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일그러진 해안 질서, 어촌 고통 현재 진행형
상태바
코로나19로 일그러진 해안 질서, 어촌 고통 현재 진행형
  • 김희준 기자
  • 승인 2021.10.29 09:51
  • 호수 76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시민의식 기대하기엔 당장의 어촌 피해 커
고령의 주민들 자체 갈등 해결 힘든 상황
자구책으로 방파제를 막았지만 넘어들어가 유유히 낚시를 즐기는 낚시꾼들.
자구책으로 방파제를 막았지만 넘어들어가 유유히 낚시를 즐기는 낚시꾼들.

평화로움 속에 감도는 긴장감
 평화로워 보이는 남해 어느 방파제, 이곳은 전국 낚시꾼들에게 오징어·낙지 포인트로 유명한 곳이다. 평일도 그렇지만 주말이면 낚시꾼과 캠핑족이 작은 어항을 메워 활기찬 가운데 주민들과 관광객들 사이엔 눈에 보이지 않는 긴장감이 흐른다.


 어촌의 해묵은 분쟁거리 어업인·어촌주민과 비어업인·레저객 사이의 다툼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어제까지 낚시를 해본 적 없는 사람도 간단한 채비만으로 강태공이 될 수 있고 코로나19 이후 늘어난 캠핑족, 차박족(차에서 숙식하며 캠핑을 즐기는 여행객)은 전국에 캠핑하기 좋은 곳을 공유하며 열을 올리지만, 이들 중 일부는 좋은 장비, 편리한 장비는 구비했을지 몰라도 에티켓은 갖추지 못한 듯하다. 곳곳에 오물을 투기하고 대소변을 가리지 않는 일이 매일 벌어진다. 


 그래도 일부 낚시꾼들은 오랜 세월 어촌 주민과 분쟁을 겪으며 암묵적으로 상호 지킬 선을 지키는 편이라면, 코로나19 이후 급증한 신규 낚시꾼과 캠핑족들은 어촌 주민의 고충을 알 리 없다. 이들은 법적지식으로 무장해 어촌계나 해경의 단속도 두려워하지 않으며 항의에 반발해 군에 민원을 제기하거나 나가는 길에 쓰레기를 보란 듯 던져놓고 가기도 한다.

내 집 앞에서 벌어지는 일이지만 쳐다볼 수밖에
 남해 어촌은 어항이 대부분 작은 편이고, 바다와 맞닿은 곳에 주거지가 형성돼, 늦은 시간 캠핑족, 낚시꾼의 사소한 행위도 주민에겐 `바닷가`가 아니라, `내 집 앞`에서 벌어지는 일이라 느낀다. 내 집 앞에 낯선 이가 차를 대고, 텐트를 치고, 술을 마시며 고성방가하는데 언짢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고, 새벽 출어를 나가야 하는 어민과 해루질로 생계를 이어가는 주민에겐 언짢은 정도를 넘어 분노할 만한 일일 것이다. 최근 이어진 어촌계와의 간담회에서 어민들이 `어업권을 침해하지 않는 해루질`에조차 큰 반발을 보인 것은 이런 갈등이 심화된 결과라 볼 수 있겠다. 모든 낚시꾼과 캠핑족이 에티켓이 없는 것은 아닐 테고 모든 어촌이 관광객에게 불친절하지는 않을 것이다. 갈등의 원인은 단지 해루질과 쓰레기 문제만이 아닌 것이다. 끝없이 벌어지는 분쟁을 지켜만 봐야 하는 것인지, 구체적이고 발전적인 해결 방법은 없는 것일까?

방문의 해를 앞두고 깊어지는 어촌 시름
 지난 3월에 귀어·귀촌해 안착과 어업을 준비 중인 설천면 왕지마을 `웅이 아빠`(57세)는 "어자원 포획목적, 캠핑목적으로 방문하는 사람들에게는 유료로 어항을 개방해야 한다"고 의견을 전했다. 관광지가 아니기 때문에 화장실이나 휴지통이 없어, 방문객은 급한 대로 눈에 덜 띄는 곳에 대소변을 보거나 낚시용품, 음식물 쓰레기 등을 버리고 가는데, 유료로 개방하고 편의시설을 관리한다면 최소한의 질서는 지켜질 것이란 말이다.


 타지역의 낚시·레저용품 상인이 많은 어항은 반대로 낚시객이 줄어들 것을 염려해 쓰레기 처리 등 제반비용을 자체 부담하겠다는 마을도 있다. 적극적으로 방문객을 맞아 마을 수입원으로 전환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을 듯하다. 그는 이어 "남해 방문의 해를 앞두고 갈등 해결 방안은 없는데 무작정 방문 홍보만 해서는 안 된다"며, 행정적 조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제주도와 같이 야간 해루질을 전면 금지해버리는 식의 대응은 더 큰 반발과 반목을 일으킬 수 있어, 합리적인 방법으로 보이진 않는다. 부작용으로 제주도에서 남해안 등으로 방향을 바꾼 비어업인들이 전문 장비를 갖추고 야간에 연안을 쓸고 다니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는 소문도 있다.


 다행히 군도 어촌의 이런 문제를 깊이 인식하고 있는 듯하다. 6차례에 걸친 어촌지도자 간담회를 통해 수면위로 오른 갈등에 대해 해양수산과가 이미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있었다고 한다. 시민의식이 성숙하기까지는 서로가 양해할 수 있는 해결책이 제시되길 지켜봐야겠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