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센 소나기 속 가장 큰 우산으로 동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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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센 소나기 속 가장 큰 우산으로 동행
  • 전병권 기자
  • 승인 2021.07.16 10:08
  • 호수 7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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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수진 남해경찰서 여성청소년계 순경 선행
안수진(가운데) 남해경찰서 여성청소년계 순경이 지난 9일 남해읍 버스정류장까지 한 할머니에게 우산을 씌워주면서 동행하고 있다. 할머니에게 우산이 기울다보니 이미 안 순경은 비를 맞이 맞은 상태다.
안수진(가운데) 남해경찰서 여성청소년계 순경이 지난 9일 남해읍 버스정류장까지 한 할머니에게 우산을 씌워주면서 동행하고 있다. 할머니에게 우산이 기울다보니 이미 안 순경은 비를 맞이 맞은 상태다.
업무 차 회의장으로 가던 안수진 순경.
업무 차 회의장으로 가던 안수진 순경.

 갑작스럽게 거센 소나기가 내리는  상황에서 보통 사람들은 비를 피하기 위해 처마 밑이나 건물 안으로 뛰거나 우산을 급하게 구입한다. 그런데 몸이 불편한 사회적 약자라면 어떨까? 주위의 도움이 없다면 비를 맞을 수밖에 없는 확률이 매우 높다.


 지난 9일 남해읍에는 오후 1시 30분부터 오후 2시 10분여까지 거센 소나기가 내렸다. 소나기가 내리는 순간 허리가 굽은 한 어르신이 몹시 당황하는 상황이 연출됐다. 남해경찰서 입구 근처에는 어르신을 못 본척 지나가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런데 당황하고 있는 어르신을 향해 한 숙녀가 우산을 내밀며 어르신과 함께 쓰며 "괜찮으세요?"라고 물었다. 그때서야 어르신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어르신은 몸이 불편한 탓에 걸음이 무척이나 느렸지만, 이 숙녀는 어르신에게 목적지와 용무를 물어가며 천천히 걸음을 맞추며 동행했다. 어르신이 계속 걷는 것이 힘들어 잠깐 쉬어가기도 했다. 


 자신은 비에 젖어가고 있었지만 이 숙녀는 어르신 방향으로 우산을 기울이며, 어르신의 목적지인 버스정류장까지 약 20분이 넘는 동행을 무사히 마쳤다. 


 이 숙녀의 정체는 `안수진(27) 남해경찰서 여성청소년계 순경`으로, 그녀는 업무차 회의에 가는 길이었다고 한다. 어르신과 동행하는 바람에 회의에는 늦었지만 마음은 가볍다는 안 순경. 


 당시 상황 설명과 심경을 묻자, 안 순경은 "할머니가 비를 맞고 있는 모습을 보면 누구라도 마음이 불편하지 않느냐"며 "허리도 많이 굽으셨고 홀로 계신 것 같아 바로 우산을 씌워드렸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할머니의 목적지가 멀지 않아서 끝까지 모셔야겠다고 생각했다"며 "당연한 일인데 이런 일로 보도되는 게 민망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 속에서 할머니는 무척 당황한 상태였다. 어르신이자 사회적 약자를 아무도 챙겨주지 않을 때 안 순경의 우산은 세상에서 가장 크고 고마운 존재였을 것이다.
 혹자는 "우산 하나 씌워 준 게 뭐 대수라고", "경찰이니까 당연히 해야 하는 일 아닌가"라며 퉁명스럽게 말할 수도 있다.


 이에 대해 이렇게 답하고 싶다. 많은 사람은 아니지만, 안 순경이 우산을 내밀기 전 그냥 지나쳤던 사람들은 각자의 사정이 있었을 것이다. 또, 안 순경이 경찰이었기 때문에 우산을 함께 쓰고 갔을까? 우산 씌워주는 일은 경찰이 아니더라도 누구라도 할 수 있는 일인데 말이다. 


 갈수록 삭막해지는 남해군 지역사회가 좀 더 나와 우리 이웃을 돌아볼 필요가 있는 지금에서 안 순경의 우산은 많은 의미를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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