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메뚜기
상태바
벼메뚜기
  • 남해타임즈
  • 승인 2021.11.05 10:33
  • 호수 76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나의 고향, 나의 삶 111 | 碧松 감 충 효 시인 / 칼럼니스트
碧松 감 충 효 시인 / 칼럼니스트
碧松 감 충 효
시인 / 칼럼니스트

친환경 농법인가 메뚜기 지천이다
사라진 곤충이라 추억도 지웠는데
청정한 심심산천에 장수마을 메뚜기.

 
 한낮에 집 앞에 나왔다가 누렇게 익어가는 벼를 보는데 뭔가 수없이 튀어 오르며 논두렁에서 논 안으로 도망치는 곤충을 본다. 벼메뚜기다. 순간 타임머신을 타고 60여 년 전의 고향 가을 들녘으로 던져진 느낌이었다. 어릴 적 벼가 누렇게 익어 황금벌판으로 변한 마을 앞 하마정 논두렁에 나가면 수많은 벼메뚜기가 툭툭 튀어 오르며 가을 하늘에 포물선을 그리던 모습이 눈앞에 선하다. 우리나라의 토종 벼메뚜기는 벼 잎을 갉아먹기는 하지만 크게 해를 끼치지 않기 때문에 농군들에게 경계의 대상은 아니었고 아이들은 메뚜기를 잡으며 가을 들판의 풍성한 정서에 젖어드는 경우가 많았다. 빠르게 튀는 벼메뚜기를 한 마리 두 마리 잡아서 사이다 병 속에 넣다 보면 어느덧 가득 차게 되고 집에 가져와서는 닭장에 뿌려준다. 닭장 속을 탈출하여 다시 들판으로 돌아가는 놈도 있고 닭의 먹이가 되는 놈도 있다. 한 번씩 메뚜기를 닭에게 주면 아주 튼튼하고 탐스런 알을 낳게 되는데 메뚜기에게 단백질이 풍부해선 계란 노른자가 노란색을 넘어 아주 붉을 정도였고 단단하여 잘 으깨어지지도 않았다.  


 필자는 어릴 적 고향 마을 앞 하마정 벌판의 메뚜기 잡이 추억을 떠올리며 농막으로 들어와 투명한 병 하나를 가지고 나와 몇 마리를 포획하는데 어찌나 동작이 빠른지 잡기가 쉽지는 않았다. 잡으려고 손으로 덮치면 툭 튀어 올라 다른 볏짚으로 도망친다. 다시 잡으려고 다가가면 자기 몸을 숨기려고 살짝 살짝 위치를 바꾸며 볏짚 뒤로 숨는 모습을 보면 웃음이 절로 나온다. 사진 몇 장 촬영하고 병속에 넣었던 벼메뚜기를 다시 풀어 준다. 두어 발 멀리 살모사 한 마리가 똬리를 틀고 앉은 모습을 본다. 논두렁에 지천인 개구리를 노리는 모양이다. 언덕에 뭔가 `툭` 하며 떨어지는 소리, 알밤 떨어지는 소리다. 주변에 수두룩이 쌓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