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남철에 얽힌 추억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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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남철에 얽힌 추억 하나
  • 남해타임즈
  • 승인 2021.07.16 10:22
  • 호수 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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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고향, 나의 삶 97
碧松 감충효 | 시인 / 칼럼니스트
碧松 감 충 효 시인 / 칼럼니스트
碧松 감 충 효
시인 / 칼럼니스트

지남철 끈에 묶어 모래밭을 돌아보면
녹 슬은 쇳가루가 무수히 달라붙어
흙속에 쇠도 있음을 알아차린 그 유년.
 

 지남철(指南鐵), 어린 시절 이 지남철로 그중에서도 말굽처럼 생긴 것을 줄에 묶고 모래바닥에 한참 끌고 다니면 참 신기하게도 녹슨 못도 찰싹찰싹 달라붙어 신기하기 짝이 없었다. 그냥 흙이나 모래로만 보였던 것들이 그 실험으로 비로소 모래와 흙에도 철가루가 섞여있다는 것을 알았고 자석 위에 종이를 얹고 철가루를 그 위에 뿌려보면 신기한 철가루의 선이 규칙적으로 품어 나오는 자연 현상에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그 후 세월이 어느 정도 흐른 후에야 그것이 눈으로 볼 수 없는 자력선의 힘이라는 것을 알았고 이 지남철의 자력선이 우리 생활에 얼마나 많은 영향을 끼치는가도 알게 되었다.


 어쩌다가 정전이 되었을 때 그 갑갑함이란 이루 말할 수 없었는데 그 전기란 것도 이 지남철의 회전을 통해서 나온다는 것을 안 것은 초등학교 6학년 자연 시간이라고 기억된다. 그리고 그 자연 책에 나온 발전기란 것을 만들기 위해 스피커 하나를 요절 낸 것도 지금 생각하면  추억이라면 추억이다.


 그 발전기를 만든다고 스피커 속에 있는 지남철을 분리했다가 원형대로 맞춰놓지 못해 집안 어른들께 혼이 나고 급기야 새로 스피커를 구입해야 했던 일을 생각하면 웃음이 나온다.


 그때 왜 그토록 발전기를 만들어 보려는 호기심이 그리도 강렬했는지….


 50년대와 60년대쯤에는 농촌의 마을에 진공관 라디오가 한 동네에 하나 있을까 말까했다. 그래서 읍내 제일 약방 옆 유선 방송사에서 전파를 잡아 증폭된 것을 집집마다 유선으로 보내주고 그 사용료를 보리나 쌀로 받던 시절이었다.


 그때 그 스피커를 켜놓고 『수허전』이나 『삼국지』, 『호동왕자와 낙랑공주』, 『동명성왕:주몽』,『북한 7300일』, 『5분 드라마 김삿갓 북한 방랑기』, 『잃어버린 장미』, 『삽다리 총각』 아침 드라마 『창문을 열고』. 그 외 신라의 삼국통일 과정을 그린 드라마 등 연속방송을 듣던 그 진지한 모습들을 생각하면 라디오 방송이 요새 텔레비전을 시청하는 것보다 훨씬 상상력을 자극하는 효과가 있었다는 것을 지금에 와서 오늘날의 텔레비전과 비교해보면 쉽게 알 수 있다.


 텔리비젼처럼 모든 것을 친절하게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것보다 그 때는 읽기 아니면 듣기가 주된 매체였기에 훨씬 상상력을 발휘할 수밖에 없었던 같다.


 그 시대로 부터 50여년이 지났건만 그때 그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던 그 음악과 스토리들이 지금까지도 잊혀지지 않는 것은 이를 뒷받침 해주는 확실한 방증이 아닐까? 


 어릴 적 지남철 이야기가 불현듯 생각난 것은 무엇 때문인지 잘 모르겠다. 그냥 동심으로 한 번 돌아가 보는 것일까? 그 시절에 사물을 받아들이는 정서는 단순하면서도 깊이가 있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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