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축구감독(김연경 축구클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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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축구감독(김연경 축구클럽)
  • 남해타임즈
  • 승인 2021.10.08 10:33
  • 호수 7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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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김연경이다. 김연경요? 배구 잘해요? 키는 별로 안 큰데. 대한민국 배구의 여제 김연경이 있다면, 나는 남해군의 여제를 꿈꾼다. 물론, 꿈이다. 스포츠에 눈 뜬 아이들이 축구에 손흥민, 배구에 김연경. 이름이 같다는 이유로 무조건 김연경을 응원할 때 상당한 뿌듯함을 느꼈다.
 
 엄마, 배구 잘 했어?
 아니, 못했어.
 근데, 엄마 이름이 왜 김연경이야?
 그러게. 엄마 이름을 짓고 나니 왜 김연경이 뜬다니?
 김연경 선수가 엄마보다 나이가 작아?
 하모.. 엄마보다 동숭이제.
 
 우린 이름이 같으면 동급 취급하는 경향이 있다. 너는 이름이 동국인데 왜 개발이냐, 너는 이름이 정환인데 실력은 정완이다? 이름은 김연경인데, 왜 배구를 안하고 회사를 다녀요? 하하하, 웃으면 아주 이야기하기가 쉬워진다. 
 
 나도 초등학교를 다닐 때는 `배구선수`를 했다. 어른 키로 살고 있는 요즘은 보통 키로 꼽지만, 그때 그 시절에는 장딴지가 길고 어찌나 키가 컸던지 배구클럽에 들어갔다. 지금은 퇴직하신 문극성 선생님이 이끄는 남해초등학교 배구클럽에서 공격과 수비, 서브와 리시브를 배우며 일반 클럽과 다른 매력을 뽐냈다. 
 
 교정에 높이 있던 나무의 낮은 나뭇가지를 스파이크 연습으로 점프를 해 나뭇잎을 떨어내고, 블로킹을 하며 나뭇잎을 지켜냈다. 운동장을 구령에 맞추어 몇 바퀴를 돌아도 힘든 숨을 내쉬지 않고, 오래 달리기의 귀재들이 되었다. 운동장 한켠에 심어져 있던 통테(폐타이어)를 장애물 경기하듯 뛰어넘기를 했다. 특별한 운동기구가 없어도 운동  전 스트레칭이 절로 되었다.
 
 봄과 가을에 열렸던 체육대회에선 성남초등학교나 남상초등학교, 대량분교까지 참여한 초등학생들의 경기와 응원대잔치였다. 선생님과 학생들이 함께 응원을 했다. 
 
 서브를 넣는 친구가 라인 앞에 서면, "플레이, 플레이, 김연경. 플레이 플레이 김연경." 어쩌다가 상대편의 리시브 실수가 나오면 "굿 서브, 나이스 서브 김연경." 꽹과리를 치며 목이 터져라 외쳤다. 
 스파이크 실수나 리시브 실수가 있어도 미안해할 필요가 없었다.
 "괜찮아, 괜찮아, 다음에, 잘해라." 친구들의 라임 떨어지는 응원소리에 실수한 괴로움도 쉽게 잊혔다. 나와 함께 운동하던 친구들 중에 배구선수로 진출한 친구는 없다. 행복을 배달하는 우체부아저씨, 행복한 보금자리를 소개하는 공인중개사, 민원인의 어려움을 해결해주는 공무원으로 생활하고 있다.
 
 남해초등학교 축구부 하면 최강이다. 전국체전에서 우승을 하는가 하면, 남해초FC에 들어가기 위해 어린나이의 전학도 마다하지 않는다.
 여름 한낮의 땡볕이 비켜가고, 선들한 가을공기가 밖으로 부른다. 아이들은 어쨌거나 축구다. 남해스포츠파크에 하나 둘 모여 든 친구들과 불각시리 축구를 했다면, 이번에는 체계적으로 잘 놀기 위해서 `김연경 축구클럽`을 만들었다. 
 
 예전의 무작배기 축구활동보다 그 기간에 맞는 글짓기나 글쓰기, 노래불러보기, 발표하기를 진행한다. 첫날엔 김연경 축구클럽 활동계획에 따라 자기소개를 쓰고, 발표하기를 했다. 창단멤버는 모두 아는 얼굴이고, 무엇을 좋아하는지 대충 안다. 준비해 간 종이에 자기소개를 진지하게 쓰고, 발표를 한다. "안녕하세요. 저는 남해초등학교 3학년2반 송민찬입니다"로 시작하는 인사말은 진부하기 짝이 없으나, 최고의 정석이라 볼 수 있다.
 
 아이들 다치지 않게 스트레칭도 하고, 축구공 서로 주고 받기, 움직이며 골 넣기, 돌아가며 패스하기 등 어디서 주워 보고 들은 김연경식 트레이닝도 했다. 나는 작업반장 스타일인지 호루라기를 부는데 신이 절로 났다. 축구경기에서 초등학생 선수가 모자라면 함께 뛴다. 그리고, 심판도 본다. 경기 전, 늘 기도한다. 내 아이의 편에 기울지 않기를. 공정한 마음과 특혜 욕심이 생기지 않길 스스로 다짐한다.
 
 아이들은 저희들이 정한 규칙에도 서로 우기고, 울고, 삐지고, 웃고, 떠들고 있다. 그러면서 아이들이 자란다. 함께 엄마들도 자란다. 남해초등학교 후배들을 위한 축구클럽이 헤어질 때면 우리만의 구호가 있다.
 아이들이 "화이팅! 화이팅!" 외치면, 부모들은 "잘했다! 잘했다!"를 외치고 해산한다. 
 
 우리 친구들, 사랑스런 나의 후배님들, 다음 주에 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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