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새 방앗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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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새 방앗간
  • 남해타임즈
  • 승인 2021.08.05 10:48
  • 호수 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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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그림 정길호 | 남해읍 현대마을

 보랏빛 여명, 캄캄했던 마을이 조금씩 밝아오면 방앗간 동력 기계 돌아가는 소리가 메아리 더해질 때, "멍멍" 개 짖는 소리에 장닭이 잠에서 깨어 목 놓아 울고 온갖 풀벌레 소리는 적막을 가르고, 농촌의 전원일기를 연상하게 만드는 정겨운 시골 아침이다.


 과거 방앗간은 어린이들의 놀이터 천국이었다. 구슬치기, 때기치기(딱지치기), 숨바꼭질 등 다양한 놀이를 즐겼던 곳이다. 겨울철에는 양지바른 방앗간이 따뜻했다. 동력 기계에서 뿜어내는 뿌연 연기냄새는 향이 좋았다.


 한참 뛰놀다 허기가 지면 고사리 손으로 슬쩍 쌀 한줌 입에 넣어 오독오독 씹으면 고소했다. 어디선가 간 큰 참새 한 마리 방앗간 주변을 살피다 슬며시 안으로 들어가면 긴 대빗자루로 힘차게 내리치면 참새는 기절했고, 숯불에 구워 먹으면 그 맛은 일품이다. 그 시절은 그랬다. 

글·그림 정 길 호남해읍 현대마을
글·그림 정 길 호
남해읍 현대마을

 

 방앗간 참새도 서열이 있다. 대장이 먼저 식사를 마치고, 전깃줄에 앉아 "짹짹짹…" 노래를 부른다.


 설 명절이 되면 방앗간은 동네 아낙들이 북새통을 이룬다. 설날 떡을 만들기 위해서다. 서로 떡맛을 보면서 모처럼 향연을 즐긴다.


 우리나라에 방앗간이 생긴 역사를 보면 구한말 18세기쯤이다. 일본에서 동력 기계와 정미기가 도입됐다. 그후 200년 가까이 질 좋은 쌀을 도정하는 데 효자역할을 톡톡히 해왔다.


 그러나 이제는 시대의 변화에 따라 이러한 풍경은 역사 속으로 사라진 지가 오래됐다. 지금은 길가에 거미줄에 뒤엉켜 심한 먼지를 뒤집어 쓴 채 초라한 모습으로 흉하게 남아있다. 그 옛날 흔적을 더듬어 참새 방앗간 유화그림 한 폭으로 그리움을 달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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