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 아닌 작가 중심, 국내유일 전국공모 방식 아트페어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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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 아닌 작가 중심, 국내유일 전국공모 방식 아트페어였죠"
  • 김수연 기자
  • 승인 2021.09.10 10:30
  • 호수 76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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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면 양지 향우 박 미 작가, `아트경남` 총감독으로 나서다
박 미, [소통 그리고 울림(안녕하세요)]. 수어동작이 중첩되어 보는 위치에 따라 빛의 각도 변화로 이미지가 달라진다.
박 미, [소통 그리고 울림(안녕하세요)]. 수어동작이 중첩되어 보는 위치에 따라 빛의 각도 변화로 이미지가 달라진다.

 향우 미술작가 박 미(42·고양시 거주·얼굴사진) 씨가 총괄 디렉터를 맡은 `아트경남`(2021아트경남 호텔아트페어 통영) 행사가 지난 2일부터 5일까지 4일간 열렸다. 아트페어란 말 그대로 여러 화랑이 같은 곳에 모여 미술작품을 사고파는 시장을 의미한다. 그가 작가로서 전시회나 작품소식이 아닌 아트페어 총감독으로 나섰다는 소식을 접하니 신선하고 반가운 마음에 한편으로는 의아한 생각이 들어 행사가 마련된 통영 스탠포드 호텔&리조트를 찾았다. 
 
장애라는 결핍을 예술로 승화하다
 박 미 씨는 본지에서도 몇 차례 소개한 바 있듯이, 남면 양지마을 출신으로 남명초등학교와 해성중학교를 졸업한 향우미술가다. 문신미술상 청년작가상, JW아트 어워드(장애인종합미술대전) 대상, 메디치상 공모에서 우수미술가상 등을 수상하고 경남뿐 아니라 전국에서 작품전과 개인전을 열며 작품성을 인정받은 실력파 작가다. 


 특히 20대 후반부터는 손의 촉각에 의지해 의미를 이해하는 점자의 원리를 차용, 유리알(큐빅)을 소재로 삼아 평면 오브제 작업을 주로 해왔다. 유화와 추상화를 그렸던 그는 20대 중반 망막박리 증세로 한쪽 눈의 시력을 잃으면서 작품 분야를 바꾸게 됐다. 실명으로 절망하고 미술을 포기할 생각까지 한 그를 잡아준 이는 아버지와 지금의 남편인 남자친구였다고. 조각을 전공한 남편이 "사물이 여러 개로 보이는 건 일반인이 볼 수 없는 세상"이라며 "시각장애인에게도 통할 미술을 해보라"고 주문한 것.


 어쨌든 미술작가에게 나빠지는 눈은 어쨌든 치명적인 약점일 테다. 그러나 그는 "그냥 자연스럽게 받아들였죠. 하나의 결핍이 다른 좋은 결과를 낳기도 하지요. 내 장애는 내게 불행이 아니라 행운이라고 생각해요. 한쪽 눈만 나쁘니까. 작품 활동의 다양성을 추구할 수도 있고 일반인과 중증장애인의 중간에 있다 보니까 두 입장에 다 서볼 수 있잖아요." 신체적 한계를 극복하고 예술로 승화시킨 이의 여유마저 느껴진다. 


 "핀셋으로 오브제를 하나하나 붙이는 작업을 해요. 시력이 안 좋다 보니 점자 오브제, 촉감, 빛, 중첩에 관한 내용을 가지고 작업하지요. 점자를 활용하는 작가들이 일반적으로 이게 점자인 것을 부각시키기도 하는데 그보다는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게 좋아요. 지금은 좀더 단순화시키는 걸 시도하는 중이에요. 내년에는 개인전을 가질 생각입니다."
 
잠시 여유를 갖고
세상과 소통하는 시간

 이렇게 끊임없이 작품활동에 매진해온 그가 개인전 작품준비에도 시간이 빠듯할 텐데 아트페어 총감독을 맡은 이유가 뭘까. 


 "학교를 졸업하고 지금까지 한 번도 작업을 쉰 적이 없어요. 눈 수술 할 때를 빼고는요. 그런데 번아웃이 왔어요. 30대에는 지방 출신이기도 해서 포트폴리오 들고 힘들게 다녔지요. 그때 너무 힘들게 하고 달려서인지 어느 순간 내가 뭘 하고 있는지, 내 작품세계가 뭔지 모르겠더군요. 고민이 많아지고 작업실에 앉아있는 게 재미가 없어졌어요."


 그렇다고 그냥 쉬는 건 의미가 없어서 친구인 서금희 아트경남 대표와 함께 비영리 단체를 만들고 아트페어를 기획했다. 


 박 미 작가는 "올해 첫 회인 이번 행사는 갤러리 중심이 아닌 작가 중심의, 작가를 존중하는 아트페어, 국내 유일 전국 공모의 새로운 방식으로 열리는 아트페어"라고 소개한다. 키아프나 아트부산처럼 대형 아트페어가 아니면 유명하거나 핫한 갤러리의 다양한 작품과 유망작가의 작품을 좀처럼 마주하기 어렵다. 이런 점을 보완하기 위해 전국 공모를 통해 유망하고 활발하게 활동하는 작가들을 선정했으며 도내 미술 애호가들도 좋은 작품을 더 좋은 가격에 만나볼 수 있도록 했다고 한다. 또 아트페어이지만 상업적인 성격만 갖지 않게 대지미술 설치전, 조각작품, 설치작품 등 다양한 작품을 선보여 관람객과 소통할 수 있는 교육의 장이 되도록 구성했다고.


 그는 이번 아트페어를 통해 잠시 한숨 돌리고 시선을 다른 쪽으로 돌려 다른 분들의 작품도 보고 작품이 아닌 다른 방식으로 세상과 교류, 소통하고 싶었단다.


 "젊었을 적 제가 힘들게 했던 것처럼 나 같은 사람이 있으면 이야기해주고 싶어요. 평생을 두고 길게 갈 생각이면 힘을 한꺼번에 쏟는 게 위험할 수 있다고. 여유를 한번쯤 가지라고. 그 여유가 꼭 경제적인 것이 아니라 일종의 삶의 쉼표라고 해야 할까. 그 쉼표는 여행이 될 수도 있고 다른 일을 하는 것일 수도 있죠." 


 잠시 삶의 쉼표를 찍고 지금까지와는 조금 다른 시선으로 세상과 만나고 소통하고 있는 박 미 작가가 또 어떤 작품으로 자신이 이해한 세상을 보여줄지 내년 전시회가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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