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으로 돌아간 유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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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으로 돌아간 유자
  • 남해타임즈
  • 승인 2021.08.30 11:32
  • 호수 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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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고향, 나의 삶 102 │ 碧松 감충효 시인·칼럼니스트
碧松 감  충  효시인·칼럼니스트
碧松 감 충 효
시인·칼럼니스트

아파트 베란다에 유자 씨를 심었더니
천정에 닿을 무렵 꽃 피고 열매 달려
고향에 돌려보내니 그도 보기 좋더라.

오래전부터 서울의 고향선배 한 분이 고향을 지키시는 또 다른 선배 한 분과 객지에 사는 분들의 고향 방문 행사를 기획하고 계셨다. 5년 전에도 이 행사에 참가하여 오랫동안 못 뵈었던 분들과의 해후에 가슴 벅찬 감동을 받았었다.
서울에서는 대충 10명 정도가 동참의사를 밝혔다. 지금의 코로나 사태에서는 어려운 일이겠지만 그때는 고향행 인원수를 1명이라도 늘리려는 추세여서 15인승 버스를 예약해 놓고 예약금도 지불했는데 막상 출발 며칠 전부터 참가를 취소하는 분들이 생겼다. 여성 여섯 분은 연령대가 거의 일흔을 넘어섰거나 여든에 이르렀기에 고향에 가고 싶기는 한데 무릎 통증 등 여러 가지 사정으로 여행에 부담을 느끼셨던 것 같다.
필자는 고향에 내려갈 때마다 이쪽의 우수한 품종 과일나무나 정원수를 구입해서 기념식수를 하곤 했는데 이번에도 우수 품종 `왕 매실나무` 네 그루를 구입해 다른 일행보다 훨씬 일찍 내려갔다.

조부모님께서 잠들어 계시는 이 산록의 나무들 중에는 유자나무가 있는데 이 유자나무는 조기 수확을 위한 탱자와 유자나무의 접목 이론이 성립되기 훨씬 전에 처가에서 대대로 내려온 토종 실생 고목유자의 씨를 서울의 베란다에서 키워 꽃을 피우고 유자 열매까지 달았던 일이 있었다. 그런데 이 유자나무는 베란다에서는 더 키울 수 없어 수령 10년이 훨씬 넘은 2015년 9월에 다시 고향으로 내려갔다. 이 유자나무에 대한 자세한 사연은 필자의 시문집이나 문학지에 `고향으로 돌아간 유자`라는 제목으로 발표되기도 했다.
조부모님의 유택이 있는 고향 산에 과일나무를 비롯한 우수 품종의 수목을 심는 이유는 필자를 끔찍이 사랑해주신 조부모님에 대한 은혜를 잊지 못해 두 분의 혼백께서 아름다운 꽃을 보시고 향기를 맡으시며 열매도 드시게 하려는 기념식수의 정신이 깃들어 있다.
유자나무는 홍단풍, 후박나무, 주목, 춘양목(금강송), 산초, 비파나무와 함께 잘 자라고 있었고 가지고 내려간 우수 품종 홍매 두 그루, 청매 두 그루를 정성들여 심었다. 아마 올해는 매화꽃을 피웠고 매실도 달렸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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