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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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길
  • 남해타임즈
  • 승인 2021.10.29 10:23
  • 호수 7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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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고향, 나의 삶 110
碧松 감충효 시인 / 칼럼니스트
碧松 감 충 효 시인 / 칼럼니스트
碧松 감 충 효
시인 / 칼럼니스트

가끔씩 퍼덕이는 새벽길 날갯짓이
고향 길 동구 밖에 사뿐히 내려 앉아 
성묘에 신년 해맞이 새벽산사 오르다.

 
 《새벽 길, 그 아련하고도 상큼했던 기억들을 들추어 본다.


 그 첫 번째가 정월 초하룻날 새벽 설날 성묘 길이다. 먼동이 트기도 전인 이른 새벽 설날 객지에서 오신 친척 분들과 서릿발이 돋은 보리밭길을 지나 강진 바다 해변을 가로질러 살을 에는 해풍을 맞으며 아버님 두루마기 꼬리에 매달려갔다. 파도에 밀려오는 얼음 덩어리는 소리만 들어도 온 몸이 얼어붙는 느낌이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지금도 그 맑고 상큼한 새벽길을 잊을 수 없다.


 두 번째가 절간에 불공 올리러 가던 새벽길이다. 어머님을 따라 절간에서 부처님께 불공을 드리고 한참 지나면 동쪽 강진바다에 먼동이 텄다. 산길을 한 참 내려오면 바다에서 일출이 시작되는데 그 산뜻하고 장엄하며 호쾌하였음을 지금도 잊을 수 없다.


 세 번째가 새해 첫날 일출을 보러 산꼭대기에 오르던 새벽 산길이다. 600고지의 산이지만 이른 새벽 산 초입에 들어 부지런히 산을 올라야 일출 시간에 도착할 수 있다. 눈이 무릎까지 쌓여 산길과 빙판이 되어있는 암반 길을 오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지만 산이 좋아 새해에 처음 떠오르는 해를 산에서 보려는 사람들은 끝도 없이 줄을 지어 산을 오른다. 해마다 고향산악회 회원들과 한해의 안전산행과 서로의 행운을 빌어보면서 상징적으로 하는 신년 해맞이 산행은 2013년 계사년 첫새벽에도 이어질 것이다. 


 대충 세 가지 정도의 새벽길 서기(瑞氣)를 떠올려보며 이쪽으로 전력투구하고 에너지를 키워 가리라.》   


 10년 전 필자의 칼럼/시문집 룙읍성의 문창에 시혼 걸기룚에서의 「새벽길」 일부다. 


 필자가 「새벽길」을 10년 후인 지금 다시 쓴다고 해도 별반 달라질 것은 없다. 다만 첫 번째의 기억은 나의 세대에서 끝나간다는 사실이다. 이른 새벽 차례를 지내고 세배 이전에 가솔들을 이끌고 지극 정성 숭모정신을 보이는 가문은 아직도 있기는 하다. 


 두 번째의 어두운 새벽 불공드리고 내려오며 강진 바다의 일출을 보는 그 산뜻하고 장엄한 호쾌함을 나 자신은 다시 경험하기 어려우리라. 나이 들고 고향에 자주 못 내려감이다. 하지만 지금도 독실한 불자들은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다.


 세 번째의 신년 해맞이 산행이다. 한때는 불암산에서 신년 일출을 보고 다시 수락산 정상을 올랐던 그 기백을 다시 세울 수 있을까? 2022년 신년 해맞이 고향산악회원들과의 만남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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