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촌에 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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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촌에 들어
  • 남해타임즈
  • 승인 2021.12.17 17:02
  • 호수 7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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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고향, 나의 삶 117 │ 碧松 감충효
碧松 감 충 효시인 / 칼럼니스트
碧松 감 충 효
시인 / 칼럼니스트

붓글씨 눈을 뜨고 태극권 깊어질 때
심신이 조화 이뤄 글도 술술 나오더니
고사목 다듬은 속엔 음률 숨어 있었네.
 
 산촌에 들어 봄, 여름, 가을이 지나고 한 잎 남았던 앞마당 고목나무의 마지막 잎사귀가 유난히 긴 여운을 남기며 떨어지는 이른 아침, 필자는 데크 위에서 태극권 몇 마장을 펼치고 있었다. 겨울비가 얼음이 되어 꽤 미끄러웠다. 떨어진 마지막 잎사귀가 찬바람에 구르며 발 옆으로 다가왔다가 필자가 밟아가는 초식 위에서 자꾸만 맴돈다. 이날은 과(골반 부분의 케어)에서 생성된 기혈이 머리 끝, 손 끝, 발바닥으로 쏟아져 나옴을 느낀 날이었다. 수련 중 의(意)와 념(念)을 놓치지 않고 어느 단계에 까지 올라야 나타나는 현상이다. 
 태극권에서 몸을 원이나 타원으로 움직여 발생하는 나선형의 움직임을 `꼬인 실`이라는 의미의 `전사(纏絲), Coiling`라고 하며, 전사에 의해서 얻어지는 힘을 `전사경(纏絲勁), Coiling power, Chan Jin`이라고 한다. 전사경이 제대로 되면 가공할 힘과 아울러 기혈의 움직임도 분명 일어나게 되어 있다. 나선형으로 감아 놓은 호스에 세찬 물줄기를 통과시키면 호스가 요동치며 앞으로 세차게 뻗어나가는 원리에 비유하면 적합할지 모르겠다. 
 이날은 폭 1.5m 길이 5m의 두루마리 인조 실크에 서성 왕희지의 행서 법첩을 보며 붓글씨를 얹은 날이었다. 그리고 덕고산에 올랐다가 내려와 고사목을 다듬으며 공명통에서 울려 나오는 음계를 찾으려 뚫어진 공간에 현을 걸어 퉁겨본 날이었고 남해시대 신문에 연재할 김봉군 교수의 역사와 문명진단 「이 역사를 어찌할 것인가」를 탈고한 날이며 산촌의 벗과 인근의 치악산 폭포를 등정한 날이었다.
 산촌에 들어 태극권, 붓글씨, 시조와 산문 창작, 고사목 다듬기, 출판준비, 고향 신문에 매주 한 편씩의 칼럼 연재, 텃밭 가꾸기, 산악등반 등이 요새 주된 작업이다. `《나의 고향, 나의 삶》 칼럼을 시작하며`라는 호박에 새긴 머리맡의 시조 한편이 유난히 눈에 밟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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