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기 쏟아지는 들판이 나에게 무엇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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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기 쏟아지는 들판이 나에게 무엇이기에
  • 남해타임즈
  • 승인 2021.07.23 11:22
  • 호수 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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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고향, 나의 삶 98
碧松 감충효 │ 시인·칼럼니스트

연죽천 도랑가에 옛 추억 흘러간다
털 달린 가위발로 미끼 물고 끌고 갈 때
다른 쪽 발에 채우는 한 판 승부 올가미.

 
 어릴 적 들녘에 비가 쏟아지고 도랑물이 불어나면 아버님께서는 대를 쪼개 만든 큰 멍석만한 발을 메고 가셔서 이 도랑에 걸치신다. 필자는 옆에서 그 발위로 기어오르는 손바닥 보다 큰 온몸이 푸르뎅뎅한 껍질에 윤기가 좌르르 흐르는 참게를 주워 담기만 하면 되었다. 간혹 팔뚝만한 뱀장어도 튀어 오르는데 그것의 처리는 아버님이 하셨다. 한 시간 정도면 벌써 참게 50 여 마리, 묵직한 뱀장어 서 너 마리가 망태기를 채운다. 


 참게는 쪄 먹기도 하고 게장을 담그기도 하였으며 뱀장어는 이웃하고 모여서 숯불로 구워먹는데 그 고소한 냄새에 동네가 시끄러웠다. 망운산에서 발원하여 읍성 동쪽 죽산 마을 하마정들을 적시고 강진바다로 향하는 봉천주변의 늦여름과 초가을의 풍경 한 토막이다.  

碧松 감 충 효 시인 / 칼럼니스트
碧松 감 충 효
시인 / 칼럼니스트

 

 이 날 필자는 읍내의 봉천이 아닌 서면의 연죽천 정자 옆에서 참게를 낚던 일들을 반추해본다. 연죽천은 남해의 진산 망운산과 새방 골의 맑은 물이 합류하는 남해에서는 제일 깨끗한 물이 흐르는 하천이어서 관계기관에서는 이곳에 참게 씨를 뿌려서 관리를 하고 있었다. 청년 시절 들판의 벼가 누렇게 익어 가면 필자는 친구와 함께 미꾸라지 미끼를 끼운 대꼬챙이와 올가미 대를 가지고 이곳으로 참게를 낚으러 오곤 했는데 어떤 때는 참게가 미꾸라지 비린 냄새를 맡고 게구멍에서 떼로 쏟아져 나와 기염을 토하 곤 했다. 


 보통 때는 조상님의 산소에 벌초를 마치고 그 날 상경하기 바빴지만 이번에는 서면의 동생네 집에서 하룻밤을 지내면서 부산에서 온 동생과 같이 밤이 이슥하도록 정자에서 고향의 정겨운 이야기꽃을 피웠다. 다음 날도 이 정자로 달려갔다. 또 소나기가 퍼붓는다. 바람에 흔들리는 느티나무의 잎사귀 소리, 흘러가는 맑은 시냇물 소리에 머리가 맑아진다. 더 머물고 싶은 마음이 꿀떡같았지만 일요일 저녁 어머님의 기제사를 모셔야하기 때문에 사진만 몇 장 촬영하고 서울로 향했다. 


 서면 금곡 쪽에서 남정 쪽을 보면 느티나무 두 그루가 터널을 이룬다. 남정리 분들이 70년대 새마을 사업을 하시면서 쉼터를 마련하기 위해 길 양쪽으로 심었는데 수령 50년이 넘었다.

  몇 년 전 느티나무 아래 현대식 정자를 마련했는데 참 튼튼하게 멋지게 만들었다는 느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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