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만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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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만두
  • 남해타임즈
  • 승인 2021.12.10 10:54
  • 호수 7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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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충국의 시대공감

 어쩌다 백화점이나 전통시장을 찾을 때면 아내와 딸들은 새로운 먹거리를 먹어보길 원하지만 내 눈은 항상 노점상의 떡볶이나 분식에 머물렀다.


 그중 손만두는 절대 지나지 못하고 하나라도 먹어봐야 하는데 번번이 실망하면서도 여태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있다. 가족들은 늘 내게 맛있게 먹지도 않으면서 만두에 항상 욕심낸다며 야단치지만, 그 옛날 젊은 어머니가 바라보는 듯해 무언가에 홀리듯 쉬이 지나치지 못한다.


 어린 시절 아버지는 술을 마시면 항상 어머니와 주변 가족을 힘들게 했고, 어머니는 아버지를 피해 어린 삼 형제의 손을 잡고 부산으로 도피했다.


 고모의 도움으로 보수동 책방골목 위 단칸방을 마련했지만 당장 급한 생계를 위해 어머니는 국제시장에서 품팔이를 하셨다. 어찌어찌 연명하던 중 국제시장에서 만두를 빚어 좌판을 하시던 개성에서 피난 오신 할머니께서 사정을 딱히 여겨 만두 기술을 전수하고 자리를 물려주셨는데 그 후 아들들 배는 곯지 않게 하셨다.


 하지만 가정이 안정되기도 전 아버지는 우리를 찾았고 어머니는 폭력을 버티다 못해 세 자식들을 데리고 야반도주하는 것이 다반사였다. 


 수많은 이사와 삶의 위기 속에서 손수레만 구하면 어머니는 만두를 빚어 팔아 자식 뒷바라지를 하셨는데 그 만두 속에는 누구도 알지 못하는 강한 생명력과 사랑이 있어 손으로 빚는 만두만 보면 발걸음을 멈추곤 한다.


 누구에게나 아련한 추억이 담긴 의미 있는 음식 하나와 장소 한 곳은 있을 것이다.


 화려한 맛과 멋은 없어도 생각만으로도 마음이 따뜻해지는 휴식 같은 장소와 맛이 지금 우리에게도 하나씩은 깃들어지길 기대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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