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래길, 일정보다 보폭에 맞춰 풍광 즐기며 걸어야 제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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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래길, 일정보다 보폭에 맞춰 풍광 즐기며 걸어야 제 맛
  • 남해타임즈
  • 승인 2021.10.29 10:18
  • 호수 7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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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코스 화전별곡길(남파랑40)
화전별곡길 천하저수지 근처를 걷던 한 관광객이 한복을 차려입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화전별곡길 천하저수지 근처를 걷던 한 관광객이 한복을 차려입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꽃내바위 이야기. "옛날 옛적에 꽃내 주변에는 화사하게 피어있는 꽃들을 따라 나비와 벌 등 작은 곤충부터 덩치 큰 짐승들까지 찾아왔다. 그중 욕심 많은 커다란 두꺼비는 꽃내를 혼자 차지하고 싶었다. 그래서 언제나 냇가 좋은 자리에 올라앉아 다른 동물이 오지 못하게 터줏대감 노릇을 하고 있었다. 다른 동물들은 못마땅했지만 두꺼비가 두려워 다들 꽃내 근체에 숨어서 몰래 경치를 즐겼다. 그러던 어느 날 마을을 둘러보던 산신령은 꽃내를 둘러보다가 혼자 앉아있는 두꺼비를 봤다. 산신령은 두꺼비를 감시하려고 보초바위를 세웠다. 보초바위로부터 두꺼비가 꽃내를 독차지하려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화가 난 산신령이 두꺼비에게 큰 벌을 내리려고 휘두른 지팡이가 부러졌고, 그 바람에 두꺼비뿐만 아니라 꽃내 주변에 숨어있던 동물들도 돌로 변하고 말았다. 그래서 꽃내 근처에는 두꺼비바위, 사자바위, 물개바위, 말바위, 보초바위 등의 바위가 생겨나게 되었다"라는 이야기가 전해오고 있다.    

바래길 동행자 한 사람이 천하전망대에 이르러 나뭇가지에 리본을 달고 있다.
바래길 동행자 한 사람이 천하전망대에 이르러 나뭇가지에 리본을 달고 있다.

 양떼목장 `양마르뜨`를 왼쪽에 두고 횡단교 2곳을 지나 한참 걸어가고 있는데 앱이 5㎞를 왔다고 일러준다; 아치형 작은 다리를 건너는데 중앙볼교다. 중앙볼 가운데 있는 논에 물을 공급하는 작은 도랑을 볼도량이라 하는데 그 다리를 정겨운 이름인 중앙볼교라 부른다. 내산마을은 오른쪽에 위치한 상당히 큰 마을이고 초등학교도 있었던 편백휴양림의 중심마을이다. 100년 이상 묵었을 소나무 두 그루가 수문장을 하고 있는 내산마을 서당골 위로는 남해에서 저수량 면적이 가장 넓은 내산저수지가 있어 우리를 반겨준다. 그 위에는 바람흔적미술관, 나비생태공원, 남해편백자연휴양림이 있다. 

화전별곡 이야기골 표지판.
화전별곡 이야기골 표지판.

 내산저수지가 끝날 무렵 개울을 건너 개울물 어귀에 앉아 아침을 먹는다. 아침 6시 30분이다. 새벽 3시 30분부터 움직였으니 배고플 만도 하다. 신발을 풀고 발에 휴식을 준다. 쉬면서도 마음이 급한 이유를 설명하면, 천하에서 남해읍행 8시 20분 차를 타야 이동에서 9시 10분 독일마을로 경유하는 뚜벅이버스를 타고 가서 독일마을에 주차해둔 자가용으로 읍에 복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침에 17㎞를 3시간 30분 만에 주파하려면 시간당 5㎞는 유지해야 가능한 일, 몸이 바쁘다. 개울에서 아침식사를 5분 만에 마무리하고 다시 달리기 시작한다. 산악마라톤 하듯 천하전망대를 향해 속보로 편백림 가운데를 헤집고 완만한 경사의 임도를 동행하는 완보자들을 독려하면서 첫 고개 기상관측소를 지나니 6시 59분 저만치 천하고개 전망대가 어렴풋이 보인다. 배낭에서 물병을 꺼내들고 물 한 모금 마신 다음, 오늘의 지리산 노고단 고개격인 천하전망대를 눈앞에 두고 달린다. 자연편백림에서 올라온 탐방객들이 삼삼오오 팀을 이뤄 고개에서 내려오는 것을 보면서 서로 인사를 나눈 뒤 마지막 피치를 올려본다. 뒤돌아보니 동행자가 20여m 거리를 두고 헉헉거리며 따라오지만 전망대까지는 쉴 수가 없다. 딱 한마디 한다. "전망대 가서 쉽시다." 


 몇 분 후 전망대에 도착했다. 7시 17분이다. 쉰다 해도 물 한 모금 먹고 사진 한 장 찍고 허리 한번 돌리며 체조하는 게 전부다. 동행자를 독려하며 걸음을 재촉해 이제는 50분 만에 4㎞를 내려가야 한다. 반은 걷고 반은 달려야 겨우 시간을 맞출 듯하다. 천하 저수지를 지나 마을 초입에 내려오니 1㎞ 남았다고 앱이 알려준다. 와우 살았다 8시 5분이다. 이제 10분만 더 가면 되는데 호흡이 가쁘다. 겨우 종점에 도착하고 앱을 종료하니 8시 15분이다. 


 오늘은 시험 삼아 상당히 빠른 속도로 걸었으니 일반 걸음이들에게 권할 바는 못 된다.


 무엇보다 자기 능력과 주위 풍경을 감상하면서 걷는 게 관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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