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넉넉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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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넉넉함
  • 남해타임즈
  • 승인 2021.10.15 11:26
  • 호수 7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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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고향, 나의 삶 108 | 碧松 감충효 시인 / 칼럼니스트
碧松 감 충 효 시인 / 칼럼니스트
碧松 감 충 효
시인 / 칼럼니스트

장수촌 명패를 단 이 마을 살아보니
말년에 웬 복인가 심간은 편안한데 
고향 꿈 산창에 걸려 너는 떨고 있고나.

 
 필자는 이런 저런 이유로 잠간 가족과 떨어져 강원도 어느 산골에 기거하고 있다.


 말이 산골이지 KTX로 서울에서 1시간 이내의 거리다. 무슨 일이 생기면 당장 서울로 또는 본가로 달려갈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된 곳이기에 가족과 지인들과의 만남의 기회를 놓치는 일은 없어 보인다. 늘그막에 대자연 속에서 안식년이란 걸 흉내 내 보는 것이다. 틀에 짜인 공직생활을 마감하고 비교적 자유로운 시간을 얻어 문예지, 주간지에 실을 시문창작 활동과 남들이 잘 하지 않는 운동인 태극권/우슈/쿵후로 양생의 효과가 증대되니 과히 나쁜 선택은 아닌 것 같다. 주간지에 시조를 포함한 매주 한 편씩의 칼럼을 연재하여 독자들과 만나는 시간을 충실히 할 수 있음에 더욱 그러하다. 다만 한 가지 이웃과의 정다운 삶을 이어가는 것에 대해서는 상대적이기에 좀 신경을 써야 할 부분이다. 


 손바닥만 한 오막살이라 답답함을 느낄 때 옆집 아저씨가 당신의 파종면적은 줄이면서  땅을 할애해 주신다. 문전옥답인데다 그것도 비료 넣고 밭갈이해서 비닐 멀칭까지 해주시는 후덕한 이웃이다. 채소와 과일을 돌담 너머로 넘겨주심이 다반사이고 지난번에 이어 어제도 친구 분과 낚아 온 참붕어를 손질해서 넘겨주신다. 인터넷의 동영상을 보고 난생 처음 도리뱅뱅이와 추어탕도 만들어 본다. 밤에 마당의 가마솥에 장작불을 지피면 캠핑이 따로 없다. 가족의 만류도 뿌리치고 내가 좋아 이곳에 들어온 이상 적어도 먹는 것으로 인해 가족에게 걱정을 끼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어제는 아침 일찍 황토방에 넣을 쑥을 채취하러 애견을 데리고 뒷산으로 갔는데 노인회장님이 총무님과 함께 트럭을 몰고 험한 산길을 오고 계셨다. 전화를 두 번이나 해도 안 받아 걱정이 돼서 올라오신 것이다. 산세가 험하고 말벌이나 독사가 많음을 염두에 두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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