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청년들, 이참에 사부재기 쉬어가시다" … 한달 살기 새 모델 `카페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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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청년들, 이참에 사부재기 쉬어가시다" … 한달 살기 새 모델 `카페톨`
  • 김수연 기자
  • 승인 2021.09.23 11:30
  • 호수 76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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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천 다랭이마을에 위치한 카페톨 내부 모습.
가천 다랭이마을에 위치한 카페톨 내부 모습.

 남면의 가천 다랭이마을 작은가게 `카페톨`은 요즘 남해를 찾는 젊은이들이 한번쯤은 들러보는 핫 플레이스이다. 추위가 채 가시지 않은 지난해 2월 카페톨에서 찍은 남새밭 사진 한 장이 SNS에 올라오면서 카페톨을 찾는 이들이 점점 늘었다. 어쩌면 이곳 때문에 남해와 다랭이마을을 찾는 이들이 조금은 더 늘었는지도 모르겠다.


 카페톨을 함께 운영하는 `컬쳐그룹 뭔들`의 오민근·송순영 공동대표는 이곳을 기반으로 청년들을 불러들이고 다랭이마을을 활성화시키기 위한 프로젝트 하나를 기획했다. 일명 `남해 다랭이마을 작은가게 카페톨에서 한 달 살아보기` 프로젝트(이하 카페톨 한달 프로젝트)다. 지난해 7월에 시작한 이 프로젝트를 통해 14기 30여명의 청년들이 남해와 다랭이마을을 살다 갔다. 현재 9기 김다영(31·경기 구리)·김영준(31·서울) 씨와 11기 표선경(28·광주) 씨가 남해에 정착해 카페톨 직원으로 일하며 각자의 길을 찾아가고 있다.
 
 

카페톨 한달 프로젝트에 참가했다가 아예 남해에 정착한 세 청년.
카페톨 한달 프로젝트에 참가했다가 아예 남해에 정착한 세 청년.
카페톨 한달 프로젝트에서 무상 대여하는 숙박공간 `스테이톨`.
카페톨 한달 프로젝트에서 무상 대여하는 숙박공간 `스테이톨`.

`남해형 워킹홀리데이` 카페톨 프로젝트
 오민근 대표는 지난해 7월에 시작한 이 프로젝트를 두고 "도시청년들에게 남해는 이런 곳이라고 알려주고 싶었다. 한 달 살아보기를 통해 일하고 놀고 교류하면서 진짜 남해를 충분히 느끼고 알아가고 정착을 위해 자신이 할 일을 찾아가는 과정이었다"라고 설명한다. 


 대부분 지역의 `한 달 살기` 프로그램은 돈을 내고 참가하지만 `카페톨 한달 프로젝트`는 일단 돈이 안 든다. 대신 한 달을 내리 여행만 하거나 놀기만 하는 게 아니라 일주일 중 사흘은 자유시간을 만끽하고 나흘은 카페에서 일하는 방식이다. 일도 하고 남해도 여행하면서 균형 잡힌 시각으로 남해를 체험하고 자신이 살기에 괜찮은지 판단해보는 것이다. 오 대표는 "한 달 살아보기 하는 친구들이 스스로 느끼고 판단하도록 기회만 제공하는 것"이라며 "일종의 워킹홀리데이 방식으로 이런저런 사람과 만나 이야기하다 보면 자기 생각을 객관화해보고 확신도 가질 수 있다"고 말한다.


 마을 안 스테이톨이라는 방 세 칸짜리 한옥 민박집을 경제적으로 여유롭지 못한 청년들에게 무료로 빌려준다. 또 3일 동안 돌아다니려면 돈이 필요하니 4일을 카페에서 같이 일하면서 돈을 번다. 오 대표는 "1주일 동안 한 일과 느낌 등을 글로 써 주면 원고료 개념으로 지급한다. 그 원고료를 가지고 밥을 먹든 입장료나 차비로 쓰든 자유롭게 쓴다. 아르바이트와도 다른 개념"이라고 설명한다. 또 "한 달 살아보는 동안 일도 하고 여행도 하고 사람도 만나면서 알게 된 남해는 원래 알던 남해와 달라진다. 지역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는 거다. 이를 바탕으로 내가 가진 것을 활용해 남해에서 제대로 정착할 수 있다. 아니면 빨리 접고 떠나면 된다"며 "이런 방식의 한 달 살아보기는 전국에서 유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14개월간 청년들이 이곳을 살아보고 남긴 글들이 곧 책으로 출간되어 나올 예정이다. 일반적인 체험수기나 여행기가 아닌 일종의 생활 에세이라고 한다. 이중 첫 번째 책의 제목이 `이참에 사부재기 쉬어가시다`다. 9월 하순이나 10월 초에 나온다고. 두 번째 책 `몰근 날 함 다녀가시다`(가제)는 내년 초 출간 예정이다. 

