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백리 남해바래길에 부는 바람 | 3번 동대만길(남파랑36)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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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백리 남해바래길에 부는 바람 | 3번 동대만길(남파랑36) 2
  • 남해타임즈
  • 승인 2021.08.13 10:53
  • 호수 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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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부경의 남해바래길 이야기 ⑥

 약 500m를 이동하면 예전에 친구 아들이 결혼식을 했던 라피스호텔이 반긴다. 옆에는 증축을 하는지 건설현장의 포크레인, 망치소리가 요란하고 벌써 단항마을에 들어선다. 단항마을이라는 지명은 동네뒷산 아랫마을이 학의 머리 붉은 벼슬과 늘어진 목이 학의 머리형상과 비슷하다 하여 유래한 것으로 붉을 단(丹) 목 항(項), `단항`이라 부른다. 


 `단항` 하면 유명한 왕후박나무를 그냥 지나칠 수가 없어 옛날 이순신장군이 지나가다 휴식했다고 하는 전설이 있는 그 왕후박나무 그늘에 잠시 앉아 1차 휴식을 취한다. 간식으로 참외와 빵과 커피가 입을 즐겁게 한다. 왕후박나무는 창선면 대벽리 699-3번지 단항마을 밭 가운데 있는데 1982년 11월 4일 천연기념물 제299호로 지정되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답고 귀하고 이름난 나무 50그루를 소개한 「한국의 명목」에도 소개된 이 나무는 높이 9.5m 밑동 둘레가 12.6m, 밑에서부터 큰 가지가 11개, 지면부 둘레가 11m로 수관의 크기는 동서가 21.2m, 남북이 18.3m의 아름다운 모습이다.


 그러나 지난 1997년 1월 1일 남해지방에 내린 폭설(당시 적설량 7.6cm)로 인해 아름드리 나뭇가지가 부러지고 꺾여서 그 아름답던 모습은 일부 훼손되어 자태가 변형되었다. 동네사람들은 매년 섣달그믐날이면 풍농풍어를 비는 당산제를 지내고 있다. 5백여 년 전 이 마을에 나이 많은 부부가 살고 있었는데 이 부부가 잡은 큰 물고기 뱃속에 씨앗이 들어있었다고 한다. 이상하게 여겨 씨를 심었더니 왕후박나무가 자랐다고 하는 전설이 전해져 오고 있다.  


 "자 갑시다." 서둘러 길을 나섰다. 단항과 대벽마을 앞 큰섬과 작은섬을 거쳐 산 임도로 올라간다. 산길에 접어드니 딸기의 유혹이 시작된다. 딸기의 종류는 대략 5~6종이 있었다. 하우스에서 주로 재배하는 대표적 국산딸기 설향을 비롯해 먹을 수는 있지만 잘 먹지 않는 뱀딸기, 넝쿨딸기, 나무딸기, 복분자라고 불리는 검은 나무딸기, 노란딸기 등이다. 앞서가던 정 선생, 빨갛게 익은 딸기의 유혹에 그만 빠져버리자 일행도 함께 빠진다. 앞서간 일행이 남겨둔 것을 따 먹고 또 몇 개 남겨두면 뒤따라오는 걸음동무들이 좋아라 할 것이다. 


 처음 맞이하는 제법 경사를 품고 있는 대벽고개. 임도이자 시멘트 포장도로이니 걷기에는 지장이 없으나 그래도 숨이 차오른다. 고개 넘어 큰 도로 3번국도까지 나와 당항마을의 박○○ 자장면 집과 ○○해물칼국수 집을 만난다. 맛있는 자장면 한 그릇 하면 좋으련만 지체할 시간이 없어 목화주유소에서 주인의 허락을 얻고 화장실을 사용한 후 물 한 모금으로 갈증을 달래고 율도고개를 바라보며 펜션이 즐비한 골목을 비스듬히 오른다. 남쪽언덕 정면 일대에 펜션 80여 동이 건축 중인데 안 해설사에게 물어봤더니 공사 중 부도가 나서 공사중지 상태라고 한다. 창선면의 인구증대사업에 상당한 기여를 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는데 안타깝다. 남해군이 중재하여 빨리 공사가 재개되기를 바란다. 


 남해군에서 최초로 청동기시대 비파형동검이 발견되어 학계를 놀라게 했던 당항과 율도고개를 지나고 속금산이 큰 덩치로 가로막는다. 속금산 3~4부 능선에 만들어진 임도를 좌로 돌아 편백숲 밀림지대를 떠벅떠벅 걸어서 산새들과 이야기하다 보면 세 번째 서대고개를 지나 고찰 대방산 운대암(雲臺庵)이 지친 육신을 어루만지며 중생들을 맞는다.


 운대암은 창선면 옥천리 대방산 486에 자리한 대한불교조계종 제13교구 본사 쌍계사의 말사다. 산길을 지나 고개를 굽이굽이 돌아 산마루에 오르면 옥천 저수지가 보이고, 소나무 숲을 지나면 운대암 범종루에 이른다. 옛날에는 망경암(望景庵)이라 불렀는데, 그 산수가 수려할 뿐만 아니라 팔선지(八仙地)의 명당으로 널리 알려져 기도도량으로 이름을 떨쳤으며, 조선시대에 이르러 오늘날과 같은 운대암으로 이름을 바꾸었다고 한다. 임진왜란이 끝난 1598년 11월 19일 이후에 세월(洗月) 선사가 지금의 자리로 절을 옮겼다고 전하며, 1873년(고종 12)에 세 번째 중창이 이루어졌다. 


 이 운대암까지는 가지 않고 좌로 돌아 쌍계사 화개골만큼이나 긴 꼬불꼬불 절길을 걸어서 상신마을을 지나면 창선면 복지센터가 우리를 손들어 반겨주면서 고행의 동대만길이 끝나게 된다. 조금 빠른 걸음으로 걸으면 5시간 내외가 소요되는 이 코스는 3번 동대만길이요 남파랑36번길이다. 끝까지 동행한 2명의 문화관광해설사님께 감사드린다. (문의: 남해바래길 탐방센터 ☎863-87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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