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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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해타임즈
  • 승인 2021.10.08 10:37
  • 호수 7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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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충국의 시대공감

 학창시절 체육 시간은 항상 국민체조로 몸을 푸는 것으로 시작됐다. 체육 선생님은 좌측 맨 앞줄 친구에게 기준을 크게 외치게 한 후 나머지 학생들을 잔걸음으로 양팔간격으로 벌리게 해 국민체조를 시작했는데 흩어짐과 모임이 원활하지 못할 때면 마음에 들 때까지 헤쳐 모여 시키곤 하셨다. 그럴 때면 자리에 가만히 서서 팔만 들고 기준만 외치는 친구가 부럽기도 했다. 


 사회생활을 시작하며 "기준!"이라는 직접적인 외침은 듣지 못했지만, 기준을 중심으로 잔걸음을 뛰며 헤쳐 모임을 하는 것은 학창시절 체육 시간과 변한 것이 없어 보인다. 출근길 신호등이 색을 바꾸며 "기준!"을 외치고 회사에서는 업무처리가 말 없는 기준에 충실해지길 요구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각각의 가정과 주변 환경 모든 것에 잔걸음을 뛰며 기준이 필요로 하는 간격과 움직임을 쉼 없이 할 때 비로소 가치 있는 사회 구성원으로 거듭나는 일이며 본인 자신의 삶이 더욱 아름답고 행복하리라 생각한다. 


 연륜이 생기고 맡은 바에 성실하게 임하다 보면 사회 단체장을 맡거나 때로는 선출직 공무원이 되기도 하는데 단체에서 장을 위주로 회의나 사업이 진행되다 보면 간혹 앉은 자리에 충실한 이들을 당황하게 하는 경우가 생기곤 한다. 


 분명 그 옛날 체육 시간 사람이 아닌 특정 자리에 주어진 헤쳐 모임에서 기준이 그 자리에 선 이가 기준인 듯 착각해 우쭐하던 친구처럼 봉사를 위한 자리에 앉은 장 또한 어린 날의 우쭐함을 가져서는 안 된다 생각한다. 


 누군가의 기준점이 되어 움직임 없이 가만히 서 있어도 기준을 중심으로 분주히 움직이는 이들을 무시하거나 아래로 보는 것은 기준의 자리에 지목해준 이들에게 예의가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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