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심 가져달라 아우성치는 실화 바탕 영화, 미쓰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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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 가져달라 아우성치는 실화 바탕 영화, 미쓰백
  • 김희준 기자
  • 승인 2021.07.16 10:16
  • 호수 7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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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준의 영화로 만나는 세상

무거운 주제 담았지만 후유증 없이 볼 수 있는 영화
현실의 구원자, 감시자, 울타리는 당신
제작사 배, 배급사 리틀빅픽쳐스, 영화 [미쓰백] 포스터
제작사 배, 배급사 리틀빅픽쳐스, 영화 [미쓰백] 포스터

 뉴스로 방송되는 모습조차 보고 싶지 않은 일들이 몇 가지 있다. 아동을 대상으로 하는 폭력과 학대는 누구라도 그러하겠지만 듣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무거워지는, 너무나도 불편한 일이다. 영화배우 한지민이 그간의 이미지를 깨고 영화 <미쓰백>의 주연을 맡아 개봉했을 때, 그녀가 어떤 연기를 보여줄지 너무나도 궁금했고, 대표 포스터 사진과 몇 개의 스틸 사진에서 느껴지는 거칠고 어두운 분위기에 배우들이 어떤 식으로 녹아들었는지도 궁금했지만, 결국 여태 영화에 손을 못 대고 있었다. 영화 중반에 학대 부부가 스마트폰을 검색하는 장면과 티비에 암매장 뉴스가 나오는 장면이 있는데, 검색해보니 `평택아동 암매장사건` 인 듯하다. 실제 그 사건 학대 내용이 다소 순화돼 영화 전반에 쓰인 것으로 보인다.

누군가를 구하려면
나를 먼저 구해라

 영화는 역시나 도입부부터 암울하다. 분위기만 암울한게 아니라 화면도, 소품이나 장치들마저도. 무슨 사연인지 친엄마의 죽음을 마주하고도 별 감정이 없어 보이는 백상아를 연기한 한지민은 말투도, 의상도, 메이크업도 내가 알던 드라마의 청순한 여주인공이 아니었다. 극중 백상아는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낸 후 자신을 지키다 전과자가 됐다. 살인미수로 복역한 전과자란 낙인은 정상적인 삶을 불가능케 했고 자신의 모든 불행과 힘든 인생은 어린 시절 자신을 버린 엄마 때문이라 생각하며 그녀는 덮을 수 있는 모든 갑옷을 마음에 두른 채 마치 세상엔 아무 관심 없다는 듯 그저 살아있을 뿐이다. 그런 그녀 앞에 지은이란 아이가 등장한다. 지은은 심각한 가정폭력과 학대를 하루하루 버티며 살아가는 중, 학대의 흔적이 역력한 지은을 몇 번 마주친 후 조금씩 마음을 열게 된 백상아는 지은을 지옥에서 구해내고 싶지만 세상의 법은 학대당하는 지은의 편도, 세상을 등진 백상아의 편도 아니었다. 사회의 경계 위를 걸으며 죽지 못해 살아가는 자신의 처지 또한 지은의 구원자가 되기에는 맞지 않는다는 것을 스스로도 알고 있었다.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결국은 백상아가 자신의 엄마를 용서하고, 스스로를 용서하는 과정이다. 지은을 구함으로서 백상아 자신을 구한 것이다. 


 영화 후반부, 터널 아래를 넘어가며 그림자를 경계로 지은에게 단 한 발짝도 어둠 속으로 들어오지 못하게 해놓고 정작 자신은 어둠의 경계를 넘어가 살인을 저지를 뻔하지만 결국 지은에게 돌아온다. 영화라서 과장된 표현도 있었겠지만 반대로 영화라서 행복한 마무리를 볼 수 있었던 점은 개인적으로 다행이었다. 
 
 이지원 감독은 이 영화로 2019년 백상예술대상 영화부문 신인감독상을 수상했고, 주연의 한지민은 2018년, 2019년 청룡영화상, 백상예술대상, 런던동아시아영화제 등을 비롯, 9개 영화관련 단체에서 여우주연상과 연기상 등을 휩쓸었다. 지은을 연기한 배우 김시아는 단편영화로 데뷔, 겨우 두번째 영화였지만 뛰어난 감정표현과 연기력을 보여주며 아역상과 여우주연상 등을 수상했다. 알려지지 않은 해외영화제 수상이 더 있을지 모른다. 무심한 듯 진심 충만한 극중 형사 장섭 역할의 이희준, 김선영 배우 등 주·조연들의 연기도 훌륭했지만 개인적으로 백상아의 초반 분위기를 잘 잡아준 의상과 영상이 정말 훌륭했던 것 같다. 


 타이밍이 딱딱 맞아 떨어지는, 소위 개연성 떨어지는 장면도 있다. 위기의 순간 등장하는 구원자, 너무나 유능하고 정의감 넘치며 인간미까지 갖춘 캐릭터는, 영화니까 있어 줘야 한다. 현실엔 없더라도 영화 속에선 있어 줬으면 좋겠다.
 
 이 순간에도 어디엔가 학대 당하는 아이가 있을지 모르고, 학대하는 자는 우리 이웃일지도 모른다. 우리는 바로 얼마 전에, 우리 주변에서 그런 경험을 했다. 고인이 된 여중생에게 집은 감시의 사각지대였다. 영화 속에선 지나가는 자동차 블랙박스에도 증거장면이 잘만 찍히고 형사는 잘만 찾아내던데, 왜 우리 눈엔 학대의 징후가 안 보였을까? 


 장애아동 학대 실화를 바탕으로 엄청난 사회적 파장을 일으켰던 영화 <도가니>, 일명 "칠곡계모사건" 실화 바탕의 <어린 의뢰인>, 어린이 실종사건 바탕의 <그놈 목소리>, 개구리소년 실종사건 바탕의 <아이들>…영화는 계속해서 학대받는 아이들에게 관심을 가져달라고 외치고 있었다. 우리는 남의 일에 관여하기 싫어서, 괜한 분쟁에 휘말릴까 두려워서, 훈육에 불과하다 생각해서, 온갖 이유로 기를 써가며 관심을 주지 않으려고 한 건 아닌지 모르겠다.


 불편하지만 많은 사람이 관심을 갖고 보고 느껴야 뭐가 됐든 변한다. 언젠가는.

 

▶ 제작사 배
▶ 감독과 각본 이지원
▶ 출연 한지민, 김시아
           이희준, 장영남
           김선영, 이정은 외
▶ 개봉일 2018년 10월 1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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