는 거리이다. 겉으로 보기엔 저 연약한 몸으로 4천리를 걸어서 왔다는 그 분은 생글생글 표정으로 활기차 넘쳐보였다. 

 "왜 걷는 겁니까?"고 물었다. "다리가 아팠었는데 그냥 걸어 봤어요, 지금도 그냥 걸어요" "지금은 안 아프세요?" "아픈 데가 없어지고 잠도 잘자요. 잡념이 없어요. 변비도 없어졌어요. 하루라도 안 걸으면 잠이 안 와요" "아!" "예~" 걷는 것에 푹 빠져 있는 것이었다. 


 그 분이 아무런 연고도 없는 남해의 바래길 19개 코스를 다 돌고 왔다고 했을 때 나를 되돌아보았다. 나는 남해출신인데 남해를 얼마나 알고 있는가! 남해를 다 알고 있다고 착각에 빠져있었음을 그때서야 알았다. 나는 남해바래길 인증 샷 설치 이전에는 서너 개, 설치 이후에는 고작 1개를 돌고 있을 때였다. 그럼 나도 할 수 있을까? 남해 한 바퀴를 돌아볼까? 이렇게 해서 바래길 완보에 도전한 것이다. 

 4월 말까지 행사, 집안일 등 모든 여건을 고려해 걸을 수 있는 날짜를 산출해보니 13일 정도였다. 이 정도면 19개 코스를 다 돌 수 있다고 판단하고 몸풀기에 들어갔다. 가벼운 배낭을 메고 제일 쉬운 노량산성길 3.2㎞를 4월 17일 35분에 돌고 나니 자신감이 붙어 4월 21일에 1번, 2번 2개 코스, 4월 23일에 이순신호국길을 포함해서 3개 코스 이렇게 해서 하루에 2~3개 코스를 아침 6시부터 저녁 6시까지 돌다 보니 드디어 5월 4일 오전 10시 앵강다숲길을 끝으로 완보자 제78호가 되었다. 


 동행자 없이 혼자서 걷고 달리고 휴식시간 없이 걸으면서 끝나면 바로 올라오는 남해바래길 앱 인증뱃지가 붉은 글씨 푸른 그림으로 살아서 하나씩 등장하는 성취감에 유혹되어 남해바래길 일주를 마쳤다.


 이젠 남해바래길과 남파랑길이 중복되는 11개 코스가 있는데 여기를 찾아오는 걸음 매니아들은 80~90%가 남파랑길 걷는 여행객들이다. 즉 남해사람이 아닌 다른 지역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제주 올레길 안내자처럼 이분들의 안내자가 되고 싶어 다시 한 번 시나브로 도전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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