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박시화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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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박시화전
  • 남해타임즈
  • 승인 2021.12.10 10:54
  • 호수 7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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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고향, 나의 삶 116
碧松 감충효 / 시인 / 칼럼니스트
碧松 감 충 효 시인 / 칼럼니스트
碧松 감 충 효
시인 / 칼럼니스트

긴 장마 이겨내고 땡볕도 품은 님아
돌담이 뜨거워도 마냥 웃던 둥근 님아 
이웃님 넘겨준 사랑 짚방석에 앉히다. 

 
 `나의 고향, 나의 삶`에서 호박을 주제로 두 번째 글을 올린다. 그 만큼 가을 호박에 대한 고향과 이곳의 정서가 너무나 닮아있기 때문이다. 호박에 대한 첫 번째 글은 홀로 새로이 거처를 정한 산촌마을의 정감 어린 이웃 간의 소중한 이야기를 펼치기 위함이었는데 비단조각에 시를 얹어 호박에 씌운 것을 보고 이웃 분이 고마워하면서 호박을 또 12개나 더 주니 이번에는 고향에 대한 내용으로 꾸며볼까 마음먹고 지난 번 호박 5개 옆에 다시 호박 12개를 짚방석과 낙엽 위에 앉히고 지난번처럼 비단에 글을 새겨 호박에 얹었는데 이번 글은 필자가『남해시대』에 연재한 100여 편의 글에서 12편을 골라 시조 부분만 따로 떼어내어 실었다. 이미 발표된 시조를 굳이 이렇게 다시 새겨 호박과 함께 머리맡에 둠은 가을에 밀려오는 고향에 대한 향수를 조금이라도 달래기 위함이다. 


 어느새 늦은 가을이 찾아와 집 앞 고목 밤나무의 마지막 남은 잎이 떨어지고 앙상하게 남은 마른 가지를 보며 마당과 데크에 쌓인 낙엽을 쓸어 모으는데 홀로 산촌에 든 쓸쓸함이 울컥 치밀어 온다.


 세상사 험악함에 홀로 아무리 가슴치고 아파해도 거대한 쓰나미에 낙엽 한 잎의 저항이 무슨 힘이 있으며 세속적으로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혼돈의 역사는 언젠가 사필귀정으로 회귀하는 것. 순천자흥 역천자망(順天者興 逆天者亡)의 하늘 뜻에 맡겨두고 홀로 산촌을 찾아든 이후 이곳의 대자연과 후덕한 인심으로 세상일을 잊어감이 깊어진다 했는데 늦은 가을 날 낙엽 쓸어 모으다가 갑자기 쓸쓸함이 밀려오다니…….


 이를 때쯤 이곳의 친구 두 사람이 찾아 든다. 안개처럼 찾아든 외로움과 쓸쓸함은 차 한 잔 나누는 사이 어디론가 사라져버린다. 동네에 새로 이사 온 부부가 떡을 돌리면서 필자와 두 친구에게는 각자에게 두 집 몫을 준다. 이 부부의 농장 비닐하우스 속의 꽃뱀을 치워준 고마움의 표현이라 했다. 


 노인 회장님이 콩 타작을 한다기에 도리깨로 좀 두들겨 주었더니 점심을 사신다. 호박으로 향수를 달래고 동네 분들과의 만남으로 오늘의 쓸쓸함이 치유되니 이 또한 산촌이 주는 잔잔한 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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