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인들도 햇빛을 그리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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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장애인들도 햇빛을 그리워한다
  • 남해타임즈
  • 승인 2021.10.15 11:19
  • 호수 7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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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 장홍이 남해군장애인협회 상임대표

10월 15일은 세계 시각장애인 흰지팡이의 날
장 홍 이남해군장애인협회 상임대표
장 홍 이
남해군장애인협회 상임대표

 종합사회복지관 지하가 오전 10시가 넘으면 시끌벅적 거린다. 김영감, 최영감 아니면 서로의 이름을 불러가며 하룻밤의 안부를 묻는 소리 때문이다.


 여러분은 알고 계시나요? 한번쯤은 관심을 가지고 가보셨나요?


 군민 다수가 한번쯤은 회의나 행사 또는 프로그램 참여 등을 위해 종합사회복지관을 방문해 보았을 것이다. 유심히 본 군민들은 보았을 것이다. 그 곳 지하 식당 옆 작은 공간을 조금은 낯선 우리의 이웃들이 이용하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 그분들은 그 곳 지하에서 8년째 남해시각장애인주간보호센터를 이용하고 있는 시각장애인 어르신들이다.


 남해시각장애인주간보호센터는 주간에 가족 구성원들의 사회활동과 여러 사유로 보호 받기 어려운 지역 시각장애인 어르신들이 주간보호센터 차량을 이용해 10시경 등원하여 점심식사도 하고 다양한 프로그램에 참가하며 서로 정을 나누고 가족보다 진한 정을 나누면서 생활하는 작은 공간이다.


 2014년 개소 이후 돌아가신 분도 계시고 질병 등으로 요양원에 가신 분들도 많으시다. 함께 해 오던 동료가 한 분 한 분 보이지 않을 때마다 모두가 이심전심인지 서로가 눈물을 글썽거리며 추억속의 얘기를 꺼내어 나누며 애환을 달래곤 하신다.


 또, 편을 갈라 윷놀이를 하실 때에는 얼마나 재미있는지 꼭 아이가 된 것처럼  그렇게들 즐거워 하신다.


 코로나 이전에는 남해군노인복지관 프로그램 참여나 강사들을 초빙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할 수 있었으나 지금은 아무도 찾지 않는 어두운 그곳에서 서로의 목소리를 위안 삼아 시간을 보내고 계신다.


 필자는 그 곳을 갈 때마다 가슴이 저려온다. 시각장애로 앞도 보지 못하는 분들이 햇빛도 들지 않는 컴컴한 지하 공간에서 생활 하고 계시는 모습이 안타깝고 애처로워서이다.


 작년에는 지하 하수도가 역류하여 곰팡이가 피어 걱정이 많았는데 지자체의 적극적인 배려로 공사를 하여 환경이 개선되었지만 장마철이나 비가 자주 오면 지하 특성상 습기와 곰팡이로 어르신들의 건강이 걱정 되는 것은 인지상정이 아니겠는가?


 우리 지역이 WHO노인친화도시로 지정 되어 어르신들이 살기 좋은 환경을 만들기 위해 다양한 노력들을 하는 이 시점에서 왜 현재 시각장애인주간보호센터 어르신들의 모습이 오버랩 되는지 모르겟다.


 센터 옆 다목적실에서는 지역 복지 증진 등을 위한 다양한 행사나 회의가 열리고 있다. 그리고 말한다. 복지 향상을 하지만 그 옆 아무도 찾지 않는 작은 그 공간에서 그분들이 느껴야 할 공허함은 신체가 가진 시각장애보다 더 깊은 마음의 상처만을 새길 뿐이다. 이 현실이 이 사회가 지닌 또 하나의 단면일 뿐인가?


 똑같은 어르신들인데! 왜 다른 세상 이야기처럼 들리는 걸까? 우리 시각장애인 어르신들도 크고 좋은 시설은 아니지만 햇빛 잘 드는 곳에서 생활하는 모습을 보았으면 좋겠다. 이 작은 희망조차도 부질 없는 고요속의 외침일 뿐일까?


 10월 15일은 시각장애인을 상징하는 흰지팡이의 날이다. 우리 지역 400여명의 시각장애인들은 오늘도 내일의 희망을 위해 흰지팡이와 함께 뚜벅뚜벅 앞으로 걸어갈 뿐이다.

 

흰지팡이 헌장

흰지팡이는 시각장애인이 길을 찾고 활동하는 데 가장 적합한 도구이며 시각장애인의 자립과 성취를 나타내는 전세계적으로 공인된 상징입니다.
 
흰지팡이는 장애물의 위치와 지형의 변화를 알려주는 도구로 어떠한 예상치 않은 상황에서도 시각장애인이 신속하게 적응할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해 주는 도구입니다.
 
누구든 흰지팡이를 동정을 불러 일으키는 대상으로 잘못 이해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흰지팡이를 사용하는 시각장애인을 만날 때에 운전자는 주의해야 하며 보행자는 길을 비켜주거나 도움을 청해 오면 친절하게 안내해 주어야 합니다. 그러므로 흰지팡이는 시각장애인이 마음놓고 활동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해 주는 또 하나의 표시인 것입니다.
 
모든 나라와 국민은 10월 15일을 흰지팡이 기념일로 제정하여 매년 시각장애인의 권익옹호와 복지증진의 올바른 지식을 전달할 수 있는 다채로운 행사를 개최해야 합니다. 특히 시각장애인 시설과 단체는 흰지팡이날에 즈음하여 운전자와 보행자가 시각장애인을 보호할 수 있는 인식 계몽의 교육을 실시해야 합니다.
 
그리하여 모든 인류는 흰지팡이가 상징하는 의미를 정확히 인식해야 하며 시각장애인의 신체를 보호하고 심리적 안정을 위하여 제반조치를 적극적으로 강구해야 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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