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생활 담은 블로그 운영하는 90세 `남해마늘할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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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생활 담은 블로그 운영하는 90세 `남해마늘할배`
  • 김희준 기자
  • 승인 2022.01.07 10:06
  • 호수 77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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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를 보고 활짝 웃어보이는 박이현(야촌마을, 90세, 사진 왼쪽) 씨, 이옥경(야촌마을, 84세, 사진 오른쪽) 씨 부부.
카메라를 보고 활짝 웃어보이는 박이현(야촌마을, 90세, 사진 왼쪽) 씨, 이옥경(야촌마을, 84세, 사진 오른쪽) 씨 부부.

 남해읍 야촌에 거주중인 박이현  씨, 올해 90세인 그는 40대에 충청도에서 남해 야촌으로 들어와 부부가 같이 농사를 지으며 지금은 타지로 나가있는 두 자식들을 키워왔다. 노년에 고된 농사를 손에서 놨지만 분주함을 대신한 적적함을 이기지 못하고 컴퓨터를 배워 소통하고 음악도 즐기며 일상을 디지털로 기록하고 있는 박이현 씨를 만나봤다.
 
 그가 처음 컴퓨터를 접한 것은 1980년대 말, 남해읍 야촌마을에 귀촌해 온 후 처남이 선물로 보내준 컴퓨터가 처음이었다. 1980년대면 주로 업무용이지만 한국에도 개인용 컴퓨터가 적잖이 보이던 시절이다. 당시의 컴퓨터는 지금과는 비교하기 힘들 정도로 할 수 있는 것이 적었지만 배울 곳이 없어 책을 보고 독학해가며 배울 정도로 컴퓨터의 매력에 빠졌다고 한다. 제대로 된 포장도로 하나 없던 그 시절에 아는 사람 하나없는 이곳에 들어와 처음 농사짓는 일이 힘들었지만, 컴퓨터가 친구가 되어줬다. 세월이 흐르고 10여년 전인 80대 초반, 사회복지관에서 PC강의를 통해 타자와 문서, 스프레드시트 작성 등 컴퓨터 기본 지식을 다시 다지며 실력을 늘렸다고 한다. 음악이 취미인 박이현 씨는 그때나 지금이나 좋아하는 5~60년대 팝송과 영상을 즐길 수 있는 컴퓨터가 가장 편한 친구다.

컴퓨터는 나이들어 유일한 친구
 그는 벼, 토마토, 호박, 마늘 등을 재배해 인터넷을 통해 재배 과정을 찍어 홍보하고 판매해 왔으며, 때로는 이웃 주민의 농작물을 대신 홍보해주기도 한다고 한다. 친구들과 이야기를 해도 컴퓨터가 빠지면 섭섭할 정도인 그도 처음 컴퓨터를 배울 땐 많이 힘들었다고. 하지만 사회복지관에서 매주 강의를 들은 내공으로 요즘은 `남해마늘할배`란 이름의 블로그 등 사회관계망 서비스와 동일한 이름의 영상채널도 운영하고 있다. 블로그를 둘러봤더니 최근 이슈와 지역관련 뉴스에 농촌의 소소한 일상 이야기까지 컨텐츠가 다양하다. 영상채널엔 인생 프로젝트를 대비해 일상을 기록한 영상이 적지만 차곡차곡 쌓이고 있었다. 그런 그도 농기구를 구입하기 위해 인터넷을 이용했다가 사기를 당한 경험도 있다며 "너무 싼건 의심부터 해봐야한다"고 조언을 하기도 했다.


 "나이탓도 있지만 코로나19로 마실 나가기도 힘든 요즘, 음악과 영상을 감상하고 원하는 컨텐츠를 골라 볼 수 있어 농사일마저 접은 노년에 소일거리로 즐기기에 적절하다"고 말하며 다른 분들에게도 권하고 싶다고 했다. 박이현 씨는 "아직 배울 것이 많지만, 나중엔 지금껏 살아온 인생을 영상으로 만들어 자식들에게 흔적으로 남기는 것이 욕심"이라고 한다. 


 그가 소박한 욕심을 이루길 바라며 노부부의 정다운 모습을 뒤로하고 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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