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은 물건이 아니라는 선언, 법적지위 왜 필요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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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은 물건이 아니라는 선언, 법적지위 왜 필요할까
  • 김희준 기자
  • 승인 2021.08.23 17:44
  • 호수 7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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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동물보호센터 필요성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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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적지위 인정받게 되면
반려동물이 유산 상속도 받을 수 있을까?
정재민 법무부 법무심의관이 지난 7월 반려동물의 법적지위를 개선하는 민법 일부 개정안 입법예고를 브리핑하고 있다. 출처^법무부 법무뉴스 영상.
정재민 법무부 법무심의관이 지난 7월 반려동물의 법적지위를 개선하는 민법 일부 개정안 입법예고를 브리핑하고 있다. 출처^법무부 법무뉴스 영상.

 법무부는 지난 3월 가족·상속제도 개선 방침을 발표하며 동물에게 물건과 구분되는 법적지위를 부여하는 방안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개별 법률조항들이 이를 따라오려면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므로 아직 갈 길이 먼 듯 보인다.
 대한민국 민법 제98조는 `물건`을 정의한 조문으로, 이에 의하면 물건이란 `유체물 및 전기 기타 관리할 수 있는 자연력`을 말한다. 즉 인간을 제외한 모든 유기체는 모두 물건이라 할 수 있다. 지금 당신의 무릎에 앉은 강아지, 고양이도 법적으론 아직은 `물건`에 불과하다.
 참고로, 반려동물이란 말은 1980년대 국제 심포지엄에서 최초로 사용됐다고 한다. 법률상 정의는 반려(伴侶) 목적으로 기르는 개, 고양이, 토끼, 페럿, 기니피그 및 햄스터를 말한다.(동물보호법 제2조 1항의 3)

인간에게서 동물로, 생명존중 가치 실현.
인간에게서 동물로, 생명존중 가치 실현.

동물의 법적지위, 왜 필요한가
 심심찮게 뉴스에서 접하는 끔찍한 동물학대 기사를 보며 동물이 아닌 사람에 대한 범죄로 나아갈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학대범이 마땅한 처벌을 받는 정의를 기대해 보지만 결과를 보면 만족스럽지 않은 경우가 많다. 재판부가 법이 규정한 것보다 낮은 수준의 이른바 `솜방방이 처벌`을 하기 때문이다. 법률은 동물 학대 처벌 수위를 계속해서 높이고 있지만, 판결은 항상 솜방망이인 것.  최근에도 반려견을 잔인하게 때려죽인 20대에게 양형을 통해 벌금형만이 선고된 사례가 있다. 견주가 느꼈을 공포와 슬픔에 비하면 `초범이니까`, `반성하니까` 벌금형만 처하는 것은 지나치게 수위가 낮은 판결로 보일 수 있다. 동물복지 인식이 높아져 법률에 반영돼도 재판부는 동물을 물건으로, 재산 정도로 보는 과거에 머무는 듯하다.
 해외 선진국에서 동물학대는 엄격한 처벌 대상, 독일의 특정 주는 반려견면허시험이 있을 정도다. 20세기들어 프랑스, 오스트리아, 독일, 스위스 등은 민법 개정을 통해 동물의 법적지위를 인정했고 미국은 법적지위를 규정하고 있진 않으나 조례를 통해 동물을 물건과 구분해 보호하는 경향이 주류다. 우리나라는 동물복지에 대한 시민 인식이 높아진 반면, 법률상 동물의 위치는 타 선진국에 비해 백 수십년 뒤처진 셈이다.
 동물의 법적지위를 인정하는 것이 무슨 실익이 있냐고 할 수 있지만 모든 생명 가진 것을 존중하는 것, 그것을 법률로 정하고 지향하는 것은 영장으로서 인간만이 할 수 있는 고귀한 행동이 아닐까.
 법률과 시민의식 선진국이라는 유럽도 산업혁명시기에는 어린이들이 공장에서 혹사당하며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대우조차 받지 못했던 사실을 기억해 보자.

법적지위 인정으로 예상되는 것
 동물이 법적인 지위를 얻게 되면 생명으로서 더 강한 보호를 받을 수 있게 된다. 아직 선언적 성격의 입법예고에 불과하지만 이대로 민법이 개정되면 예상할 수 있는 변화로 개별법 상 동물학대 처벌 수위 강화, 피해 견주의 위자료 청구권 발생, 재산이 아닌 생명이므로 강제집행이나 담보물권의 대상에서 제외 등 전반적인 법체계에 변화를 불러올 것으로 예상된다.
 동물학대의 실질적인 판결 수위를 높이는 효과에서 나아가 동물상해죄, 동물살해죄와 같은 생소한 개념도 생각해볼 수 있다. 유산을 반려동물에게 남기는 것도 가능하지 않을까? 현행 민법은 권리 주체를 사람과 법인으로 한하고 있지만, 사회적 합의만 충분하다면 앞으로 반려동물에게 제한적인 권리능력을 인정하는 날이 오지 말란 법도 없어 보인다.
 지난 100여년간 우리 법체계는 국민의 생명을 보호하고 위기를 막기 위한 방향으로 인권, 환경 등의 분야에 큰 변화를 이뤄냈다. 하지만 기쁨과 슬픔, 공포와 즐거움을 인간과 함께 느끼는 능력과 지능을 가진 반려동물은 이런 변화의 바깥쪽에 머물러 있어 왔다.
 이번 입법예고는 동물의 법적지위와 관해 개별법률 개정을 논의하는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동물이 물건이 아님을 선언하는 것에 불과해, 다수 국민의 법감정에 비춰 다소 느린 감이 있지만, 사회적 합의를 통해 천천히 변화를 이끌어가는 출발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남해도 유기동물보호센터 설립 모색이 관광뿐만 아니라 복지의 눈으로 동물을 바라보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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