"남해, 살아보니 좋았어요" … `한달 살기`에서 `평생 살기`를 꿈꾸다


세 청년의 남해 정착기는 진행 중
 인테리어 설계 프리랜서 김다영 씨는 지난 4월 카페톨 한달 프로젝트에 합류했다. 다영 씨는 한 달 살기 후 다시 도시로 돌아가지 않고 이곳에 남았다. "여기가 단순히 카페 운영만 하는 게 아니라 도시재생 관련 일을 하는 회사였고, 여기 대표님들이 들려주는 남해 이야기가 너무 재밌었다"며, "원래 하던 일인 인테리어 작업도 계속 하면서 더 넓은 영역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 같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블로거이자 온라인 홍보마케터인 표선경 씨는 공무원 시험 준비 전에 마지막 한 달은 후회 없이 놀아보고 싶어 카페톨에 합류했다. 선경 씨는 "여기 오니 평소 느끼던 스트레스나 걱정이 사라졌다. 맘 편히 지내던 차에 대표님들이 남아보기를 제안했다. 고민 끝에 남기로 결정하고 8월부터 직원으로 일하고 있다"며 "앞으로 무슨 일을 할지는 아직 찾는 중"이란다. 특히 "남해의 자연풍광이 좋고 카페에서 함께 어울려 일하며 새로운 사람 많이 만나는 일이 정말 즐겁다"는 선경 씨다. 


 김영준 씨는 서울에서 부동산 관련 일을 하다가 번아웃이 왔고 치유를 위해 4월에 이곳을 찾아와 지금은 직원이 됐다. 영준 씨는 "이 공간은 그저 카페가 아니고 새로운 사람과의 교류, 뭔가를 찾아가는 공간, 치유가 되는 공간이다. 여기서 함께 일할 수 있다는 게 좋아서 먼저 제안하고 남게 됐다"며 "아직은 구체화되지 않았지만 남해가 좋으니 여기서 새로운 내 일을 찾아 창업하고 싶다"고 말했다. 


 다영 씨는 "카페톨은 이익을 추구하는 상업적인 공간일 것 같은데 식재료 수급 과정에서부터 동네와 상생하려는 의지를 봤다. 하동까지 건강한 계란을 사러 가고 돼지딸기, 미숫가루, 완두콩, 보리, 톳 등 동네 주민들이 생산한 걸 판매했다. 이런 건강한 생각과 가치관이 신선한 충격이었다"고 말한다. 


 이들은 다랭이마을에서 작은 공간을 조성해 지역주민과의 상생과 활성화를 공동 목표로 일할 생각이다. 우선 카페톨에서 남해에서 나는 재료를 주원료로 한 음료와 다랭이마을 주민들의 계절 생산물을 판매하는 일을 이어나갈 계획이다. 카페톨 한달 프로젝트는 잠시 멈췄다. 새로운 콘텐츠를 고민해 내년에 새롭게 선보일 예정이다.


 다영 씨는 "아직은 카페에서 음료를 주문하거나 투박한 포장으로 재료들을 판매하는 것이 다지만 앞으로는 재미있는 패키지를 디자인하고, 더 많은 사람들에게 다랭이마을을 알릴 수 있는 상품과 콘텐츠를 개발할 계획"이라고 말한다. 스테이톨 옆에 곧 2호 카페 `카페 꽁꽁`을 열 예정이라고. 이렇게 세 청년은 다랭이마을에서 오늘도 자신들의 꿈을 향해 한 걸음씩 나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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