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출직 공무원들의 예의 없는 언행불일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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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출직 공무원들의 예의 없는 언행불일치
  • 남해타임즈
  • 승인 2021.09.23 11:37
  • 호수 7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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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 전병권 기자

 "장애인들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장애인들을 위한 예산과 정책을 반영하겠다", "장애인들의 권리와 사회참여를 위한 배려가 필요하다"는 등의 말은 선출직 공무원들이 장애인 관련 행사장에서 자주하는 인사말이다.


 이러한 말들이 의례적인 인사인지 진심인지 알 길은 없지만 배려를 넘어 예의가 없는 일이 발생했다. 어쩌면, 종종 발생한 일이었지만 이번 사태는 그동안 문제점의 집약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지난 10일 오후 1시 남해군종합사회복지관 다목적홀에서는 2021년 보물섬 장애인 자기권리 주장대회가 열렸다. 대회에 참가한 장애인들은 자신이 준비한 글을 완벽히 숙지하고 또박또박 말하기 위해 리허설 이전부터 부단히 연습했다. 또, 남해군에서는 처음으로 이런 대회가 열렸고 그만큼 중요한 대회였기 때문에 참가자들은 심리적으로 불안하고 긴장하고 있었다. 그렇게 대회가 시작됐다.


 이 자리에는 대회를 축하하고 격려하기 위해 대회장 맨 앞자리에 장충남 군수와 이주홍 군의장, 류경완 도의원이 자리했다. 정현옥 군의원은 참가자들과 멀리 떨어져 뒤에서 조용히 대회에 참관했다.


 정현옥 군의원을 제외하고 3명은 이 글의 첫머리에서 했던 말들과 비슷한 내용으로 인사를 건넸다. 참고로, 이날 오후 2시에는 남해~여수 해저터널 및 국도3호선 확장 예비타당성조사 통과 보고회가 있었다. 장소는 남해군국민체육센터, 차량을 이용하면 5분이면 충분히 갈 수 있는 거리다.


 세 사람이 인사말을 마치자, 사회자는 장충남 군수를 비롯한 정치인들이 보고회를 위해 대회 중간에 자리를 비워야 한다는 안내를 했다. 그래서 대회 시작 전 자리를 비울 줄 알았지만 장 군수는 대회를 참관했고, 긴장되는 분위기 속에서 첫 번째 참가자 정정자 씨는 무사히 발표를 마쳤다. 


 문제는 여기서부터 시작됐다.


 두 번째 참가자 정태화 씨는 굉장히 떨리고 긴장한 탓에 인사조차 제대로 못하고 굳어있었다. 그러자 참여한 사람들의 큰 격려의 박수와 대본이 건네받아 더듬더듬 자기주장을 시작했다. 그렇게 몇 마디를 했을까. 


 장 군수는 갑작스럽게 자리에서 일어나 퇴장했고, 곧바로 이 의장과 류 의원도 다음 보고회를 위해 주위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며 황급히 자리를 떠났다. 귀빈이라는 이유로 가장 앞에 앉아있던 3명이 자리를 떠나자 수행했던 공무원들과 관계자들도 뒤따라 나섰다.


 장애인을 위하고 배려하겠다고 좀 전에 인사했던 이들의 진정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는 예의 없는 행동이었다.


 그럼 앞에 있던 태화 씨는 어떻게 됐을까?


 약 3분여 동안 세 사람의 퇴장 으로 인해 발표는 사실상 무산된 거나 마찬가지였고, 태화 씨는 겨우겨우 대본을 읽으며 자신의 차례를 마쳤다.


 그렇게 장내는 어수선해졌고 참가자들은 더 긴장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다음 순서는 강순범 씨였는데, 그도 태화 씨처럼 너무 긴장해 심호흡을 하며 물을 마시는 등 안정의 시간이 필요했다.


 장애인 행사가 아니었어도, 이러한 행동은 대회를 찾은 손님으로서 예의에 맞지 않는 행동이다.


 이에 반해, 정현옥 의원은 참가자들의 모든 발표를 뒤에서 지켜보고 박수를 치며 격려했다. 비교하지 않을 수가 없는 광경이었다.


 하나 바라는 것이 있다면, 어떤 행사가 열리면 정치인들이나 군청의 고위 간부, 기관·단체장이 초대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날처럼 중간에 자리를 비워야하는 자리라면 굳이 맨 앞자리에 자리를 배석할 필요가 있을까? 행사장의 옆이나 뒤나 행사에 최대한 적게 지장을 줄 수 있는 자리도 있는데 말이다.


 선출직 공무원들에게는 여러 행사 중 하나였겠지만 참가자들에게는 진심이었던 대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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